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후기_소인 상사 뫼시기
미안
2010-02-11 12:09
2720
직장생활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상사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욱의 달인 미안 임아무개, 이젠 적당히 나이도 먹어서 욱의 빈도가 다소 감소되었으나, 어제만큼은 참기가 힘들었다.
과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윗사람이라는 양반이 문제를 '돌파'하라고 볶는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나와 친한 더 윗분에게 청탁을 넣으라는 주문을 하신 것. 우리의 '적'도 다들 그러는데 너는 비빌 언덕이 있으면서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책..(할수 있다해도 나쁜짓은 하지 않는데서 인간의 우아함이 나오는게 아니었더냐 흑흑). 너 그런거 싫어하는 거 아는데 과의 이익이 달렸다 등등.
마음이 산란하여 공부가 안될것 같아서 결석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자그마치 간식담당! 도저히 결석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간식만 배달하고 그냥 귀가해서 머리 싸매고 누울까 싶기까지 했지만, 어찌 어찌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니 세상만사 다 잊고 거의 무아지경에 이르던 중, 수업 후반부 군자와 소인이 등장하였는데, 어제 수업중에 따로 읽지는 않았...(졸지않았다면 같이 읽지는 않은게 분명한)던 아랫 귀절이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子曰 君子易事而難說也,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小人難事而易說也. 說之雖不以道, 說也. 及其使人也, 求備焉. (子路 25)
공자가 말씀하셨다.“군자는 섬기기는 쉬우나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는 것을 도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는다. 그가 사람을 부릴 때에는 각자 그릇에 맞게 쓴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우나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는 것을 비록 도로써 하지 않더라도 기뻐한다. 그가 사람을 부릴 때에는 갖은 짓을 다해 주기를 요구한다."
"눈만 질끈 감으면 기쁘게 해드리기 엄청 쉬우며, 갖은 짓을 다해 주기를 요구하는" 나의 상사님이 소인이라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고나 할까 (정신건강을 위해 나 자신이 소인인것은 잠시 잊기로 함)..
어려울 때 하는 짓을 보면 군자인지 소인인지 알 수 있다 하신 우샘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상황은 흉악하기 그지 없으나 가치관은 버리지 않도록 노력해보리라 다짐해본다. 저 조만간 不遇貧賤해 질지도 몰라요 흑흑..
(잡설은 이쯤하고) 논어가 오늘 당장 나의 생활에 적용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텍스트라는 사실, 심지어는 위로가 될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 >.<먹은 미안 임아무개였습니다 (__).
P.S. 실명을 썼다가 상사님이 구글링하실까봐 아무개로 고친 소(심)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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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랬시유.. 살아있는 텍스트^^
군자, 소인이 초월적인 어떤 이상적 형상이 아니라
삶의 '궁상'(어제 싸부님은 '구질 구질하다'고 표현하셨죠^^)스러움 속에서,
그 속에서도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찾아내고 붙들고 간 그런 윤리적 담론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개념, 그렇게 형성된 담론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내 삶의 윤리들을 (버거워 하면서도 혹은 버벅대면서도 ^^) 만들어가야 하는 모양입니다..ㅋㅋ..
미안님^^
논어강독세미나, 하실거죠?
대인이 소인 모시기의 윤리를 설파하실 날을 고대합니다.
글자 채우기 게임에 강의에서 다룬 항목들만 넣고 있습니다만 미안님을 위해 (子路 25)를 특별히 추가하였습니다.
소통도 모르는 인간이 소통령도 아닌 대통령이라고 설치고(설치류?)
총리라는 이가 소인이란 무엇인가를 제 한 몸 바쳐 보여주는 세상인지라
천하 소인들이 제 세상 만난 듯 활기치는 요즈음이죠.
미안님, 게임이나 한판 하면서 스트레스 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