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3분기 6회차 天山遯 후기

영감
2018-09-06 21:02
437

天山遯

 

파지사유에 있는 농가월령 책에 보면 요새가 白露백로 즈음인 데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절기라고 합니다. ‘四時不忒’사시불특 
생각합니다.

 

둔괘에서는 소인을 이르는 陰이 자라는 때에 군자가 물러나 피함에 있어그 때와 지켜야 할 도리를 논합니다遯자를 보면
돼지가 뛰어가는 모습입니다그래서인지 이번 효사들은 육이를 빼고는 돼지를 연상시킵니다당장 음의 수는 두개뿐이래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여 陽은 일단 빨리 숨어서 몸을 지켜며 때를
기다립니다작전상 후퇴지요돼지보다는
쥐가 어울릴 듯한데 군자의 체면을 생각한 것 같아요현실세계를 떠나 숲으로 들어간 현자들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각설하고요.

 

요약

 

遯은 亨하니 小利貞하니라.

를 잘 판단해서(知幾退避피하되 도를 굽히지 말고 조용히 자기 연마를 하면서 지내면 그걸로 됐다 (亨통하다)는 것이지요무협지에
나오는 運氣調息
운기조식 이 떠오릅니다군자가 돼 가지고 천하의 도가 허물어지는 (道之將廢걸 보면서 어찌 좌시하느냐 하겠지만
지금은 둔의 시대입니다음의 세력이 더 커지지 않고 나가기 어렵게 (强此之衰 艱彼之進뒤에서 소극적으로 노력하는
수준이 小利貞이라고 이해합니다.

 

初六은 遯尾라 厲하니 勿用有攸往이니라.

도망가는 순서에서 초육은
최후순위이기에 꼬리에 비유하였습니다은거할 군번이 못 되니 부화뇌동하지 말고 현위치에서 동작그만하고
있으라는 얘기입니다.   

 

六二는 執之用黃牛之革이라 莫之勝說이니라.

둔의 개념과 연결고리를 못
찾았습니다모든 효가 卦名과 따로 노는 괘도 있긴 했지요.  그런
경우에도 괘명을 동사나 형용사로 써주는 성의나마 보였는데…  돼지가 대세인데 소가 튀어들어온
것도 그렇고요주역에서 2 5는 특별 대우를 받습니다.

九五와의 正應을 소가죽의
질김으로 비유했음에도 구오는 군자답게 六二에 매이지 않고 떠납니다나중에 보십시요.

 

九三은 係遯이라 有疾하여 厲하니 畜臣妾에는 吉하니라.

둔은 신속하게 멀리가야 하는데
육이를 향한 사사로운 정에 매여 위태합니다상응하는 군자간의 관계가 군자-소인의 친비 구도로 격하되면서 臣하와 妾등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일 (不可大事也 )이나 합니다그거라도 잘해야 길합니다이번 효는 厲
가 사실상 결론인데 陽의 체면상 吉로 마무리하느라고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제까지 배운 주역은 三효에
대해서는 다소 인색했습니다上이 陰인 괘의 六三효는 더욱 그랬지요예외는 있었지만요하긴 中도 못되면서 영양가
없는 上하고나 응하고… 四는 五와 물리적으로 가깝기나 하지요그래도
삼효가 인간적입니다호프집에서 만나고 싶어요.  

 

九四는 好遯이니 君子는 吉하고 小人은 否하니라.

유보적인 내괘에서 건체 외괘로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구삼과 비슷한 설정에서 구사는 乾체의 양효답게 자기 감정을
이성적으로 통제하여 초육과의 관계를 의연하게 정리하고 둔합니다. ‘우아하게도’ 논어 안연편의 ‘克己復禮’가 인용되었습니다.

 

九五는 嘉遯이니 貞하여 吉하니라.

구오를 군주에 대입하면 어색한 괘가 있습니다역시 中正한 킹카답게 은둔도 때에 맞추어  ( 時止時行 ) 아름답게 합니다正應하는 육이가 둔괘에서는
예외적으로 구오의 발목을 잡지 않습니다이처럼 二와五의 응을 곱게 보지 않는 괘가 또 있었지요천화同人.

 

上九는 肥遯이니 无不利하니라.

상구는 어차피 位가 없어져 물러나는 先순위이니 둔괘에서는 주인공 격입니다그래서 여유있는 둔이 되었습니다다른 효처럼
잡는 이도 없습니다건체 최상의 양으로서 과감하게 (乾體剛斷축복속에 은퇴합니다상구가 이럴 때도 있네요

 

 

진짜 후기

 

주역을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우리가 다행히도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어서 이러한 위대한 경전을 이해하는데 유리하다고 안도했었다그러나
난해한 문맥의 해석에 있어 우리말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 안도감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우리말과 글을 대한 실망으로 바뀌었다우리가 한자어를 차용하여 주요 개념 (특히 추상적인 )을 표현해오는 동안 우리 고유어는 그 양과 질에서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도 퇴화하고 있다그 결과 한자어를 다시 한자 단어 (경계할 戒)를 통해서 이해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마치 엑셀의 순환참조 오류처럼게다가 근대에 조립된 한자 단어와 요즘 들어 사회적으로 왜곡되고 있는 개념으로 인한 한자단어에 대한
어설픈 이해가 오히려 원전의 뜻을 새기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義理'를 읽고 언듯 조폭을 연상하는 건 나만의 문제일까 ? 이제는
그 자리를 영어가 차지해서 동일한 문제를 확대해서 이어가고 있고정신나간 언론이 그 앞장을
서고 있다이 후기도 동사조사관형어등 조금 빼고는 거의 한자어이다그나마
영어를 의도적으로 피한 결과이다우리 같은 언어 채무국의 말로는 자명하다머지 않아 우리말과 글은 懸吐와 발음부호로 남을 것으로 우려한다얘기가
옆으로 샜다산만함은 아이와 노인의 특징인가.

 

 고졸 후에 복습심지어 떄로는 예습까지 해가면서 이만큼 한가지 배움을 계속한 기억이 없다주역을 시작한 것이 올해 최고의 결정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직도 '초구'하면 당구가 먼저 떠오르는 나는 아직 멀었다

댓글 4
  • 2018-09-07 07:02

    맞습니다^^ 주역을 시작한 것이 올해 최고의 결정이셨어요^^ ㅋㅋ

    해석을 둘러싸고 언어를 조탁하느라 몸에 새겨지는 습도 좋고^^

    일 주일에 한 번 청일점으로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으신가요?

    어느 순간 청일점의 차이를 넘어^^ 함께 공부하는 동학의 우정까지 돌보는 경험^^

    이 모두 통칭해서 '올해 최고의 결정'이 되지 않을까요? ㅋ

  • 2018-09-07 07:17

    ㅋㅋ

    초구가 당구 용어인가요? 재밌습니다.

  • 2018-09-10 13:27

    초구....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삼효와 호프집이라~ㅎㅎㅎ 

  • 2018-09-10 21:43

    청일점으로서의 외로움이 조금 느껴지는 것은 저의 선입견일까요?  그럼에도 유머와 센스가 가미되면서도 이전 공부까지 되살리셔서 풀어내는 여유는 참으로 뭐랄까 ,,,, 문나가는 순간 삭제를 누르는 제가 감히 부러워하기도 민망하네요. ㅎㅎㅎ

    그럼에도 같은 복습조라는 으쓱대는 맘이 살짝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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