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묘....

가마솥
2023-10-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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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추석연휴가 길어서 성묘가기가 수월하였다. 나의 성묘는 우리집 성묘와 처갓집 성묘, 두 군데를 다녀온다.

 

처가 성묘는 종손집이어서 전라남도 함평 시골에 있는 선산에 다녀 와야 한다. 600여년전의 중시조(中始祖) 산소부터 40여 위(位)의 종손들이 모셔져 있다. 그 곳에 안식하고 있는 처남대신에 장인을 따라서 다닌 시간이 30여년이다. 아마도 인디언보다 내가 금성 나씨 계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ㅎㅎ.  이제는 처남 아들을 데리고 내가 다녀온다. 장인 그랬던 것처럼 녀석에게 녀석의 조상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함평의 성묘는 멀어서도 힘들지만, 항상 벌초가 문제이다. 넓은 벌을 벌초하려면 장정 셋이서 이틀은 꼬박 걸린다. 나이든 문중(門中) 사람은 돌아 가시고 시골에 젊은 사람이 없으니, 사람 구하기가 이만 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또 내가 직접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올해 많은 비가 내리면서 빗물이 도랑을 넘쳤나 보다. 도랑을 더 파주는 것으로 성묘를 했다. 종손인 처조카 녀석이 자기 무덤자리를 고르면서 ‘천년 막내’라면서 낄낄댄다. 하이구야......

 

 

 

   어머니는 안성에 있는 공원묘지에 모셨다. 고향 군산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산소를 매년 형제들이 함께 벌초하며 다녔는데,  자식들에게 이런 부담을 지어 주기 싫어서 몇 해전에 결단을 내렸다. 조그맣게 가족 묘원을 만들어서 모두 화장하여 이곳 어머니 옆으로 이장하여 모셨다. 연간 관리비만 지불하면 관리부담을 덜 수 있으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헌데, 이 태전부터 봉분의 잔디가 모두 죽어서 보기 흉하게 되었다. 성묘를 하고 나서 항상 그랬듯이 그에게 인사할 겸, 봉분문제를 상의하려고 관리사무소의 허부장을 찾았다. 새로운 얼굴, 소장이 나선다. 봉분의 잔디를 새로 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단다. 산소 하나에 단봉은 10만원, 합장은 20만원이란다. 비위가 확 상했다.

아니! 봉분의 크기(평수)에 따른 비용이 아니라 모셔있는 조상의 머릿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다고요? 그렇다면 내가 잔디를 심고 깎겠다. 대신 관리비를 못 낸다.

안된다. 공원묘지의 땅은 소유권이 아니라, 이용권이다.(90년대초에 법이 바뀌었다. 우리는 83년도에 구입하였지만 소유권인 여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공원묘원에 관리권한이 있으니, 사적으로 벌초나 잔디들을 심을 수 없다.

좋다! 관리권한에는 관리의무가 따른다. 관리비를 내는 이유이다. (철학학교에서 배운대로)질문 하나 합시다. 봉분 아래 산소 주변 잔디가 죽거나 무너지면 누가 보수하는가?

공원묘원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봉분 위의 잔디만을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는가?

플랭카드도 걸고 해서 고지했으니 법적으로 문제없다.

법적문제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우선 별도의 비용을 요구한다는 말은 관리비에 포함되지 않은 범위이라는 말이지 않는가?

그렇다.

그러니까 당신들 관리범위에 들지 않는 것이니 내가 직접 하겠다는 것을 공원묘원이 못하게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더욱이 2년 전에 봉분의 잔디를 당신들이 개초하였는데, 뗏장을 그냥 덮는 방식으로 해 놓아서 “이렇게 하면 잔디가 살아 남지 못한다”고 지적하였고, 허부장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시켜서 그랬다고 사과하면서 올해 다시 개초를 약속하였다. 올해는 전통의 방식으로 시루떡 쌓듯이 뗏장을 심었지만, 둘레석이 있는 봉분을 너무 뾰족하게 올려 놓았다. 이렇게 되면 빗물이 급격하게 씻겨 내려가므로 잔디가 활착하기 전에 가물면 모두 죽는다고 다시 지적하였고, 허부장이 기다려 보자는 말에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 와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라?

허부장은 아무 말이 없다. 아마도 새로온 소장이 뭔가 자기 밥값을 하려고 신규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할 지자체인 안성시에 행정자문을, 그리고 계약서에 없는 새로운 규칙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래에 대해서 공정거래 위원회를 들먹거리자, 소장이 몇마디 더 던지면서 잔머리를 굴리더니 한발 물러 선다. 우리 집은 내년에 다시 해주겠다고. 아니지, 한 번이 아니라 잔디가 잘 활착될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그들의 컴퓨터에 기록을 시켰다).

우리 집만이 아니라, 전체를 무산켜야 하나? 돌아 오는 내내 무언가 뒷처리가 안된 찜찜한 기분이 든다.

 

 

 

함평은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관리할 사람 자체가 없고, 공원묘원은 자본주의 구조에 따라 불합리한 비용추가를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뭔가 바꾸긴 해야 할텐데 뾰족한 수가 없다. 할 수 없지 뭐.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즐겁게 하고, 그 다음엔 또 녀석들이 알아서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겠지......

 

모자를 쓴채로 아빠 엄마를 따라서 궁뎅이 쳐들고 절하는 하빈이가 이뿌다. ㅎㅎㅎ

댓글 2
  • 2023-10-10 19:36

    곰꼼하게 하나하나 원리원칙대로 확실히 하는 가마솥님!
    읽으면서 감탄합니다.^^ 놀라운 능력 부러워요.ㅎ
    인디언님네 조상님들도 좋은 사위 얻었다고 흐뭇해하셨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 2023-10-11 06:31

    내 남동생은 맨날.... 누군가 산소 관리? 잔디담당?자가 돈만 떼어먹고 연락이 안된다고.....그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