하루 종일 걸었어요

진달래
2023-10-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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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6월에 문스탁그램에 쓴 '아프면 걷는다'에 달린 이 댓글이었습니다. 

남산을 걷는 제 글을 보고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다녔다며 띠우샘이 언제 한 번 같이 걷자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지난 일요일에 기린샘과 함께, 셋이서 남산을 걸었습니다. 

이왕하는 서울 나들이에 원래 가 보고 싶었던 <장욱진 회고전>도 함께 가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사실 장욱진(1917~1990)이라는 화가를 잘 모릅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라고 합니다.  전시는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했습니다. 

저에게 덕수궁은 너무 크지 않아서 좋고, 가기 좋아서 좋고, 예전에 애들 어릴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음악회도 있었고, 그 훨씬 전엔 고등학교 토요일 자율학습 시간을 째고 친구와 덕수궁 저기 안쪽에 들어가 도시락을 까 먹고 집에 갔던 기억으로 좋은, 그런 곳입니다. 

이번에는 오래 같이 공부한 친구들과 같이 가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전시회는 그림이 전반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색감도 예쁘고... 

띠우샘을 기다리면서 전시장 한 켠에 앉아 기린샘이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분은 참 부침 없이 사신 것 같아" 

기린샘은 "뭐야?" 하며 웃었는데, 여하튼 뭐 개인의 삶의 조건이 어떻던 간에 그림에 힘을 주지 않고 끝까지 담백하게 그려나가는 건 화가의 역량이겠죠? 나이들고 유명해지면 그 유명세에 치여서 말년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데 말입니다. 

뭐 이분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잘 모르지만 그림으로 그렇게 보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가 보세요. 덕수궁 입장료까지 해서 3,000원이면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2월 12일까지 하네요.

그리고 덕수궁에 못 보던 건물이 생겼더군요. '돈덕전'이라는 서양식 건물입니다.

헐린 건물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덕수궁을 나와서는 시청 건너 소공동을 질러서 명동을 거쳐 남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명동은 요즘 다시 늘어난 외국인들로 북적북적 합니다. 

 

명동을 지나 남산에 올라가는 길은 저는 잘 모릅니다. 

두 분이 학교 때 추억을 나누며 올라갔는데, 저는 힘들었습니다. ㅋㅋ

 

뭔가 이상하게 제일 쨍하게 나온 사진이네요. 이날 찍은 사진이 죄다 흐렸는데.....

 

남산은 정말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띠우샘이 병이나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무슨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별로 기억이 안 납니다. 

요즘은 거의 혼자 걷던 길을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 함께 걸었습니다. 

그게 친구들이라서 더 좋았겠죠? 저는 주로 북측 순환로만 걷는데 언덕을 마다 않고 또 남측 순환로까지 걸은 걸 보면 말입니다. 

아쉽게도 띠우샘이랑 이야기했던 해방촌엘 못갔네요. 

또 언제 함께 걸어서 이번에는 그쪽으로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7
  • 2023-10-16 13:27

    문화가 있는 산책길, 좋군요!^^

  • 2023-10-16 17:31

    6월 약속이 이제서야 이루어졌네요~
    남산을 그렇게 많이 갔어도 이번처럼 걸었던 적은 없었다는ㅋ
    보고 싶은 전시회도 보고 덕수궁도 돌고 둘레길도 걷고
    틈틈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어느 멋진 가을날로 기억될듯~^^

  • 2023-10-16 17:39

    여유가 느껴져 좋군요 ^^

  • 2023-10-16 18:32

    세 분 서울 데이트 부러워요~~^^

    • 2023-10-16 20:29

      남산은 언제든 가이드 가능합니다. 샘도 놀러 오세요~

  • 2023-10-16 21:46

    오잉? 나를 꼈어야쥐.... 남산 밑 학교를 다녔고, 남산 밑에서 살았구....ㅋㅋㅋ

  • 2023-10-19 22:04

    나두.....
    이런 걸음은 좋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