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후집<출사표>

콩땅
2021-10-08 16:53
286

출사표는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표문이다.

제갈량은 한나라의 부흥이라는 선제(유비)의 유지를 받들고자, 점점 쪼그라드는 촉나라의 위험을 무릅쓰고 북으로 위나라를 정복하러 출병하면서 임금인 유선에게 글을 올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는 매 단락 단락마다 선제(유비)를 언급한다.

1.선제는 한나라 부흥이라는 대업을 이루고자 했음을,

2.선제가  삼고초려함에 감격하여 제갈량이 뜻을 함께했음을,

3.선제가 나라 안팎의 대소 신료들을 잘 선발하여 유선에게 물려주었으니, 현신들을 믿고 나라를 잘 운영해야함을,

4. 선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자신이 북벌을 감행해야했음을,

17세의 어리고 용렬한 유선에게 나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 출사표를 올렸다. 이 눈물은 제갈량이 우국충정으로 가득차서 어린아이에게 큰일을 맡기고 떠나는 부모의 심정을 보는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영웅들의 우정을 말하는 브로맨스를 읽는것 같다.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뜻을 같이하며, 동고동락하다가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먼저 떠나보내고, 선제에게 보답하고자 조자룡과 함께 그저 그가 해야 할 일인 북벌에 나선 것이다. 

제갈량은 선제의 부탁을 이루지 못할까, 선제의 밝음을 손상시킬까 밤낮으로 걱정하고 탄식했다. 이 끈적 끈적한 brotherhood.

 

눈물이 난다.

촉나라의 패망을 바라보고 있었을 제갈량의 안타까움이 껴져서.......

뜻을 함께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텅빈집을 마무리하는 제갈량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댓글 3
  • 2021-10-08 17:52

    명월협에서 찍은 사진 두 장 투척합니다.^^

    절벽에 구멍을 뚫어 만든 잔도를 잘 보세요. 그렇게 북쪽으로 향하는 길을 내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사진은 명월협 입구에 있는 제갈공명 상과 후출사표 새겨놓은 것입니다.

    두보의 시와 출사표, 그리고 이백의 촉도난을 읽으며 다녔던 성도여행의 감흥이 되살아오네요.^^

     

  • 2021-10-13 20:46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은 말이 필요없을듯요

    삼국지  읽으며 그들의 브로맨스도 찐하게 느껴보고 싶기도하구만요 ㅎ

     

  • 2021-11-25 05:21

    콩땅의 눈물...

    다 알수는 없지만 웬지 '눈물이 난다'라는 문장을 읽고 나니 저도 뭉클해지네요.

    쉽지 않은 삶을 살다가셨군요 제갈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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