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학교 시즌2] 스피노자 읽기 6주차 후기

지음
2023-06-19 06:01
372

세미나라는 신세계에서 혼을 빼고 있는 사이 어느덧 정의, 정리, 증명이라는 기하학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스피노자의 서술 방식에 조금은 익숙해져 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부적합한 관념에 이어 스피노자가 말하는 적합한 의식, 적합한 관념에 대한 정리들이 소개되고 정리 49의 자신의 학설에 대한 인식이 삶의 용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에티카 2부 정신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부분의 끝을 맺었습니다.

 

정군샘의 말씀처럼 세미나가 회를 거듭할수록 이후 정리가 잘 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여러 샘들의 질문이 읽어온 분량 안에서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혼자서 대충 한번, 꼼꼼하게 한번 읽고 난 뒤 세미나를 참여하고 나면 샘들의 촘촘한 질문과 너른 해석과 싸움(?)ㅎ 덕에 어렴풋이 스피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번뜩 보이는 듯도 합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의문을 던지신 가마솥샘의 질문은 처음 모로의 스피노자 매뉴얼을 읽었을 때부터 가진 물음표라 반가웠습니다. 이 질문은 열면 안되는 상자를 열었다는 정군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신체 변용에 대한 관념으로써의 정신이므로 우리는 원인 전체를 인식할 수 없고 부분적 인식 밖에 안되는 것이 숙명이기에 이 의지에 관해서도 상상의 단계, 즉 1종 인식에서 해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 당신의 말이 무엇인지 감각이라도 하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후, 정중동샘, 호수샘과 봄날샘의 ‘공통통념’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공통통념은 물체안에 다 있는 것, 인간 신체가 다른 물체와 가지는 변용, 내 신체와 저 물체 사이의 공통적인 면이라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부는 여러모로 앞으로 이어질 윤리학의 톡톡한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하였습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공통성의 확대가 적합한 인식으로 이어져 그것이 결론적으로 우리를 정말로 ‘자유’로, ‘지복’으로 이끌 수 있게 될지..기대와 함께 왠지 모를 조급함도 생겨납니다. 이어질 3부부턴 읽은 경험이 있는 여러 샘들의 말씀에서 1,2부 보다는 읽기가 수월하다고 하셨으니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 보아야겠어요. 매 시간 제겐 이보다 더한 도전이 없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댓글 7
  • 2023-06-19 10:39

    지음샘 이야기처럼 3부는 1, 2부보다는 읽히는 게 조금은 수월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정서(감정)의 개념 규정이 모호한 느낌도 있어 편안하지만은 않을 듯한 느낌이기는 하구요.

    저는 지난 시간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이 다소 미흡해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아 '뷔리당의 당나귀' 관련 추가 설명하는 것으로 댓글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뷔리당의 당나귀는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언급해 더 유명해진 말이라고 합니다.
    스콜라 철학자였던 장 뷔리당(1295-1363.프랑스)이 당나귀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체론>에서 "사람이 배고픈 정도와 목마른 정도가 정확히 같은 상황에서 음식과 마실 것이 바로 앞에 있다면 그는 분명 둘 모두를 내버려 두고 굶어 죽을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뷔리당은 이와 비슷하게 '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유명해졌고,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두 개의 방법이 있고, (한 사람의 의지가 교착상태인 판단을 깰 수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해지기 전까지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후 스피노자가 이 역설을 '뷔리당의 당나귀'로 소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이제 <에티카> 2부 정리49의 주석 네번째 반론(84p)으로 옮겨가겠습니다.

    "균형상태에 놓인 사람은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인해 죽게 되리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한다. 만약 그들이 나에게 이런 사람은 사람이기보다는 당나귀와 같은 존재로 평가해 하지 않을까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겠다."
    스피노자는 '당나귀와 같은 존재'인지를 묻는 말에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긍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마름과 배고픔 이외에는 '다른 어떤 아무 것도 지각하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당나귀와 마찬가지로 굶어 죽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당나귀처럼 되지 않으려면 둘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는 '적합한 관념'을 획득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뷔리당의 당나귀에 대해선 <스피노자의 동물우화>(열린책들) 101-102p에 자세하게 언급돼 있습니다.

    • 2023-06-20 23:40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관념이 목마름과 배고픔이 동일하다면, 스피노자는 어... 그렇다면 죽을거야 아마... 이렇게 심드렁하게 대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ㅎ

  • 2023-06-19 12:01

    자유에 관한 고민은 저 역시 끝까지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아마도 많이들 그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스피노자가 인과적 결정론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스피노자를 결정론자 또는 숙명론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봤어요. 나중에 또 다시 이야기 나누어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음샘, 후기 감사합니다.

  • 2023-06-19 13:33

    저는 필연적인 자유라는게 그리 불편하지 않은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역시나 방법은 ’그런가보다‘입니다.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튜터님.

  • 2023-06-19 13:42

    샘들의 촘촘한 질문과 너른 해석의 싸움(?)에 공감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피노자의 맥락이 반복되면서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신체를 통해 들어오는 변형된 관념의 연속의 연속.. 저는 중간에 몇번 빠져서 1, 2부를 메꿔가며 3부까지 정리해야 날림이 안될 것 같습니다.

  • 2023-06-20 00:02

    ‘혼자서 대충 한번, 꼼꼼하게 한번’!!!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거기서 세미나 끝나고 대충 한 번 더 읽으시면 더 좋을 수 없이 좋습니다 ^^ ‘두 번’ 정도면 필수적인 횟수는 잘 채우고 계신거여요!
    저희 세미나가 하는 동안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생각보다 남기는 게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샘께서 ‘조급함’을 느끼고 계신 게 어쩐지 저는 잘 가고 있다는 징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ㅎㅎㅎ

  • 2023-06-20 20:56

    1종 인식에서 2종 인식으로 가는 길, 잘 찾아갈 수 있을까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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