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사이프러스,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고은
2023-10-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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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다녀온 사이프러스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입니다. 약 10개월 전쯤,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같이 가자는 애인의 말에 "어어어..."하다가 진짜 와버렸습니다. 이곳은 아프로디테가 조개에서 태어나 뭍으로 떠밀려 왔다는 해안가가 있는 나라이자, 한국처럼 분단국가이기도 한 나라입니다. 또 인구의 2배나 되는 관광객들이 매년 찾는 관광국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와 유럽의 추운 나라들에서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한중일에는 유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주 동안 동양인을 전혀 못 봤거든요. 오히려 동남아 사람들이 일하러 찾아 오는듯 합니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돈이 아주 없지 않은, 그렇다고 대단히 넉넉치도 않은 현지의 아이들은 모두 이곳을 떠납니다. 자국에서 벌어먹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 자리를 동남아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이 채웠습니다. 

 

 

 

 

 

 

 

어딜 가나 바다가 보입니다. 진짜 작은 섬나라인 셈이지요. 위에는 딱 하루 묵었던 호텔이고, 아래는 로마 어느 시기에 누가 살던 집터입니다. (그리스어라 못 읽었습니다ㅎㅎ) 매일 매일 바다를 보고, 어딜 가도 바다가 보이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합니다. 제가 짧게 느낀 바로는 이곳 사람들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느긋합니다. 어디 가자고 말하고도 소파에 앉아서 30분 수다를 떱니다. 가전제품 수리 서비스를 부르면 "내일 갈게유~"해서, 담날에 전화하면 또 "내일 갈게요~ 괜찮아요 괜찮아~"하며 오히려 부른 사람을 진정시킨다고 합니다. 밥 먹으러 가면 별 일 없이 2~3시간씩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간 종종 애인의 우유부단함이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요, 이곳에 와보니 단박에 이해되었습니다. 

 

 

 

 

 

 

부자들의 휴양도시라서 보트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애인 부모님의 부자 친구분의 작은 보트를 빌려서 바다로 나갔습니다. 물 깊은 곳에 보트를 세우고 수영을 했는데요. 솔직히 저는 제가 수영장 에이스 출신이라 바다를 누비고 다닐 줄 알아습니다. 수경과 오리발도 챙겨갔으니 말이죠. 그런데 바다에서는 순식간에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분명 앞으로 똑바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더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더라고요.(오싹) 사이프러스 주민들은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그냥 앞으로 가면 되지 않아?"

 

또 제가 수경을 끼고 있으니 수심이 얼마 정도인지 봐달라더군요. 근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주민들은 척보면 척 아나봐요. 심지어 이분들은 스노쿨링 훈련을 받은 적이 없지만, 자체적으로 알아서 이퀄라이져 하고 생 눈 + 맨발로 수심 10미터를 잠수해 들어갔다 옵니다. 바다의 아이들 앞에서 수영장 아이의 무력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수영장에서 배운 훈련 기술도 저보다 더 잘합니다;; 아아, 바다의 아이들 멋지고 경이롭다!

 

 

 

 

 

^ 비건 초밥

 

^ 첨 보는 길거리 노점상의 비건 음식. 랩핑되어 있음. 불고기 소스 맛! 맛있었다!

 

^ 마트의 한 벽면을 채운 대체유 (옆으로 더 있다)

 

^ 이슬람 비건 음식

 

^ 피자헛의 비건 피자

 

사이프러스는 유럽치고 비건 음식이 잘 되어있는 편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 작은 마을에서도 비건 음식 찾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선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점에 비건메뉴가 1개 이상, 베지터블 메뉴가 1개 이상 있습니다. 길거리 노점상에도 있구요. 저렴했던 이슬람 음식점에도 비건 메뉴가, 해변가라 비쌌던 음식점 앞에도 비건 햄버거와 비건 초밥이 있었습니다. 마트에는 비건 옵션이 꽤 많아요. 퍼먹는 큰 아이스크림, 벤엔제리 같은 아이스크림도 비건이 있습니다. 또 대체유 종류가 엄청 많아요. 온갖 걸 가지고 온갖 류의 음료수를 만듭니다. 젤 신기하고 부러웠던 건 버터, 치즈,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류에도 꼭 비건 제품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찾기 어려운 게 유제품류 비건 제품이에요. 마트는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찾기가 어렵거든요.

 

 

 

 

 

 

집에서는 주로 이런 야채 커리와 지중해식 샐러드를 만들어 드셨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여행가면 항상 살 빠져 오는데 이번에는 2키로 쪄왔습니다. 진짜 많이 먹었어요ㅎㅎ 아 참, 그리고 마무리하고 있던 책도 마지막 몇 차례의 교정교열을 보고 왔습니다. 오늘 책이 출판사에 도착했다고 하니, 담주부터 유통이 시작될듯 합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았던 2주가 끝났습니다. 인쟈 다시 정신 없이 바쁜 생활로 돌아와야겠지요~ 그럼 곧 뵈어요~~

 

 

댓글 6
  • 2023-10-06 08:35

    뭔가 제주도 같군요^^
    2킬로 쪄왔다니 흐뭇하네유~~

    베트남에도 비건식당이 꽤 있었어요. 신기하쥬?

  • 2023-10-06 10:14

    지중해! 멋진 바다네요!!
    잘 먹고 잘 쉬었다니, 그야말로 리프레쉬하는 여행이었을 것 같아요.
    사이프러스가 분단국가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세상 어디에도 분쟁과 불화가 없는 곳은 없나 봅니다.

  • 2023-10-06 20:48

    지중해 사이프러스?? 왠지 익숙한데...
    아하 찾아보니 나무 이름이군요...
    암튼 잘 먹고 잘 쉬었다니 내가 다 좋네!!

  • 2023-10-09 14:29

    분단국가가 또 있었네
    잘쉬었고 책도 나왔고
    좋군요^^

  • 2023-10-10 12:28

    크레타랑 비슷한 분위기네~~ 잘 놀다 온 것 같아 덩달아 신남! ㅋ

  • 2023-10-11 08:40

    저도 사이프러스에 대한 추억이 있어요.
    벌써 30년이 되어가는 듯, 저는 거기도 일을 하러 갔었는데....
    저기 저 음식들 ..... 우왕. 이 아침에 추억이 밀물듯이 ~~~~ 가슴이 뜁니다.
    내일할게.... 부크라 부크라....
    ㅋㅋㅋ 거의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게 랑 조금은 비슷한 느낌으로다.
    걔네들의 부크라는 거의 언젠가의 개념이더라구요.
    그 시절 중동은 빈부의 차이가 어마무시하게 났고, 당시에 신기했던 건 그곳엔 비대 문화가 있었던 거에요.
    그 때도 얼쩡거리던 이탈리아 남자가 있었고. ㅋㅋ
    올리브유도 큰 페트병으로 2병이나 가지고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