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캠프 2] 뉴욕의 순간들

동은
2016-09-27 13:40
564

뉴욕에 있는 순간들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36 

 

 

 

 

첫 날의 개고생..을 하고! 크크성에 입성한지 어느덧 여섯 째 날입니다. 저와 일행들은 모두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한 번의 세미나와 다섯 번의 아침운동을 하고 밥도 잘 먹고 있습니당. 지금 고은과 합성은 열심히 맑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첫 후기는 제가 쓰게 되었어요. 

 

문탁쌤까지 입국한 날의 저녁, 해완 매니저가 크크성의 윤리를 말해주며 저희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캠프가 지나면 지날 수록 후기 내용이 전부 비슷해져요... 색깔있는! 테마있는! 독특한! 후기를 부탁해요!"

 

그래서 저희는 각자 어떤 후기를 쓸 것인가 고민했지요. 저도 지금까지의 후기와는 다른 후기를 쓰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진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어쩌지.......? ........ 너무 아무것도 생각 안나........ 사실 생각해둔 것이 있긴 한데 아직 모아놓은 장면이 너무 적어 제가 생각한 테마는 다음후기에 올릴까 합니다^^ 처음이니 시작은 평범하고 달콤하게 ㅋㅋㅋ

 

 

 

고은이와 저는 공항에 내린 후 계속 "여기가 뉴욕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감이 전혀 안난다는 거지요. 왜 그런 걸까요?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도시여서? 우리끼리는 영어를 안써서? 그냥 비행기가 뚝딱 우리를 실어다 줘서? 크크성 숙소가 너무 좋아서?(ㅋㅋㅋ) 수 많은 뉴욕의 사람들을 봐도 어딘가 이 곳이 뉴욕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제가 가지고 있던 뉴욕의 이미지는 어떠했길래 뉴욕에 전혀 온 것 같지 않다고 느낀 것일까요. 

 

뉴욕에 가기 전 읽은 <뉴욕 열전>은 저에게 시민들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런 뉴욕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가 바로 제가 뉴욕에 가기 이전에 가졌던 기대였지요. 이 곳에 와서 만난 뉴욕의 이미지는 살기 바쁜 곳이었습니다. 엄청난 집세와 물가, 적자만 아니면 성공인 한 달. 해완씨도 돈 벌기에 바빠 사람들에게서 무기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각자의 구역을 만들고, 무엇이든 팔고, 무엇이든 일을 해 계속해서 살아나갑니다. 이것이 제가 역동적이라면 역동적인 뉴욕 시민들의 모습인 것이지요. 제가 돌아다니는 길들은 그 들의 출근길, 퇴근길, 산책길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실감이 안나던 뉴욕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만난지 여섯 밤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도 낯설지만 문득문득 '내가 바로 그 뉴욕에 있는 거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

 

 

 

1.

 제가 크크성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옥상입니다. 이 곳에서는 다리 너머 맨하탄까지 보여요. 하늘을 보면 시야에 거슬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건물들이 낮거든요. 세계 2차대전 즈음에 지은 건물들이 아직까지도 사용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주민들이 사는 곳은 모두 평평한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모든 옥상을 막아놓는 반면 이 곳에서는 옥상을 막아놓지도 않고 높다란 아파트 때문에 시야가 답답하지도 않거든요. 틈이나면 옥상에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0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39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0

 

  

2.

 계획도시 뉴욕은 모든 골목이 일정합니다. 중학생때 길 안내하는 영어표현을 배울 때 왜 블록block으로 말하는 건지 몰랐는데 이번 뉴욕에 와서 이유를 제대로 알고 가요. 이 곳은 정말 레고 블록처럼 모든 길거리가 똑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거리의 블록을 지날 때마다 마치 책장이 넘어가는 것 처럼 바뀌는 거리를 볼 수 있어요. 지금 크크성이 있는 거리는 남미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두 블록만 가면 바로 인도의 거리가 펼쳐집니다. 지하철 한 정거장만 가면 한국어 표지판이 줄을 서있고 뒷쪽으로 가면 아파트가 아닌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지요. 이런 사정은 멘하탄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토요일 산 제냐로 축제를 보러 간 리틀 이탈리는 축제거리 위에 장식을 날아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대열에서 두 걸음만 빠져나와도 바로 중국인들의 거리가 펼쳐져요. 이탈리안 성인의 축제가 불상과 불과 500m 거리를 두고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갑자기 변하는 분위기는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것처럼 새롭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희가 토요일에 갔던 퀸즈 코로나 공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 공원은 뉴욕에서 센트럴 파크 다음으로 큰 공원입니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 쓰레기 처리장 위에 지은 공원이지요. 저희는 코로나 공원의 지구본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 곳에서는 페루와 에스파냐계열로 보이는 인디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공연인지 의식인지 모를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연못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본 나라 국기만 세 개, 모임만 다섯 개, 공원을 빠져나올 때 까지 축구 경기만 여섯개를 넘게 본 것 같아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많다는 것은 단순히 명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이에요.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2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2601_2695.jpg

 

 

 

3.

 다양한 인종들이 한데 섞여 있는 퀸즈의 분위기와는 달리 맨하탄은 아무래도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정말로 거대한 빌딩들 사이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정말 빌딩을 움직이는 영양분처럼 느껴집니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하나의 세포처럼요. 오늘은 뉴욕 공립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공립도서관은 뉴욕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이 되는 곳으로 열람실의 이용이 자유롭습니다.  저는 여기서까지 조는 대범함(ㅎㅎ)을 보였어요. 공립도서관 뒤에는 브라이언트 공원이 있습니다. 사실 뉴욕에는 빌딩 사이로 간간히 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어요. 사방으로 둘러싸인 빌딩 숲 안에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합니다. 너무 좋아서ㅋㅋㅋㅋ 저희는 오늘 처음! 도시락을 싸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마음대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누구나 잔디밭에 마음대로 누워도 괜찮다니... 햇빛 받으며 살짝 조니 '뉴욕을 즐긴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3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3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3
 
여기까지가 제가 지금까지 느낀 뉴욕입니다. 고정적인 스케줄 또한 잘 수행했다는 것을 알려야죠ㅋㅋㅋ 저희 맑스 세미나는 일요일 10시에 합니다. 다른 후기에선 새로운 분들도 만나고 그러던데 저희는 저희끼리 세미나를 해서 해완씨와 지용씨 말고는 그다지 새로운 느낌이 없는데요.... 게다가 저는 그 날 맑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헤겔의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 서설>은 출판하기 위한 책의 서문인데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헤겔이 말하는 이성의 완성형인 '국가' 그리고 지금 국가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최종적으로 프롤레타리아의 가능성을 꿰뚫은 초기 맑스는 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문탁쌤의 열혈 설명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 시대의 이미지가 확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혁명의 바람이 자꾸만 흩어지고 무언가 해답을 주장하는 맑스의 총명함...은 추상적이지만 느낄 수 있었어요. 어려워.. 어려워!
 문탁쌤은 처음 맑스를 읽었을 때 끓어오르던 마음이 우리들에게는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맑스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고 싶으신 것 같았어요. 재미있는 것은 뉴욕에서 저희만 맑스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저희가 토요일에 들렀던 '맥날리 잭슨'이라는 독립 서점(independent bookstore)에서, 또한  'bluestocking'라는  래디컬 북까페에서, 맑스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문탁쌤이 엄청 반가워했음)   저는 <해겔의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 서설>에서 마지막 부분에 쓴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겼어요. 보편적인 사람과 실질적인 사람의 구별. 정치와 이상, 그것을 위해 노동자들의 '어떠한' 굴레를 끊는 것, 살만한 것, 지금의 삶, 나의 삶... 수많은 이민자 노동으로 움직이는 뉴욕 안에서 이런 고민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면 독일의 해방의 적극적 positive (실증적인, 실질적인)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대답 : [그 가능성은] 뿌리깊은 굴레에 얽매여 있는 한 계급, 결코 시민 사회의 계급이 아닌 시민 사회의 한 계급, 모든 신분들의 해체인 한 신분, 자신의 보편적 고통 때문에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특수한 부당함이 아니라 부당함 그 자체가 그들에게 자해외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는 한 영역, 더 이상 역사적 권원을 증거삼을 수 없고 단지 인간적 권원을 증거삼을 수 있는 한 영역 (...) 하나의 특수한 신분으로서의 사회의 이와 같은 해체는 [바로] 프롤레타리아트이다.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5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5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5 

      584f368427d64b8f13b154182f2fad88_1474945

 

 

신기신기하지요 ㅎㅎ 어쩌면 벌써 뉴욕 열전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벌써 만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돌아다닐거예요. 다리가 아프지만 아침 운동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가서 얘기할게요. 다음 후기까지 안녕~~~~

댓글 8
  • 2016-09-27 13:55

    뉴욕의 맑스 궁금해지네요@@

    근데 뉴욕에 가면 사진들이 뉴욕뉴욕스러워지나요?

    예상 못한 뉴욕풍경이 보고 싶어요@@

  • 2016-09-27 14:21

    (두 번째 파트 공원 사진 두 장에 저와 합성, 문탁쌤이 숨어있습니다!)

  • 2016-09-27 15:43

    캬~ 막시스트 에듀케이션 프로젝트에 맑시스트를 싫어했던 푸코의 사진이.

    ISIS 와 이슬람 공포 시대에서 푸코와 이란혁명을 다시 보자는 프로그램 멋있네요.

    푸코평전을 이제 막 다 읽은 일인으로서 이 프로그램이 재밌을 거 같아요 ㅋ

  • 2016-09-27 16:16

    사진 한 장도 그냥 넘기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건달바 따라하기^^

    푸코 사진 밑의 사진은 빅토르 세르주..

    몇년전 혁명사 공부할 때 

    아나키스트로서 러시아 혁명에 참여했던 빅토르 세르주가 쓴 <러시아혁명의진실>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이 사람을 몰랐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생각이 나요.

    건달바 아니었으면 그 포스터 휘리릭 보고 넘길 뻔 했네. ㅋㅋ

    그 다음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네요.

    ------

    뭐 그런 것보다.. 뉴욕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네요..^^

  • 2016-09-28 00:44

    역시 눈이 많으면 많이 볼 수 있군요.

    저는 푸코 사진만 보고 쓰윽 지나쳤는데 말이죠~

    그런데, 동은이의 글이 우리의 실제 일상보다 더 달달한거 같네요 ㅋㅋ

  • 2016-09-28 08:46

    도서관 사진이 제일 부럽네요~

    맑스 밑에 푸코..그밑은 누구? 했는데 요요샘이 알려주시는군요^^

  • 2016-09-28 22:17

    근데 도시락 속에 있는 것은 무엇?

    단무지야? 재크 크랙커 같은거? 아님 뭐지???

    밥도 아닌거 같고 ㅋㅋ

    뉴욕의 공원에서 까먹는 도시락 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 2016-09-29 12:18

    우왕. 뉴욕 공공도서관 앞의 사자들은 잘 있나요?

    나도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어요

    어려운 막스도 푸코도 막 읽힐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