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관리자
2010-11-16 22:36
2036

강좌에서 다루는 시인의 시들을 미리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자기소개와 함께 낭송하기로 했던 것 잊지 않으셨죠?

 

강좌의 내용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테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그동안 잊었던 시를 가까이 하고

다시 읽은 그 기억은 오래 남지 않을까요?

 

시집을 구하여 한 번쯤 통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바쁜 일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시사랑'이라는 단체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시인별로 대표적인 시는 대부분 올라와 있어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www.poemlove.co.kr/(시백과 메뉴 아래에서 시인별 찾기를 누르세요)

 

주의> 첫 페이지에 오래 머물지 마세요.

           닭살 돋는 낭송으로 인해 주화입마에 들지도 모릅니다.

 

 

흔히 뱃사람들은 재미 삼아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게으른 동행자인 양 뒤쫓는 바닷새를.

 

갑판 위에 내려 놓으면

이 창공의 왕자는 서툴고 수줍어

그 크고 흰 날개를 노처럼

가련하게 질질 끌고 가네.

 

날개달린 이 유랑자, 얼마나 서툴고 어색한가!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우습고 추한가!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건드려 약올리고,

어떤 사람은 절뚝절뚝 하늘을 날던 불구자 흉내를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되네.

- 보들레르, 「알바트로스」전문

 

 

거리는 내 주위에 아우성치고 있었다, 귀청도 째어질 듯이,

시름에 잠겨, 장중한 고통에 싸여, 날씬하고 후리후리한

한 여인이 지나갔다, 화사로운 한쪽 손으로,

꽃무늬로 가를 두른 치맛자락을 치켜 흔들면서,

 

날렵하고, 고상하게, 조상彫像같은 다리를 보이면서,

나는 마셨다, 실성한 사람처럼 몸을 뒤틀며, 그녀의 눈 속에서

태풍 머금은 납빛 하늘,

마음 호리는 다정스러움과 뇌살시키는 쾌락을,

 

번갯불 한줄기 반짝·····그리고선 밤!-그 눈길이

순식간에 나를 되살려 놓고 사라져 가버린 미인이여,

영원 속에서밖엔 그대를 다시 못 볼 것인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저승에서밖에는! 너무 늦었다! 아니면 영영 못 만나게 될 지!

그대 사라진 곳 내가 모르고, 내가 가는 곳을 그대 모르니,

오, 내 그대 사랑했어야만 했을 터인데, 오, 그대도 그런 줄 알고 있었을 테지!

-보들레르, 「지나는 여인에게」

 

 

우둔함과 과오, 죄악과 인색에

마음이 얽매이고, 육신은 시달려

우리는 기른다. 친근한 뉘우침을

거지들이 몸속에 벌레들을 살찌우듯이

 

악은 완강하고, 회한은 비열한 것

참회의 값을 듬뿍 짊어지고

우리는 즐겁게 진창길로 되돌아온다.

값싼 눈물에 우리의 온갖 때가 씻긴다 믿으며,

 

악의 머리맡엔 마귀 트리스메지스트가

홀린 우리네 정신을 토닥거리고 오래 흔들어 재우니

우리의 의지라는 값비싼 금속마저

이 묘한 화학자 손에 모조리 증발 된다.

 

우리를 조정하는 줄을 잡고 있는 악마여!

메스꺼운 사물에도 매혹되는 우리는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걸음씩 내려간다.

두려움도 모르고 악취 풍기는 암흑을 가로질러

 

한물 간 창녀의 몹시 찍힌 젓퉁이를

핥고 물고 빠는 가난한 탕아처럼

우리도 가는 길에 은밀한 쾌락을 훔쳐내어

말라빠진 오렌지를 비틀 듯 억세게 눌러 댄다.

 

수백만 거위 벌레처럼 촘촘히 우글대며

한 떼거리 마귀가 우리의 골속에서 흥청거리고

숨을 쉬면 죽음이 허파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 되어 말없이 투정 부리듯 흘러내린다.

 

강간과 독약, 그리고 단도와 방화가

가련한 우리네 운명의 볼품없는 화폭을

익살맞은 대상으로 아직 수놓지 않았다면

아! 그것은 우리 영혼이 그만큼 대담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들

그리고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들

우리네 악덕의 치사한 동물원에서

짖고, 악을 쓰고, 으르렁거리며 기는 동물 중에서도

 

제일 더럽고 심술궂고 흉측한 녀석이 도사리고 있으니!

야단스레 쏘다니지도 아우성치지 않아도

기꺼이 대지를 산산조각 갈라놓고

한 번의 하품으로 지구라도 삼키리.

 

그 괴물이 바로 권태!  눈에는 막연히 눈물이 괜 채

수연동 피워가며 단두대를 꿈꾼다.

독자여, 그대도 알겠지, 다루기 힘든 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나의 동류,  ·····내 형제여!

- 보들레르, 「독자에게」전문

 

 

 

항상 취하라/그게 전부다/그게 유일한 것이다/우리에 어깨를 부러뜨리고/땅속으로 눕히는 /시간이라는/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항상 취하라

 

무엇으로라도/술로,/시로,/아름다움으로/마음대로/항상 취하라

 

때때로 궁전의 계단에서,/도랑 속의 푸른 풀 위에서/방의 우울한 고독 속에서/깨어났을 때

술기가 이미 가셨거나 없어졌으면/바람에게,/물결에게,/별에게,/새에게,/시계에게/도망하는 것들에게,/신음하는 것들에게/굴러가는 것들에게,/노래하는 것들에게/말하는 것들에게,/물어보라/지금이 몇 시냐고 물어 보라/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할 시간이다. 시간에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계속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아름다움에, 마음대로>

-보들레르, 「취하라」

 

자연은 살아 있는 기둥들이

때때로 모호한 말들을 새어 보내는 사원.
사람들은 친근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 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빛처럼 드넓으며
컴컴하고도 심원한 통일 속에서
긴 메아리 멀리서 섞이어 들듯
향과 색과 소리가 서로 화답하네.

어린 아이들의 살처럼 싱그럽고
오보에처럼 달콤하고, 초원처럼 푸르른 향내들,
또 그밖에도 썩고 풍만하고 의기양양한 것들.

정신과 향기의 교통을 노래하는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끝없는 사물들의 확산을 가진다.

-보들레르 [조응]

 

댓글 1
  • 2010-11-17 13:22

    ㅎㅎㅎ

    고마운 관리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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