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복습단 >논어 글쓰기 5회- 아는대로 살아가는 일.... 영무자

뚜띠
2020-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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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대로 살아가는 일... 영무자.

대학입학 면접에서 과지원 동기를 묻던 교수님께 나는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을 했다. 삼십년도 넘은 기억인데 왜인지 생생하다. 아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대답했다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마도 그 시절의 나는 알기만 한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곳이고 해야 할 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만 한다면, 그대로 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子曰 甯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 可及也 其愚 不可及也

영무자는 위나라의 대부이다. 文公과 成公이라는 두 제후를 섬기던 신하였다. 문공시절의 위나라는 도가 갖춰진 사회 그러니까 아는 대로 행하며 사는 것에 어려움이 없던 나라였다. 오늘날의 표현을 써보자면 상식대로 살 수 있는 나라였을까. 그러나 성공이 제후가 되면서 위나라는 무능한 제후와 어지러운 나라 사정으로 그동안 지켜졌던 도가 없어지게 되었다. 성공은 강대국인 晋나라와 楚나라사이에서 외교적인 어려움을 겪고 제후들과 갈등을 빚는다. 그 와중에 제후들과의 송사에 말려들어 영무자는 성공을 대신하여 송사를 감당한다. 하지만 송사에서 지고 성공은 주나라로 끌려가는 처지가 된다. 주나라로 끌려간 성공을 대신해 위나라에서는 공자 適 子瑕가 새로운 제후로 세워지니 대세는 성공이 아닌 새로운 제후와 그를 섬기는 대부들 편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무자는 그리 어질지도 현명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무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성공을 쫓아 주나라로 간다. 그곳에서 성공은 이미 다 끝난 제후로 제거될 위험에까지 처하지만 영무자는 성공이 위나라로 돌아가도록 갖은 애를 쓰며 신하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그러니 영무자의 이런 행보는 위나라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헛된 고생으로 어리석다는 비웃음을 사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며 알아주는 명백한 대의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흐름이 이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슬며시 물러나 자신의 안위를 우선해도 될 것을 어리석다는 비웃음을 자처한 영무자의 이러한 태도를 공자님은 오히려 다다르기 어려운 훌륭한 태도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신념과 그것을 일상 속에서 이뤄내는 성실함은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오롯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키려는 마음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대세를 따르려는 마음을 누르고 자신이 지켜야할 그것에 집중하는 뚝심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기위해서 대학에 왔노라고 말했던 열여덟의 나를 지금의 내가 만날 수 있다면,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나또한 어찌 살아야 할지를 알기위해 손에 쥐어지는 답을 찾는데 골몰하였으나 아는대로 산다는 것의 진짜 승부는 그 답을 내 삶으로 녹여내는 그 시간에 있더라고 말해야겠지. 여전히 일보전진 이보후퇴를 반복하는 나로서는 그것조차도 당당히 말하기가 어렵겠지만 말이다.

댓글 2
  • 2020-09-17 19:53

    성과가 없더라도 죽을 힘을 다 하는 것
    그게 유가의 군자의 삶이겠죠
    저는 멋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0-10-11 10:15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싶어서" 라는 지망 동기를 말하는 똘똘한 역사학도 눈에 서언 합니다.ㅎ

    그러게요. 나이들어가면서 아는데로 사는게 쉽지않고
    안다는 것 또한 명료하진 않지만
    염무자의 훌륭한 삶의 태도에 저도 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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