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10회차 후기

혜림
2022-11-02 20:00
275

 

맹자 수업이 끝났다. 처음 만나는 <맹자>여서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자도 한글 번역도 어렵고, 전 후 연관되는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 매우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맹자의 생각들을 만나고, 조금씩 알게 되고, 살면서 들어왔던 이야기들 속에 맹자가 했던 말들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낄 때마다 감동을 받았다.

이 번 수업 내용 중에 생각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 鄕愿(향원)과 孝(효)에 관한 것이다.

1.향원은 어떤 사람인가?

맹자는 향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과 뜻이 커서 말은 행실을 돌아보지 않고, 행실은 말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 이 세상을 위해 일은 하되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여기며 지내고, 굽실거리며 아첨하는 자. 비난 하려해도 들 것이 없으며 풍자하려 해도 할 것이 없어서, 세속과 동화하며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여 거함에 충신과 같으며 행함에 청렴결백과 같아서 여러 사람이 다 좋아하므로, 스스로 옳다 여기되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공자도 ‘덕의 적’이라고 했다.

공자는 말하기를 ‘같으면서 아닌 것 <似而非 사이비>을 미워하고, 말재주가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 말 잘하는 입을 가진 자를 미워함은 신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 (...) 향원을 미워함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이다’라고 했다.

즉, 덕이 아닌데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무척 성실하고 시류에 맞추어 살면서 특별히 거스르지 않아 충신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군자의 덕목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에 대해 말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 시대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 무수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튀는 언행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법 없이도 살 것 같지만, 속으로는 이해타산을 따지고 이기적이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쪽저쪽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로 뒤에 멀찍이 떨어져 관여하지 않는 사람, 피곤해 질 것 같으면 어느새 자리를 피해 싫은 소리를 절대 듣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 오히려 어딜 가나 인기 있고 조용히 있으므로 좋은 사람이라 칭한다. 맑고 청정한 사람은 발붙이기 힘든 세상이 되어 있다.

 

2.효에 대하여

증자가 아버지를 봉양할 때 <밥상에> 반드시 주육이 있었는데, 밥상을 치울 때에는 반드시 “누구에게 주시겠습니까?”하고 청하였으며, 증석(아버지)이 ‘남은 것이 있느냐’ 하고 물으면 반드시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증석이 돌아가시자 증원(아들)이 증자를 봉양하였는데 반드시 밥상에 주육이 있었으나 증원은 누구에게 주시겠습니까? 청하지 않았고 남은 것이 있느냐 물으시면 반드시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으니 이는 그 음식을 두었다가 다시 올리려고 해서였다. 이것은 이른바 ‘구체만을 봉양한다.’는 것이니 , 증자와 같이 한다면 부모의 ‘뜻을 봉양한다.’고 이를 만하다. ‘어버이 섬김은 증자와 같이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구체만을 봉양한다는 뜻은 경마를 기르는 것과 같다. 즉, 부모에게 먹을 것 만을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서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하시기를 원하는지 살피고, 실행하는 자식의 마음 자세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마음이 비단 부모에게 뿐일까. 자녀에게나 배우자에게나, 친구에게나, 이웃에게, 더 나아가 타인을 돕거나 사랑하고자 할 때, 내 방식대로 아니면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나 편한대로 상대에게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방식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 1
  • 2022-11-07 09:00

    예전에 향원이라도 되거나, 봉양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참 그렇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세상에서 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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