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학교> 네번째 시간 후기 : 의으례가 뭬야!

강수아
2018-02-04 22:20
320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쯤 이끔이 명식이 비장하게 한 마디를 꺼낸다.

" 자.. 다들 이번 장은 어땠어?"

잠시 침묵. 

익명1 "이실직고 할게요. 저 안 읽었어요"

익명2 "아 저는 일리히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아서 재미가 없네요"

익명3 "4,5장은 이해가 되는데 3장은 약간 이해가 안 가요"

이런저런 소감들이 오가며 즐겁게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바밤!

3장 진보의 의례화 

3장 발제자는 우현. 일리히의 어려운 단어들을 우현이만의 재치있는 언어로 풀어낸 발제였다.

발제를 읽고 수현이 날카로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3장의 제목은 왜 <진보의 의례화> 인가요?" 

분위기가 약간 어수선해졌다. '의례' 라는 단어는 살면서 꽤나 들어온 단어지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단어였다.

누군가가 의례는 제도가 아닌가요? 라고 묻자 이끔이 명식이 의례와 제도는 다르다고 설명해주었다.

 --제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제사는 예로부터 당연히 해왔던 행사였다. 하지만 이를 행하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위반되지는 않는다. (일단 이 점에서 제도와 다르다.) 대신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어르신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가족 공동체, 크게는 마을 공동체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의례는 문화에 가깝다.  제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싶으면 보다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의례는 문화를 뿌리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 물론 제도가 너무나 오래되서 의례로 바뀔 수 있다. 학교가 그렇다. 학교는 처음 제도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때가 되면 당연히 가야할 곳으로 인식되면서 이제는 의례가 되어버렸다. 

의례와 아주 은밀한 관계를 맺고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신화' 이다. 신화 라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그리스 신화이다.

먼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감정들을 신화로 풀어내었다. 그리고선  가뭄이 오면 대지를 관장하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전쟁을 할 때면 전쟁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제사라는 의례를 행한 이유는 신화를 믿었기 때문이고 신화를 믿었던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제사라는 의례를 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의례와 신화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의례가 만들어낸 신화가 있다. 바로 소비의 신화이다.

--학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육과정을 소비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8살 때부터 아주 당연하게 교육과정을 소비하기 시작한다. 

학년이 오를수록 우리는 저절로 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돈을 투자할 수록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 이라는 믿음을. 그리고 이게 바로 소비의 신화이다.--


4장 제도 스펙트럼

4장은 다들 이해하기 쉬워 했던 것 같다. 일리히는 세상에 있는 제도를 스펙트럼 위에 놓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두 가지 유형의 제도를 설명했다. 좌측 끝에는 공생적 제도가, 우측 끝에는 조작적 제도가 있다.  공생적 제도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지향하는 제도이다. 공중전화,지하철,우편,인도,공원 등을 예시로 들었다. 반면에 조작적 제도는 강제적이고 강압적이다. 또 이용자에게 소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학교,병원,군대 같은 현대 사회의 제도 대부분이 조작적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규태가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럼 국가는 조작적 제도에 가까운 것 아닐까..?"

'엥!!?? ㄱ구구국...가???' 4장 발제자였던 나는 심히 당황했다. 일단 공생적 제도와 조작적 제도 모두 국가에 포함되어있는게 아닐까 라고 답을 하긴 했다. 하지만 국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그리고 국가가 들어오면 너무나 범위가 커지기에 패스하기로 했다.

5장 부조리한 일관성

5장은 수줍수줍(편견일 수도..)  한 가현이 발제를 했다. 5장에서 일리히는 기존의 학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비판대왕^^

기존의 학교에서 무언가 잘못됨을 느껴 자유학교 (거의 대안학교) 를 세운 사람들,

기존의 학교에서 잘못되고 있는 무언가를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애쓰는 교육 공학자들 등등

기존의 학교를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들 모두! 사실 학교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제도에 대해 급진적 비판자라고 보이는 사람들도, 청소년, 특히 가난한 청소년에 대해 지는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 의무란 사랑으로 또는 위협을 가해서라도 청소년을 길들여 사회로 그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

청소년 이라는 그룹을 만들어내고 지켜주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학교화 된 것이었다..

발도르프 학교를 다니는 가현은 발제를 하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라는 질문이 뒤늦게 들었다. 하지만 다음 시간에 들을 수 있다! 

다음 시간엔 영화 <억셉티드> 를 보고와서 각자 다녔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 이라고 한다!

우왕 기대된당!







댓글 2
  • 2018-02-04 22:40

    엥!!??ㄱ구구국...가??? 를 진짜 똑같이 말했어 ㅋㅋ

    청소년 또는 청년들이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 배움이 일러난다

    누구든에는 우리도 포함 돼있을뿌운

  • 2018-02-09 22:49

    후기들로 봐서는 세미나가 상당히 재밌었던 것 같네~!

    앞으로 남은 두 장도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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