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4회차 후기

혜림
2022-12-04 21:14
407

중용 제21장에서 32장가지의 중요 키워드는 성이다.  즉 성실함이다.

그 중에서 제 23장 致曲(치곡)에 머물러 본다.

 

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僞能化.

(기차치곡, 곡능유성, 성즉형, 형즉저, 저즉명, 명즉동,

동즉변, 변즉화, 유천하지성위능야)

 

요순처럼 性(성)한 존재로 태어나지 못한 평범한 우리는 그 아랫단계가 필요한데

바로 이 치곡의 길이다. 치곡이란 소소한 일부터 해 나간다, 즉 전부를 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각자 잘하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확장해 나간다는 뜻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인데, 선에 대한 분명한 자각을 필요로 한다.

 

그 작은 일을 성실하게 하다 보면 무언가 뚜렷해 지고, 그러면 밖으로 나타나 분명해지고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이것이 내 주변의 배치를 달라지게 하는데, 즉 변화가 온다.

변은 ‘아, 이렇게 되어가는구나’ 하고 알 수 있지만, 화는 이질적인 다른 존재가 되는

불가지의 영역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한 사람이라야  능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치곡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 하다 보니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래전, 남편의 작은 매형이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몇 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셨다. 그 때 남편은 퇴촌으로 게르마늄 물을 뜨러, 여러 개의 수통을 차에 싣고 2주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다녔었다. 일부는 부모님 댁에, 일부는 매형 집에, 나머지는 우리 집에서 먹을 물이었다. 좋은 성분이 든 물을 매형이 좀 마시면 도움이 될까 싶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좋아 하는 물과 관련된 소소한 일을 성실히 한 것이다. 그러한 행동은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는 결과를 낳았고, 부모님의 통장을 관리하는 일까지 연결 되었다. 많은 일을 하지 않고, 꼭 하고자 하는 일만을 꾸준히 하면서 신뢰를 주는 남편의 성향은 비록 실직 상태가 긴 적도 있었지만, 나이 들어 예전 직장 선배의 리콜을 받는 성실함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나에게는 어떤 성실함이 있을까...

 

 

 

 

 

댓글 4
  • 2022-12-05 09:07

    에세이 때 샘의 성실함에 대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남편 분이 대단하시네요. 할 수 있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것도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 2022-12-05 10:47

    치곡... 제가 가장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무엇이었을까요?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런데 후기를 보니. (이렇게 되면) 에세이에 등장할 예정이신 남편님의 캐릭터에 일대 반전이 예상되는 건가요?
    ㅎㅎㅎ 기대됩니다~

  • 2022-12-05 19:05

    저도 치곡에 머물러 봅니다. 그러고 보니 치곡이라고 할만한 게 영- 안 떠오르네요. (=없네요 --;;)
    세미나 때는 그냥 지나쳤었는데, 혜림샘 후기 덕분에 한번 짚고 넘어갑니다. ㅎㅎ

    그런데, 저는 헤림샘 남편분에 대해 흘려주신 얘기만 듣고 오해했었나 봅니다. 저 역시 에세이에선 어떻게 등장하실까 음청 궁금해집니다. ㅋ

  • 2022-12-06 07:20

    이번주는 다른 세미나 에세이 쓴답시고 중용은 까맣게 잊고 있었구만요.
    치곡? 이게뭐지?
    아. 맞다. 치곡을 배웠지.

    한주만 복습 제대로 안해도 이모양이군요.ㅠㅠ

    후기가 있어서
    잊었던 치곡을 떠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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