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남해신묘비>

자작나무
2022-01-17 22:37
152

 

2021년 12월 한 달 동안의 방학을 마치고, 2022년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방학이 있는 세미나, 그게 바로 <한문강독>이랍니다. 와아 짝짝

그렇게 한 달을 쉬어서 그럴까요, 더 반갑고 더 할 말이 많았던 시간,

그러면서도 또 다시 한문에 적응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ㅎㅎ

 

이번에 읽은 것은 <고문진보 후집>, 한유의 <남해신묘비>를 읽었습니다. 

책의 편집자가 여기서는 좀 불친절해서 한유가 언제 왜 이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 주석을 써두지 않아, 

앞서 조금은 방황했지만, 한유가 조주라는 저 아래로 좌천당한 상태에서 자기보다 더 아래에 있는,

그렇지만 여전히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광주자사 공씨의 공적을 상찬한 글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부하에게 바다신에게 제사지내는 일을 대신 지내게 해도 되고, 

비바람 부는 바다를 건너 사당으로 직접 가지 않아도 되지만,

광주자사는 '직접' 제사를 챙겼습니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에서 게으름핀다고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은 일이라도,

진심으로 자기 일을 챙기는 관리의 모습을, 광주자사를 통해서 그리고 광주자사를 그린 한유를

통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한유가 흡사 '의도적으로'(^^;;) 이 "이신위솔(以身爲帥)"이라는,

즉 솔선수범한다는 말을 써둔 건 아닐까 하고 상상력을 펴봐요.ㅎㅎ 

글 속에서 '이신위솔'은 문형적으로 좀 뜬금없이 보였는데, 그래서 예심샘도 그렇고 우리도 잠시 멈칫했는데,

그 멈칫과 샘의 한마디 설명이 이건 뭐지 하면서 한유는 뭘 말하려고 한거지 하면서 좀 생각하게 된 거랍니다.  

당나라가 위태로와 보인다해도 이렇게 자기일을 하는 관리들에 의해서

자기 맡은 바 일에 열심인 지식인이나 관리에 의해서 유지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대국의 힘은 한 개인 개인의 '노오력'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ㅎㅎ

 

혼자 읽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렇게도 읽을 수 있고 저렇게도 읽을 수 있고

어떻게 읽을까 논의하는 과정이 더 머리속에 남고, 그것이 도리어 공부인 경험. 

이런 한문 읽기의 즐거움이 우리 세미나의 즐거움인 것 같아요. 후후

 

한유의 아름답고 단단한 글도 좋지만, 오랫만에 본 세미나원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더  반가운 날이었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밝은 얼굴로 봐요~~

 

 

 

댓글 1
  • 2022-01-18 11:40

    저는 누룽지님이 중국에 서해와 북해가 어디있냐고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ㅋㅋ

    또 남해신 축융에게 제사지내는 때가 태풍부는 시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하셨어요.

    우리가 당연시하는 관행적 표현에 대해 언제나 문제를 제기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누룽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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