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첼린지 17일차 - 어렵다.

느티나무
2021-05-19 22:13
169

 어제 아침 운동을 나가는 길이었다.

검은 옷에 생머리를 하나로 느슨하게 묶은 한눈에 봐도 단정하고 깔끔해 보이는 젊은이가

손에 들고가던 검은 봉지를 건물 사이의 외진 곳에 슬쩍 놓고 가는 걸 봤다.

종종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잠깐 고민했다.

뒤따라가 뭐라고 해야 하나?

혹시 쓰레기 봉지 살 돈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사람일까?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그냥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 

 

 친정 어머니를 뵙기 위해 대구를 왔다.

그리고 난 16일 동안 나름 에코 첼린저로서 활동하면서 지키려 했던 것들이

오늘 통째로 도루묵이 되었다.

엄마의 냉장고 속에 있는 못 먹게 된 음식들을 버리는 것 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음식을 드시지 않는 엄마, 그렇다고 음식을 해 놓지 않을 수도,

안 드신다고 탓할 수도, 이렇게 계속 음식을 버릴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엄마가 계시는 곳은 시장 한가운데 있다.

시장 사람들은 비닐이고 종이고 플라스틱이고 분리 없이 버린다.

엄마는 검은 봉지에 쓰레기를 넣어서 슬쩍 그곳에 버리신다.

그런데 나까지 그렇게 하자니 왠지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윤리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여서는 안 되지 않을까?

참 어렵다. 

 

댓글 2
  • 2021-05-21 11:55

    또 너무 힘을 들이면 쉽게 지치더라구요 좀 숨 쉴틈을 남겨두셔요 아직 갈 길이 머니 쉬기도 해야죠

  • 2021-05-21 12:02

    이젠 남는 건 쓰레기더라.... 이렇게 되지요...

    그리고 재료별 분리하는데 시간도 넘 많이 들고, 

    차라리 안쓰고 말겠어. 이렇게 되는 날까지... 분리하라고 계속 괴롭혀야 할 듯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