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2분기 5회차 후기-옹야편을 마치려고 달렸으나...

봄날
2020-09-1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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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장: 안회는 공자의 전폭적인 총애를 받는 뛰어난 제자이지만, 그래서인지 안회가 나올 때마다 공자님이 침 튀겨가며 칭친하는 것을 보면, 좀 밥맛이다. 9장에서도 공자님은 안회 깔때기다. 안회는 가난하고 누추하지만 그것을 근심하지 않고 내내 그것을 즐겼으니 어질다고 칭찬하신다. 

 

6-10장: 염구가 겸손하게 말한다.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힘이 좀 부족하네요." 그러자 공자님의 지적질. "힘이 부족한 사람은 중간에 그만두게 마련인데, 너는 지금 스스로 선을 긋는구나." 이 예를 맹자의 말로 바꾸면 역부족은 불능(不能), 획은 불위(不爲)에 해당한다고 우샘이 말씀하신다. 염구는 공자말년에 노나라의 최고인재였다. 이 이야기가 당시의 일화였다면 공자는 염구가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팔일편 6장 계시가 태산에서 제사지내는 것을 공자가 염구에게 말릴 수 없겠냐고 물었을 때, 염구가 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일까?

 

6-11장: 자하는 학문의 방향에서 공자 사후 대단한 세력을 이루었지만, 논어에서는 묻혀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공자님은 그에게 "너는 소인儒가 되지 말고 군자儒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儒는 士와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둘 다 '선비'라고 번역한다. 이때 儒에 대해 주자는 '배우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증자의 사와 같다. 그런데 주자 이전의 해석 중에는 일종의 직분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글자가 사람(人)+필요하다(需)의 결합인 만큼, 당대 중요했던 제사/장례의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소인류가 아니라 군자류가 되라는 공자님의 가르침이다. 공자님은 자하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6-12장: 담대멸명의 등장. 자유가 큰 도시의 재상을 맡자 공자님이 제자에게 사람을 얻었느냐고 물으셨다. 담대멸명은 지름길을 가는 일이 없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자유를 찾지 않았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이건 함께 일할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서이다. 한데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보면 이 일화는 담대멸명을 제대로 알아본 자유의 능력을 오히려 높게 보는 거 아닐까?

 

6-13장: 맹지반은 패전장수이지만, 후퇴할 때 맨 마지막으로 성안에 들어왔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자기가 뒤처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말이 안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6-14장: 혼탁한 시대, 세 치의 혀로 살 것인가, 번듯한 외모로 살 것인가...말 잘하고 잘나지 않으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면서 공자는 세태를 한탄했다. 이때 말잘하는 사람의 대표는 축타, 잘 생긴 사람의 대표는 송조이다. 말잘하는 것(佞)의 반대는 곧음(直)이고, 잘 생김(美)의 반대는 덕(德)이다. 공자의 이런 대구적인 설법은 많은 것을 압축하면서도 대번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6-15장: "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너는 바깥으로 나올 때 문을 통하지 않고 나올 수 있어? 모름지기 사람이 살아가는 데 道를 통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뭐랄까,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지 않니?"

 

6-16장: '彬彬'은 그냥 빛나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태어난 바탕이 잘 가꾸어져서 겉으로 드러날 때에 빈빈할 수 있다. 이때 가지고 태어난 바탕을 質이라 하고, 그것을 가꾸는 것을 文이라 할 수 있다. 문과 질의 조화로운 발현. 거칠지 않고 번드르르하지 않게 나를 컨토롤하는 것. 이론적으로는 늘 심플하지만 그것은 정말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6-17장: 인지생(人之生)과 망지생(亡之生). 사람의 삶의 가치는 直이다. 그런데 곧지 않으면 살더라도 요행히 죽음을 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6-18장: 도를 아는 자는 도를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도를 좋아하는 자는 도를 즐기는 자만 못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라"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런데 공자님은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만도 힘겨워한다. 즐기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이다.

 

6-19장: 공자님의 눈높이 교육법에는 9단계가 있다. 우연인지 수능도 9등급이다. 중인은 여기서 5단계, 한가운데이다. 공자님은 중인이상에게 '높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것' 즉, 上의 의미는 무엇일까? 

 

6-20장: 공자의 수레를 자주 운전해준 번지 등장. 공자님은 번지가 知에 대해 묻자 "백성들이 의에 맞춰 살도록 하고 귀신을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면 그것이 지이다"라고 대답한다. 또 인에 대해 묻자 "어려움을 견디고 나중에 얻으면 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댓글 1
  • 2020-09-16 18:49

    아 ~~ 이렇게 후기를 쓰는 방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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