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풀이 후기

문탁
2010-02-18 11:44
2824

풍경1

아침 일찍 아톰님께 전화를 드렸다.

"맥주 사오실 때 안주도 좀 사다주세요. 안주가 부족할 지 모르니까 우리가 미리 준비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톰님 왈, "사람들이 안주를 가져올 것 같은디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가져오지 않을까요?..."

역시 아톰님이시다.

강의 시작하기 전에 다식부터 볶은 땅콩, 피땅콩,  마른 오징어, 조미 오징어, 치킨, 생야채와 기장(其醬 --ㅋㅋㅋ...논어강좌를 들은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어다^^)까지..사람들이 가져온 다양한 안주가 수북히 쌓였다.

 

풍경2

5시반 복습시간, 오늘도 정확히 그 5분 전에 해슬이가 문탁 문을 열고 들어온다.

복습하는 사람은 점점 줄었지만^^

지난 6주간 늘 같은 시간에 울려펴진 낭랑한 낭송의 목소리들!!

지난 6주간 늘 같은 시간에 밥을 했던 나는 그 목소리들이 천상의 노래소리처럼 (너무 오버인가? ㅋㅋㅋㅋ) 들린다^^

 

풍경3

논어 마지막 쫑 !!

다음 강좌에 마음이 바쁜 문탁은 우싸부를 쫒아다니면서 다음 강좌(맹자든, 대학이든^^) 를 졸라댔고

싸부님은  '학이불사즉망' ...^^...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즉답을 피하셨다.

뒷풀이때까지 괴롭히자, 싸부왈, "내가 어디 도망가냐? ㅋㅋㅋ... 천천히... 그리고 그대들도 좀 쉬어" 라면서 웃으신다.

문탁 오픈하고 지금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문탁식구들이 잠시 숨도 고르고, 좀 쉬라는 속 깊은 배려^^.... 그 맘이 충분히 전달되어 온다.

 

풍경4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는 논어 마지막 강의의 마지막 구절은 "식불염정....."으로 시작되는 향당편의 한 구절이었다.

먹고 마시기 전에, 먹는 이야기로 강의를 마무리 짓는 싸부님의 유쾌한 센스^^

그리고 한구절 한구절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확실히 반응했던 마을의 장금이들..ㅋㅋㅋㅋ....

 

풍경5

피치못할 사정으로 결석한 반장 대신 마지막 수업의 반장 노릇을 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일단 출석부 체크!

헐!!

개근자가 무려 열일곱명이다.

옆에서 딸 아이가 쫑알댄다. "나도 거의 개근이야. 첫 강의 빠진 건 학교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

그래, 이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번 정도 결석한 사람들까지 치면 70% 정도가 "거의" 개근이다.^^

좋아서 그냥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ㅋ!

 

풍경6

세미나실1과 세미나실2에 나눠 앉아 맥주 한캔씩을 마신다.

여늬 뒷풀이답게 이야기는 종횡무진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하든 종횡무진 논어구절들이 인용된다.

'방무도, 방유도..'

'유소불위...'

'기장....'

'탄탕탕, 장척척...'

'광자..견자...'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총명하지....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순간,

깨닫는다!!

이건 총명한가, 아닌가, 잘 외우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구나... 우리가 배운 구절 하나 하나가 우리 삶에, 내 삶에 뼈 속 깊이 사무치게 와 닿는 거구나......

미안님과 동하님이 말씀하신다.

논어를 배우는 동안, 정말 논어 공부가 마음의 위로가 되었노라고.......

 

 

지난 6주,

문탁 안에서 논어 소리가 울려펴졌고

그 文香이 문탁을 넘어 마을로 퍼졌고

그 순간 우리는 이미 里仁이었다.

 

 

 

피에쑤:

열강을 해주신 싸부님

열심히 복습하러 온 학생들

수요일마다 되풀이되었던 궂은 날씨에도 열심히 공부하러 오신 수강생들

논어게임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한마디에,  즉각 게임을 개발하신 무담님

강의준비하고 밥했던 나머지 문탁 식구들 모두 수고하셨어요

즐겁고 신난 날들이었습니다^^

댓글 2
  • 2010-02-18 23:03

    제가 어릴 때는 '개근상'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답니다.

    성실과 근면의 표상이자, 된 사람의 표상이기도 했지요.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만 된사람, 난사람, 든사람.. 이야기 기억나시지요?^^

    그래서 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가야한다.. 뭐 이런 집 많지 않으셨나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파도 학교가야 한다는, 그런 말은 집에서 일종의 금기어가 되었지요.ㅎ

    학교가기 싫으면 쉬어라.. 안가도 된다.. 된다.. 된다.. 그러다가!

    아이가 아예 학교 자체를 안가버리는 상황까지..ㅋㅋ

    암튼

    어릴 땐 약골이어서 개근상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저와

    어쩌다 보니 학교를 때려치운 딸이 함께 개근한 유쾌한 논어강좌!

    논어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운 시간이었습니다..^^

  • 2010-02-19 08:43

    아쉽게도 마지막 쫑을 함께 하지 못해 무지무지 섭섭합니다요...

    이번 강의를 통해 논어가 확실히 '공자왈맹자왈'이 아니라 생활속에 살아있음을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금 이런 결정을 한 것도 '효'에 대해 배우면서 마음이 울렸기 때문이거든요...

    하여간

    문탁 첫번째 강의를 열기와 즐거움 속에 함께 하게 되어 정말 고맙습니다.

    반장 노릇 제대로 못했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 그냥 흐뭇하기만 하네요

    선생님 말씀처럼 잠시 숨 돌리고 다시 열기를 모아서 또 즐겁게 공부합시다요...

    여러분, 논어강독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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