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글쓰기> 12월 18일 6회 후기

새털
2014-12-22 20:04
614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샤프' 한 자루

 

무릇 <사기 글쓰기>라 함은 사마천의 <사기>에 대한 이해와 <글쓰기>의 팁을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 일타쌍피를 목적으로 한 기획강좌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여섯 번의 세미나를 마치고 후기를 쓰려고 하니,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강좌신청 댓글을 달았던 저주스런 그날이 떠올랐다.

'춘추필법'을 따랐으나, 어느새 스스로 '절대필법'이 되어버린 <사기>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문구에 '혹'해 신청을 하고나서

나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걱정은커녕 곧 접신하게 될 '절대필법'의 경지가

오로지 궁금하고 기대될 뿐이었다.

이 얼마나 순진한 무지의 소치였던가!!

 

<사기>는커녕, 중국의 역사,

하물며 동양고전의 쌩기초라고 하는 <논어>를

읽어본 적 없는 수강생들에게

사마천과 <사기>와 '절대필법'이란 얼마나 요원한 경지인지......

그리고 세미나때마다 문탁샘의 한숨은 얼마나 심오한 경지인지......

 

백이숙제를 읽고 '지조'와 '절개'를 얘기하면 문탁샘은 질문하신다.

"그렇게밖에 읽을 수 없는가?"

관중과 포숙을 읽고 '우정'을 논하면 문탁샘은 또 째려보신다.

"근데 그 우정이 말하는 바가 뭐냐고?"rabbit%20(25).gif

 

암튼 이런 문탁샘의 역공격에 '허걱' 놀라 방어의 기술을 연마하다보니

교과서에서 배웠던, 혹은 흔히 얘기했던 중국의 역사를 의심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뽀글뽀글 거품을 물며

씀바귀님 말씀대로 중국역사의 먼지를 쌓아가고 있다.

먼지가 태산이 될 날이 있겠지요rabbit%20(30).gif

 

지난 시간엔 사공자열전이라 부르는

맹상군열전, 평원군/우경열전, 위공자열전, 춘신군열전을 공부했다.

이 공자들 문하엔 빈객이 3천이란다.

3천궁녀는 알아도, 3천빈객은 처음 듣는지라

세미나회원 대부분이 공자와 빈객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갖고 왔다.

공자의 애로사항을 일소에 해결해버리는 빈객에 대해

고은이는 혹시 삼성연구소 같은 곳이 아닐까? 삐딱한 시선을 보냈고

동은이는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빈민구호소인가?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게으르니는 3천명 밥을 삼시세끼 해먹이려면 공자네 부엌은 얼마나 커야 하나?

또는 공자네 집은 얼마나 큰가? 과장된 기록이 아닐까 한껏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렇게 우리가 헤매고 있는 동안

문탁샘은 마지막 귀족주의랄까?

의협이란 개념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공자와 빈객의 관계는 일방적인 군신관계가 아니라

서로서로 지속적으로 오디션을 보며 탐색하던 관계가 아니었던가?

공자를 도와주는 은둔자라는 자들의 정체나 지향하는 바는 뭐였던가?

기타 등등 전국시대라는 변화의 시기 '흔들리는 기존질서'에 대해

많은 단상들을 표창 던지듯 날리셨다.(다들 하나씩 주워봐요. 에세이주제로)

 

확실하고 명명백백한 것은 하나도 없다.

사마천의 기술방법은 본인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극적인 에피소드와 사태의 정황을 설명하고

마지막에 '태사공'의 논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짧은 문장들의 행간에는 너무 많은 사건과 시간과 관점이 들어있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최초의 텍스트는 <사기>뿐이니

우리는 짐작하고 추론해볼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정교하게 정밀하게 추론해볼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게 <사기글쓰기>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셜록처럼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의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내력과 정황을

쌈박하게 파악해들어가는 샤프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니까 내가 사기글쓰기 과제를 매번 꼴찌로 올리는 변도

사실 이 '샤프함'이 없어서다.

 

동은아, 고은아, 이번주 셈나에 올땐

샤프 한 박스 사와라. 한 자루씩 나눠갖자!!

다른 샘들은 샤프말고 안주 한 가지씩 두 손 가득 들고 오세요.

크리스마스파티 해요rabbit%20(3).gif

 

 

댓글 4
  • 2014-12-22 20:31

    새털샘의 뒷주머니 잡은 저는 뭘까요? ㅋㅋ

    에세이 주제를 주워야 하는 거였군요.

    문탁샘의 눈을 통해서나마 잠시 볼 수 있는 수천년 전의 중국.

    세미나 때 재미나게 듣고 또 뭐 써야 하나 괴로움의 시간 흑흑

    '샤프 한 박스'는 샘의 유머? ㅋㅋ

    이번엔 빨리 쓰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맘편히 지내야 할텐데요..

    크리스마스에 뵈어요^^

  • 2014-12-22 20:38

    저기요,

    새털...

    돈 없는 애들 샤프 사오라고 하지 말고 그 샤프 내가 갖다주면 안 될까요?

    사실은

    샤프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날카로운 시선이 잘 나온 걸로 사진이 어떨가 싶은데...

    <사기>와 <글쓰기>라는  일석이조, 일타쌍피에 넘어가지 않은

    저는 흥미진진하게 사기글쓰기 숙제 올리는 순서와 후기를 챙겨보고 있답니다.

    근데,  벌써 1/3이  지나갔다구요?

    흠흠...

    아까운 한 주, 한 주  더 잘 읽겠습니다요.

  • 2014-12-22 21:51

    이번주도 빨리 올릴거..

    말리지마^^

    버뜨, 탁샘 왈 <주제가 뭐야??  왜 이렇게 썼어? ?>

    이 대사 이제 졸업해야하는데..

    버뜨, 이번주는 뒤풀이도 있다아아아아~~~~

  • 2014-12-23 07:46

    사기글쓰기를 하면서 세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첫째, 어이없음

    둘째, 흥미로움

    셋째, <사기와 글쓰기>는 내가 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

     

    첫째와 둘째는 동전의 양면 같은 건데요... 삼천빈객을 고은이가 삼성경제연구소 같다고 하고, 고은이가 빈민구호소 같다고 할 때,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지만 조금 지나면 너무 신기한 거야요. 아, 이 아이들은 삼천빈객을 이렇게 이해하는군나. 재밌구나...라구

    셋째...그러니까 제가 세미나 시간에 던졌던 질문들...

    예를 들면 "그래서 관포지교의 교는 도대체 뭔데? 그건 그리스의 필리아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 건데? 관포지교의 교는 이후 공자스쿨에서는 어떻게 변용되는데, 그건 <논어>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데?" 와 같은 질문.

    혹은 "소진과 장의는 정말 권모술수의 화신들이야? 그렇게 보는 거 맞아? 그리스 시대에는 웅변술과 수사학이 매우 중요했잖아? 왜 그랬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라는 책도 썼는데, 종횡가들의 텍스트인 귀곡자를 웅변술과 수사학 책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  나아가 '말'이 뭐지? 공자는 어떤 계기로 '교언영색', '강의목눌'이라고 하게 되었을까? "

    혹은................

    뭐 이런 것들을 글로 써야 할 사람은 <사기와 글쓰기>에 모인 학인들이 아니라 바로 저인거죠.

    그래서 저도 다짐합니다. 언젠가는 꼭 써야쥐^^

     

    동은아, 나도 훨씬 더 샤프해져야 하니까 샤프 한 자루 꼭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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