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공지 - 참고서가 아니라 교과서 파먹기!!

관리자
2019-03-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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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했지만 <천의 고원><들뢰즈>를 함께 읽는다는 것은 우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부족할 것 같고, 여러분이 메모를 올리지 않으니 어떻게 독해를 하고 계신지 제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그렇다고 숙제를 내자니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가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깨는 것 같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난 일주일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ㅋㅋ

 

1. <리좀>을 어떻게 읽으셨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설문조사의 핑계를 대고 <리좀>에서 기억나는 들뢰즈의 개념을 몽땅 써보세요라는 시험을 봤죠. 대충 많이들 쓰셨습니다. 개념들의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일은 아직 어렵겠지만 우선은 낯선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거니까 자꾸 자꾸 써보는 게 필요합니다(물론 명식의 후기를 읽어보니 저의 우려와는 다르게 재밌게’ 하셨네요.^^)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니라 다양체, , 지층과 절편성, 도주선과 강렬함, 기계적 배치물과 그 상이한 유형들, 기관없는 몸체와 그것의 구성 및 선별, 고른판, 그 각 경우에 있어서의 측정 단위들이다. 지층 측정기들, 파괴 측정기들, 밀도의 CsO 단위들, 수렴의 CsO단위들- 이것들은 글을 양화할 뿐 아니라 글을 언제나 어떤 다른 것의 척도로 정의한다. 글은 기표작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글은 비록 미래의 나라들일지언정 어떤 곳의 땅을 측량하고 지도를 제작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14)

 

Nous ne parlons pas d'autre chose : les multiplicités, les lignes, strates et segmentarités, lignes de fuite etintensités, les agencements machiniques et leurs différents types, les corps sans organes et leur construction, leur sélection, le plan de consistance, les unités de mesure dans chaque cas. Les stratomètres, les déléomètres, les unités CsO de densité, les unités CsO de convergence ne forment pas seulement une quantification de l'écriture, mais définissent celle-ci comme étant toujours la mesure d'autre chose. Ecrire n'a rien à voir avec signifier, mais avec arpenter, cartographier, même des contrées à venir.

 

All we talk about are multiplicities, lines, strata and segmentarities, lines of flight and intensities, machinic assemblages and their various types, bodies without organs and their construction and selection, the plane of consistency, and in each case the units of measure. Stratometers, deleometers, BwO units of density, BwO units of convergence: Not only do these constitute a quantification of writing, but they define writing as always the measure of something else. Writing has nothing to do with signifying. It has to do with surveying, mapping, even realms that are yet to come.

 

우리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적합한 방식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단지 몇 단어를 골랐고, 그 단어들이 나름대로 고원으로 기능했을 뿐이다. 리좀학=분열분석=지층분석=화행론=미시정치. 이 단어들은 개념이다. 하지만 개념들은 선들, 즉 다양체들의 이러저런 차원(지층들, 분자적 사슬들, 도주선들이나 단절선들, 수렴원들 등)에 부착되어 있는 수 체계들이다.”(50)

 

2. 개념에 익숙해지기 위해, 좀 더 꼼꼼히 읽기 위해 집중세미나시간에서든 분기에세이에서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리좀>과 관련하여

 

  저자는 리좀이 기표작용을 하는 절단이 아닐, 지각할 수 없는 단절”(53)을 통해 바깥(외부)와 접속하고 증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그런 리좀은 “n차원에서, 주체도 대상도 없이 고른판 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선형적 다양체를 구성”(47) 합니다. 그런데 그 n은 늘  n+1이 아니라 n-1입니다. 저자가 n = n-1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논술문제를 내거나, 혹은

 

 “리좀은 선들로만 이루어져 있다”(24) 이 말을 씨앗문장으로 에세이을 써보세요, 라는 식으로. 어떠세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3. , <장자>... 


뿔옹샘의 후기를 보고 아, 점심도 김밥으로 떼워가며 2시간이 넘게 블라블라 떠들었건만 거의 전달된 것은 없구나. , 나는 무능한 튜터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급 반성이....ㅠㅠ

 

어쨌든 그날 저는 <리좀>을 염두에 두면서 <장자>에 있어서도 저자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동양에서 지식인()의 등장. 그들이 지식인인 이유는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우환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공부()합니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죠(=). 즉 세상에 대해 근심하고 공부해서 출사하는 것. 혈통적 귀족과 더불어 정치의 공동주체가 되는 것이 지식인의 존재방식입니다. (노파심으로 말하는 건데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는 장자의 --逍遙과 대비하기 위해, 굳이! 반드시! 한자로 쓰고 있는 중입니다. 꼭 읽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지원, 명심하숑~~)

그런데 만약 정치적 파트너()가 훌륭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여, 지식인에게는 出處進退의 문제가 그들의 담론내용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장자와 동시대인 맹자에게 있어서도 이 문제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저는 <맹자>가 왕도정치나 성선설을 다룬 텍스트일까?라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지식인의 주체화양식에 관한 텍스트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자주 하지요.

어쨌든 장자로 돌아옵시다. <인간세>의 앞의 세 개의 에피소드는 바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식인이 세상을 구하고 싶을 때(첫번째 심재 에피소드), 혹은 원하지 않는 정치적 파트너와 일을 해야 할 때(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  지식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바로그 문제를 다루고 있죠. 그리고 <맹자>에서 다루고 있는 출처진퇴의 방식과 전혀 다른 삶의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수업시간에 줄 쫙 치고 반드시 써보고 외워올 것. 이라고 했던 문장들입니다. (뿔옹샘 후기 밑에 명식이 단 댓글 참조)

 

한편 장자는 <장자>라는 텍스트를 리좀, 다양체로 만들기 위해 고원의 방식이 아니라 우언’, ‘치언’, ‘중언의 전략을 썼다는 이야기도 더불어 했지요.

 

4. ‘심재에피소드는 정말 중요합니다. 리좀이 <천의 고원>의 입구이듯 심재역시 <장자>의 입구입니다.

 

여러 갈래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나아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귀는 소리를 듣는 데서 멈추고 마음은 인상을 받아들이는 데서 그쳐라. 그렇게 하면 기는 텅 비어() 모든 사물에 부응한다. ()는 오직 텅 빈 것에서 실현되는데, 이 텅 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心齋)이다.” (낭송장자 54)

若一志,无聽之以耳而聽之以心,无聽之以心而聽之以氣! 耳止於聽,心止於符.氣也者,虛而待物者也. 唯道集虛. 虛者,心齋也

 

아마 나중에 기(), () 등을 적극적으로 들뢰즈의 리좀이나 잠재성에 연결시키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글쓰기 강학원에서 <천의 고원><장자>의 꺽꽂이, 접붙이기를 시도하게 될테니까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수업시간에 나왔던 乘物以遊心, 不得已以養中 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단 교과서적으로 동아시아에서 =時中이다라는 말을 했지만, 리좀적으로 말해보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죠^^

 

중간은 결코 하나의 평균치가 아니다. 반대로 중간은 사물들이 속도를 내는 장소이다. 사물들 사이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가거나 그 반대로 가는 위치를 정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와 다른 하나를 휩쓸어 가는 수직 방향, 횡단운동을 가리킨다. 그것을 출발점도 끝도 없는 시냇물이며, 양 쪽 둑을 갉아내고 중간에서 속도를 낸다.”(55)

 

들뢰즈가 <카프카>에서 말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자유해방이 아니라 출구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출구를 찾는 것!! ^^

 

 

5. 이제부터 공지사항입니다.

 

1) 가능하면 참고서 (, <노마디즘>)를 보지 말고 교과서 중심으로 독해를 하세요

댓글 2
  • 2019-03-07 09:20

    아... (참고서를) 이미 봐버렸는데, 이걸 어쩐다.  -.-;;;

    역시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야 되는 거였군여. ㅋ

    저 역시 뭔가를 쓰지 않으니 남지 않는 것 같은 허전함이 있더라구요.

    짧게라도 정리 메모를 써보는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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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7 16:03

    저는 <리좀>을 읽으면서 들뢰즈가 권하는 책읽기가 흥미로웠습니다.

    기의나 기표를 찾으려들지말고, 책이 무엇과 기능하는지, 어떤 다양체를 집어 넣어 변형시키는지 물어보라구요.

    <리좀>에서 기존의 책읽는 방식에 대한 주의와, 리좀 방식의 책읽는 방식에 대한 환기를 반복해서 읽다보니 들뢰즈 읽는다고 겁먹었던 스스로가 좀 웃겨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열심히 읽어야겠지만, 경쾌한 발걸음으로 읽어야겠다! (읽을 수 있겠다)

    또 글쓰기강학원 세미나도 열심히 하지만 경쾌한 세미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될 수 있지 않을까?)

    장자도 들뢰즈도 그렇게 만날 생각을 하니 어쩐지 재미있어집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경쾌하게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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