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그리고..

미안
2010-02-18 13:13
2575

하루 빼고 몽땅 지각한 주제에 개근했다고 박수까지 받은 뻔뻔한 나.

회식이 두번 있었고, 고래싸움에 새우등도 자꾸 터져서 확 그냥 나자빠지고 싶은날도 있었지만 어찌어찌 여섯번을 모두 출석하였다.

하지만, 그건 나의 의지력의 산물이 아니었고, 오로지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동료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재미때문이었다 (저를 개근케 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정권이 바뀌고서부터...는 아니고 2008년 어느날, 내겐 내앞가림 말곤 할수 있는 일도 능력도 딱히 없다는 생각에, 소녀가장생활이 대충 마무리가 될 50세가 되면 이것저것 다 버리고 칩거에 들어가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미안은 소인인지라 일단 여생을 놀고먹을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산출한 후 적금을 붓기 시작하였고, 50세 생일을 D-day로 삼아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논어를 만났고, 문탁네트워크의 '사람들'을 만났다. 以文會友라.

사람들이 모이는듯 싶더니, 공부방이 생기고, 강좌가 생기고, 퍼즐이 생기고, 어어어 하는 사이에 문탁네트워크는 그렇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준비하신 분들의 수고는 모르는 배부른 수강생의 시각-ㅅ-).

그 과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문득, 나는 나의 무기력증의 원인을 알았다. 뭐든 혼자서 하려던 게 문제였던 것이다.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되겠는가..일단 저지르고 내가 할수 있는 만큼 하고, 못하는건 벗님네들 뫼셔다가 함께 하면 되는것을.

 

오늘 아침 출근해서, 컴퓨터 모니터의 D-day counter를 없애버렸다. 하고 싶고, 함께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얼굴에 철판깔고 문탁네트워크에 모인 분들께 신세를 마구 지려고 한다. 이것저것 가르쳐 달라고, 같이 하자고 막 징징거리려고 한다.

언젠가는 보답할 날도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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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여섯 번 강의로 논어 구경만 한 사람치곤 호들갑스런 리액션임에는 분명하나, my feelings are my feelings.

 

우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꼭 다시 뵈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어디 가시면 논어강의로 사람 하나 살렸다고 자랑하셔도 좋겠.. 쿨럭)

그리고, 여러 벗님들, 3월부터 마음세미나 혹은 다른 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
  • 2010-02-18 14:21

    그동안 문탁님 말고는 이렇게 들이대는 사람 별로 없었거든요.ㅎㅎㅎ

    은근히 풍기는 포스~

    미안님과 앞으로 함께 할 날들, 기대됩니다!

    • 2010-02-18 14:33

      아마 저도 아직 狂子인가봅니다^^;;

      아참, 의료생협이야기는 마음에 꼭 담아두었습니다. 저도 델꼬 가주세요.

  • 2010-02-19 08:54

    방가방가요...마음열어 식구가 늘어나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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