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한 세미나 2주차 후기

경덕
2022-02-22 20:05
265
 
농밀한 세미나 두 번째 시간에 참여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 지하철을 탔습니다. 덜 읽은 부분을 마저 읽느라 이번 책 <S&M 페미니스트>를 꺼내야 했습니다.
 
책을 펴서 앉아서 읽고, 서서 읽고, 환승 구간을 걸으며 읽는데, 지하철이란 공간에서 '책읽는 사람+'S&M'+'페미니스트''란 보기 드문 조합의 탑승객이 되었다는 자의식은 괜히 표지 각도를 신경 쓰게(최대한 안보이게!) 만들더군요. 사실 사람들은 자기 휴대폰을 보느라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지만요..! 그럼에도 저자가 보여주는 다채롭고 광활한 섹슈얼리티의 세계에 빠져 책을 접지 못한 채로, 무사히 문탁에 도착했습니다. 
 
첫 시간에 뵈었던 수련님, 현민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세미나 참여를 못하게 되었어요. 아쉽지만 첫 시간에 나눠주신 솔직한 이야기들, 예리한 질문들은 남은 세미나 동안 계속 떠오를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우현님, 만복님, 그리고 저까지 헤테로 남성 세 명의 모임으로 조정되어 '헉,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하는 걱정을 속으로 살짝 하기도 했어요. 근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또 그 나름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경험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고, 새로운 섹슈얼리티 관계를 탐구하고 싶다는 공통의 지향 속에서 의외의(?) 시너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책의 저자 쏜은 섹스에 대한 금기시된 욕망들을 소개하고, BDSM을 포함한 성적 의사소통을 어떻게 잘 나눌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아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성욕의 분출이 아닌 어떻게 안전하게 서로의 욕망을 이해하고, 다양한 방식의 성 행위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우현님은 이 책이 읽을 수록 너무 좋아서 원래도 두꺼운데 더 두꺼웠으면 좋겠다고, "완전히 새롭게 성교육을 받는 느낌이고, 인생에 너무나 이로운 지침서를 읽은 느낌"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한남에서 피씨남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졌던 강박적 행동이 나의 욕망을 인지하고 드러내지 못하게 한 측면이 있고, 그런 강박적 차원에서의 '일관성'은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저자 쏜의 이야기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만복님은 새로운 공부와 경험을 하다보면 비주류적이고 주변화된 욕망이 일반적인 욕망보다 더 우월하다고 착각할 위험이 있고, 각자에게 본질적인 욕망이 존재하기보다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관계의 종류(케미?)에 따라 욕망은 달라지거나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파트너가 섹슈얼리티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아쉬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에게 BDSM의 욕망이 있는가? 각자의 섹슈얼리티 판타지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도 소박하게 나눠보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책 시작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고통을 두려워한다면, 고통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BDSM 커뮤니티의 모든 용감한 개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경계를 탐험한 후 지도를 갖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 클라리스의 블로그 댓글에 나온 출처 모를 인용
 
BDSM 이야기는 성적 욕망에 고통을 주고 받는 행위를 포함시킬 때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BDSM은 위험이 따르는 만큼 더 섬세한 소통과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윤리가 필요합니다. 개척자 쏜은 그 '경계를 탐험'한 후 모두가 안전하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험할 수 있는 '지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지도를 계속 따라가면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댓글 2
  • 2022-02-23 20:11

    깔끔하고 재밌는 후기 잘 봤습니다 🙂

    이번주도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요~~~

  • 2022-02-26 00:30

    새로운 섹슈얼리티 관계를 탐구하고 싶다는 공통의 지향 속에서 의외의 시너지ㅋㅋㅋ 너무 적절한 표현이네요. 

    헤테로 남성 세 명이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일지라도,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서로 다른 섹슈얼리티를 마주할 것 같아요(혹은 그렇기를 바라봅니다).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해 서로의 차이를 알아차려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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