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을 먼저 단단히 하는 일

강주
2010-02-03 17:41
3001

17.  자왈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부종...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한다 하더라도 따르지 않는다."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문장에 좀 찔렸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은 곧 몸에 배인 일상이 아닌, 자식(내 경우)을 의식해서 나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의도하고 한 행위라면, 직심도 없을 것이고 곧 바닥도

드러나는 것 아닐까. 일상과 몸이 일치하지 않는 건 언젠가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의도한 바  없이도 내 몸이 따르는 그대로가 곧바르고 덕이라면 잔소리나 교육이

필요없어질 지도 모른다.

   언젠가 정화스님의 강의를 들었었는데, '자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고

질문을 드렸었다. 지금 그 상태로 이미 '완결된 존재'로 보아야 한다고 즉답을 주시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면서  의미를 연결을 시켜보았다.  흔히 잔소리라고 하는 걸 거의 하지

않는다(이건 내 생각이고)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스스로 좋은 엄마라는 자만심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도 아이를 완결된 존재로 본 적은 없었다. 나 또한 불완전한 존재이며 매순간 약해지고

흔들리는 존재이므로 더 단단하고 강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거기에 맞추어 여러가지 미션을 주거나 캠프를 보내기도 했었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보는 나의 시선과 흐트러진 나의 일상이 문제다.

  고전을 공부하면 일상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논어를 공부하고도 변하지 않으면 논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새해에 마음 먹은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꾸역꾸역 지키고 있지만,

한 가지가 아직 일상이 되지 않았다. 먼 데 있는 뭐를 잡자고 애만 잡을 게 아니라, 올 해는

가장 사소한 나의 일상을 제대로 행하며 스스로 단단해지는 힘을 키우는 일이 먼저인 것 같다.

발 붙인 이 현장에 올인하여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가는 게 [기신정 불령이행]이 아닐까.

댓글 3
  • 2010-02-03 17:48

    아이가 폐렴이라 '결석계'를 올리려고 들어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후기를 써야 한다는........ 

    다행히 애기 아빠가 되도록 빨리 온다고 하니, 조금 늦더라도 가겠습니다.

    쫌 있다가 뵐게요.

  • 2010-02-04 09:34

    저런...아이가 폐렴이라니 걱정되시겠어요. 그래서 좀 늦으셨구나...빨리 낫기를 기도드릴께요.

    고전을 공부하며 자기 삶을 돌아보는 강주님께 저도 배웁니다...

  • 2010-02-04 12:28

    어제 꼬마 얼굴 못보니 섭섭했어요.

    어느새 정이 들었나봐요.

    얼릉 나아 빨리 얼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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