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2분기8회차 후기 - 가난하게 살라는 건 아닌데

진달래
2020-10-06 19:57
287

언젠가 도서관 강의를 갔었는데, 강의가 끝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는 나에게  수강생 한 분이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은 집값 같은 데는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네?  아, 아~ ”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속으로는 뜨끔했다.

사실 동네 집값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올랐는지, 혹은 떨어졌는지 뭐 이런 거 잘 모른다.

변명이라고 치자면 돈이 없으니 그 집값 알아도, 몰라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하지만 그 때 그 말을 듣고 세상 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비쳐지는 나를 반성하기는 했다.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강사가 공자왈 맹자왈 떠드는 게 우스워 보이지 않았을까?

 

유학자, 뭐 대충 선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편견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가난에 대한 것인 것 같다.

왠지 유학자라고 하면 부귀에는 초연한 그래서 뭔가 쫌 꾀죄죄하고 마르고 꼬장꼬장한 노인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공자가 거의 2미터에 가까운 큰 키에 아주 건장한 모습이었다고 하면 다들 약간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부귀에 대한 유가의 입장은 사실 그걸 멀리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부유함과 귀함, 이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나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머물지 않는다. 가난함과 천함, 이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나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떠나지 않는다.(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 貧與賤, 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리인-5

 

이 문장을 보면 부귀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얻었느냐가 문제이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누가 뭐라겠는가?

남을 속인다거나, 불법적인 일을 한다거나 하면서까지 돈을 버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라는 게 꼭 열심히만 한다고 벌리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래서 공자님이 술이편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부유함을 구할 수 있다면 채찍을 잡는 마부라도 나는 또한 되겠다. 그러나 만일 구할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술이-11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도 부는 하늘이 정해 주는 것이라며

내가 타고난 지갑이 얼마 되지 않으니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내가 가난한 것이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처럼 생각되어 괴로울 때 이 문장도 함께 위로가 되었다.

공자님도 그렇대잖아. 구할 수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그러나 가난은 쭉 유가에서 고민거리였던 것 같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베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않은 부유함과 귀함은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다.(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술이-15

 

도가와 달리 유가는 정치 참여를 통해서 자신들의 뜻을 세상에 펼치기를 원했다.

그러다보니 부귀와 빈천의 사이를 오가는 일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관중과 같은 최고의 재상 자리에 올라 명성과 부귀를 함께 얻을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었겠지만

그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을 것이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면  그 자리에 집착하게 되어 결국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뜻을 잃게 되는 일도 빈번했을 것이다.

글 속에 가난은 마치 세속을 초탈한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가난도 그럴까.

아마도 많은 경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꾸 밖으로 손을 뻗게 되어 결국 자기를 상하게 만드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위령공편에 진나라에서 양식이 떨어져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병에 걸리자 자로가 공자에게 화를 내며 묻는 장면이 나온다. 

“군자도 곤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곤궁함을 견뎌내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위령공-1

 

뭐 이런 일들이 공자 시대에만 있을까. 그 이후로도 쭉~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 않은가 싶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돈이 없는 걸 걱정하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한 걱정이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돈이 없을 땐 돈이 좀 있어보고 그런 말을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돈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아마 남들처럼 살았으면 애들을 닦달해서 공부시키느라 지금쯤 사이 안 좋아졌을지도 모르고,

공부 안 하고 이상한데 빠졌을지도 모르지.

돈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돈이 많으면서 잘 살기도 쉽지 않은 것 같더라. 

뭐 이런 생각을 막 해보지만 공자님도 가난하게 살라고 한 건 아니라는데 돈은 좀 있으면 좋지.

아, 그럼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아파트 값은 너무 고원한데...

더치커피  10월 매상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나...

댓글 5
  • 2020-10-06 23:04

    저는 공부에 좀 더 관심을...

    그래서
    진달래쌤처럼 멋진 후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 2020-10-07 13: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웃픈거구나^^

  • 2020-10-07 15:05

    구할 수 없다면, 나는 나 좋은 걸 하겠다!
    저도 이 문장 마음에 들었어요!!
    달리 할 방법도 없지만,
    달리 할 방법도 없으며
    애끓이며 살기 쉬워서요.

  • 2020-10-07 21:37

    그러니까...공자님도 좋아하는 것 보다는 부유함을 우선에 두신건가? ^^
    나도 그런대... ^^
    부유함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 할 것 같다.
    유가와 달리 名利 자체를 不義로 보는 도가가 나는 차라리 속편하다.

  • 2020-10-11 09:32

    논어를 읽으면서 박제화된 성인 공자가
    따뜻한 피가 흐르고 일상을 중시했던 사람으로 다시 다가오더라고
    저도 공자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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