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양가감정

정군
2023-10-03 23:38
446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저는 명절을 쥐이이이인짜... 싫어합니다. '명절'이어서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요, 원래 '연휴'를 안 좋아했습니다. 

좀 이상한 취향이죠. 사실 저는 평일평일평일평일평일평일주말주말이 반복되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이런 생각을 내비치면, 

'야 그건 네가 회사를 안 다녀서 그래!'라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사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회사 다닐 때도 '쉬는 날'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이게 완전 이상한 취향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는데, 살다보니 이런 사람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네요...

뭐 어쨌든, 왜 그렇게 '연휴'를 싫어했으며, 싫어하는가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반복되는 일상'의 흐름이 깨지는 걸 좀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 야행성이라... 쉬는 날이 껴 있으면 첫날부터 곧장 밤낮이 바뀌고, 그렇게 바뀐 밤낮은 연휴가 끝나도 쉽게 안 돌아오고, 그래서 계속 피곤하고... 아오... 이러느니 안 쉬고 말지... 뭐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뭐 그렇고요. 그건 사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아이와 뭐라도 해야하고,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니, 그나마 좀 낫습니다. 막 아침에 잠자리에 들어서 오후 세시까지 자지는 않으니까요(사실 지금도 여건만 허락된다면 그렇게 자고, 일어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데미지도 덜 받습니다 ㅎㅎㅎ.

 

그럼 길었던 이번 연휴엔 뭘 했느냐... 네 뭐 일단 가족행사 등을 다 치뤘습니다. 그리고, '명절'이 끝난 후에는 아이와 놀았습니다. 

조금 놀라운 건, 집에 어린이가 있으면 어떤 이유에선지 모든 쉬는 날과 특별한 날이 몽땅 '어린이날'이 된달까요? 

 

그리하여, 파주에 있는 '평화랜드'라는 곳에 갑니다. 줄을 서고요. '장기 어린이날' 또는 '어린이날의 시대'를 맞은 어린이들이 한가득이더군요.

 

점핑보트라는 어트랙션을 탑니다. 저희 집 어린이가 위 아래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이 놀이기구에 심취해서 두번 탔습니다.

 

여기가 무슨 연날리기 명소인건지 갈 때마다 연날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요. 네 그래서 저희도 날렸습니다. 주로 제가 날렸고요.

보시다시피 '곰돌이연'입니다. 아주 귀엽게 생겼습니다. 차 트렁크에 있으니 문탁에서도 한번 날려볼까요?

(원래 이런거에 한번 꽂히면 계속해야 하는 성미라... 계속 연만 날리고 싶었다는 건 비밀)

 

그렇게 평화랜드에 다녀온 다음날입니다. 엄마는 회사가시고, 아빠와 둘만 남게 되었지만 어린이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며 동네 놀이터 투어를 떠납니다. 사다리도 오르고.

 

통미끄럼틀도 타고요

암벽, 아니 놀이기구 등반도 빼놓을 수 없죠.

 

장소를 마트로 옮깁니다. 슬슬 어린이날이 끝나가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와 볼링을 칩니다. 이게 사실 저랑 대결을 한 것이었는데... 143대74로 제가 완패했습니다. 아빠가 나름 게이머인데...

 

배가 고파질 무렵, 푸드코트로 이동하여 햄치즈 샌드위치를 사먹습니다...만... 칠리소스와 후추가 지나치게 듬뿍 들어간 관계로 저건 아빠가 다 먹었습니다.

 

휴.... 아빠와 함께하는 어린이날은 이렇게 끝났고요. 어린이날 자체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출근을 하지 않은 엄마와 북한산에 있는 진관사 산책을 가고, 진관사 까페의 유명한 대추차와 유자차를 즐기고, 다른 동네 놀이터투어까지 다녀왔다는군요.

 

 

 

상황이 이러하니... 어떻게 '연휴'를 기꺼워할 수 있겠습니까. ㅎㅎㅎ '제발 유치원 좀 가라'

다만, 놀라운 것은 이 힘듦과 괴로움이 언제나 기쁨과 즐거움과 함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애를 키우기 전에는 '양가감정'의 정의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뭔지 딱 와닿지는 않았는데, 애를 키우고부터는 매일매일 그것(양가감정)이 와닿을 뿐만 아니라, 그냥 감정이 그게 된 것 같습니다. ㅎㅎㅎ

 

이상입니다.

 

 

 

 

댓글 8
  • 2023-10-04 08:06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이제 다 지났고,
    난 그저 수빈이가 엄청 예쁠 뿐^^
    (보고잡다, 수빈아^^)

  • 2023-10-04 09:11

    수빈이 다 컸네요^^
    그래도 매일 어린이날이 매일 어머니날 보다는 나을 것 같구만요 ㅋㅋㅋ

  • 2023-10-04 11:27

    하하하 긴연휴 동안 즐겁기도 하고 고생스럽기도 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그렇지만 어린이날들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제껏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양가감정이 기다리고 있을걸요.ㅋㅋ

  • 2023-10-04 17:27

    점핑보트를 타는 정군샘은 뭔가 피곤해보이지만... 수빈이라도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양가감정을 느껴볼 수나 있을까요?ㅎ 아직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 2023-10-04 20:23

    역시 인간은 겪어봐야 아는 거군아….
    저 실습 반 7세반에 들어갔어요 ㅋㅋ 수빈이 생각이 나더라구용 ㅋ

  • 2023-10-04 21:07

    수빈이 표정이 예술이여유^^

  • 2023-10-07 20:08

    역시 애는 쑥쑥 크네요. 수빈이가 이렇게 크다니...
    저도 에어쇼 보러 갔다가 고개가 절단될 뻔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할 일을 다한 정군샘에 박수~~~~

  • 2023-10-10 11:31

    하루 두 시간만 어린이 날이었으면......조켔어요.
    말도 못하는 거시.."이..이.."로 지시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따라야 하니.....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