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후기: 국풍의 추억

요산요수
2010-07-13 17:22
3719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도에 마음을 두고, 덕에 머물며, 인에 기대고, 예에 노닌다.)

 

지난 주 논어강독 시간에 읽은 술이편의 구절이다.

 

공자님에게 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공자님은 시경을 무척 사랑하셨다.

그래서 마당에서 거닐다가 그 아들인 鯉(잉어)가  지나가자

시경을 읽었느냐, 모름지기 공부하는 자라면 시경을 꼭 읽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셨다고 한다.

 

음악은 사랑을 넘어 푹 빠지는 경지였다.

언젠가 순임금의 음악인 韶를 배우는 삼개월 동안은

그 음악이 너무 좋아

혀끝에 착착 감기는 고기맛을 잊을 정도였다니..

음악삼매에 빠져 밥맛을 잃을 정도였으니 그 매혹이 어떤 경지였을지 감잡기도 어렵다.

 

도에 마음을 두고, 덕에 머물며, 인에 기대고, 예에 노니시던 공자님은

시경의 시 삼백편을 한마디로 思無邪라고 줄였다.

 

지난 주에 배운 국풍/ 주남 소남 편의 시들을 보니

오잉? 이것들은 모두 요새 유행가 가사 같은 사랑타령이 아닌가?

그것도 젊디 젊은 청춘들이 어떻게 작업한 번 걸어볼까 오매불망인 그런 시들이다..

요새는 전화번호를 따는 걸로 작업을 한다지만

3,000여년도 더 이전의 중국의 젊은 것들은 매실따며, 경치좋은 물가에서, 반찬거리가 될만한 물풀을 따며 작업을 거는게 아닌가?

 

이런 시들을 보고  공자님은 대체 무슨 마음으로 思無邪라고 했던 것일까?

 

멋진 남자, 멋진 여자(그 기준은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를 보면 가슴이 콩닥거리고(요조숙녀 군자호구)

어떻게 꼬셔볼까 하는 생각에 밤새 뒤척거리고(유재유재 전전반측)

같이 놀러가서  찐한 장난치며 놀고싶고(유사여녀 이기상학)

누군가가 나타나서 나를 꼬셨으면 싶은(구아서사 태기위지)

그런 솔직한 마음을 모르고서는 道도 德도 仁도 없다는 건 아니었을런지..

 

하하

그러고 보니

점찍은 누나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

밤마다 전전반측하는 아들내미 하는 짓이 바로 사무사의 마음 아니던가!

시경읽는 열린 마음으로 아들의 청춘에 박수를!!

 

뱀발: 전두환이 대통령이 된 뒤 국풍이라는 관변청년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온갖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서 노래하고 춤추게 하고 젊은이들이 와서 놀게하는 그런 행사였지요.

          여의도 어딘가에 화려하게 차려진 행사장에 판깨러 갔던 일이 생각나네요.

          아마 국풍81인가 하는 제목은 당시 그쪽에 붙어서 알랑방구를 끼던 지식인들이 지어준 이름 아니었나 싶네요.

          사실 국풍 어쩌고 하는 행사명이 아무한테서나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댓글 4
  • 2010-07-13 22:35

    저는 지금까지도 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풍에서 금상인가를 받은 가수였죠...

    대상은 서울대 갤럭시라는 밴드를 동원하려다 여의치 않으니까 갤럭시 멤버 다 제주도로 MT 급조해서 끌고 간 후

    군대에 있던 갤럭시 OB들을 급하게 긁어모아 며칠 연습시킨 후 내보낸 후 주었다더군요.

     

    전두환이 아직까지 명붙이고 있는나라

    대한민국 좋은나라 골때리게 좋은나라

  • 2010-07-13 23:52

    아들의 청춘을 바라보는 요산요수님의 청춘에 박수를!!!

  • 2010-07-14 17:56

    아....<국풍 81>

    그거 깽판 치려고  각 대학 운동권들이 연합하여 '작전'을 짰다는 것!

    그런데...

    막상 당일, 여의도에선....

    너무 인간들이 많아,

    우리가 준비한 "깽판"이  마치 바닷물에 돌 던지기 같았다는 거...ㅠㅠㅠㅠ....

  • 2010-08-06 17:19

    음~, 상당히 폭력적인 분들이셨군요---.

    문탁가면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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