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가 돌아왔다-시강좌를 기다리며

수강생
2010-11-03 17:48
1192

경향신문에서 고미숙샘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박노해의 새로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주문했습니다.

 

<노동의 새벽>을 아프게, 아름답게 읽었던 그 시절은,

이미  아득한데

시인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그리도 또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박노해 시인과의 해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곽봉재샘의 <시강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숲을 만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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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252218325&code=990000

 

[고미숙의 行설水설]‘노동의 새벽’에서 ‘인간의 새벽’으로

 고미숙 고전평론가 bearheart@empas.com
 

 

박노해가 돌아왔다! 사진첩과 시집을 들고서. 지난 12년 동안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와 중남미 등 전 세계 분쟁지역과 재난의 땅을 떠돌며 13만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고 5000편이 넘는 시를 썼단다. 그의 사진은 아날로그의 산물이다. 필름을 갈아끼워야 하고 ‘줌’을 위해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움직여야 한다. 하여, 그의 사진을 보노라면 끊임없이 이런 질문이 솟구친다. “지금 작가의 시선, 아니 발바닥이 어디쯤 있는 것일까?”

사진과 시를 들고 돌아온 박노해

내가 찾은 답은 둘이었다. 하나는 존재의 무게 중심을 다 실어야 할 만큼 수고로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진 속의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 완벽하게 교감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하긴 둘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지금 내 발바닥과 시선에 실존의 무게가 다 실리지 않는다면 자연과 인생은 이런 장면을 결코 카메라에 허용하지 않을 테니까. 사진전의 제목처럼 그는 다만 ‘거기에 그들처럼!’ 있었던 것이다.

사진이 ‘빛으로 된 시’라면 시는 ‘언어로 짜여진 빛’이다. 그는 ‘실패한 혁명가’다. 하지만 정직하게! 절망했다. 자신의 ‘빳빳해진 목’을 치고 자신의 이름조차 다 지워버렸다. 긴 시간 반전평화운동을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말은 이제 머리가 아닌 발바닥에서 나온다. “한 시대의 악이/ 한 계급에 집약되어 있던 시절의 투쟁은 얼마나 힘겹고 다행인 시대였던가” “구조화된 삶의 고통이 전 지구에 걸쳐/ 정교한 시스템으로 일상에 연결되어 작동되는/ 이 ‘풍요로운 가난’의 시대에는/ 나 하나 지키는 것조차 얼마나 지난한 싸움인가”(‘시대고독’)-이것이 그가 광야에서 건져올린 새로운 ‘화두’다. 더할 나위 없는 물질적 풍요와 참을 수 없는 영혼의 빈곤! 한마디로 모두가 돈에 미쳐가는 ‘문명의 한밤중’, 이것이 우리 시대의 현주소다 -“약자들은,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 부자 되고 잘 살아야 한다/ 하지만 먹고살 만한 나라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되자고 경제성장에만 매달린다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다/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뿐”(‘성숙이 성장이다’).

그러므로 이건 노동의 문제도 계급이나 민족의 문제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집결된, 거기다 더 근원적인 우주적 원리까지 탐구해야 하는 ‘인간’의 문제다.

바야흐로 ‘노동의 새벽’을 지나 ‘인간의 새벽’이 도래한 셈. 하여, 이제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가 나 자신을 연구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나를 연구한다네/ 시장의 전문가와 지식장사꾼들이/ 나를 소비자로 시청자로 유권자로/ 내 꿈과 심리까지 연구해 써먹는다네”(‘자기 삶의 연구자’).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최후의 식민지는 일상’이다. 일상 속에, 아니 우리의 혓바닥 위에 아마존의 원시림과 전쟁과 기아 같은 ‘전 지구적’ 문제가 집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역설적이게도 ‘나 하나 지키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지만 나 하나를 지키기만 해도 세상을 온통 뒤바꿀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마지막 구절이 바로 이 시집의 제목이다.

시와 혁명의 눈부신 조우를

박노해, 그에겐 수많은 이름과 명칭이 있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노동의 새벽>의 시인이다. 이 시집을 빼놓고 어찌 80년대를 추억할 수 있으랴. 그 시절, 돈도 명예도 없었지만 함께 부를 수 있는 시가 있었기에 진정, 행복했음을. 우리 시대 청춘들도 부디 이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시와 혁명, 일상과 투쟁, 저항과 구도가 눈부시게 조우하는 ‘인간의 새벽’을 노래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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