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유학> 2000쪽에서 건진 주희, 워커홀릭?

게으르니
2018-09-27 17:13
314

이제 2000쪽짜리 <주자평전>은 세미나 한 시간을 남겨 두고 있다.

그 분량을 감당하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단어가 '모순'이었다.

주희가 태어난 1130년은 반란을 피해 송 왕조가 남하하여 남송시대를 연 시점이었다.

또한 북쪽 오랑캐가 중원을 차지한 때와 맥을 같이 한다.

피난와서 태어난 생명이며

아버지 주송은 평생 중원을 회복하자는 주전파였고

주희는 그런 아버지의 뜻을 계승했다.

하지만 주희는 주전파이면서 당장 북쪽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반대했다.

그전에 임금이 정심성의하여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진격해야 한다는 주전파로써는 이러한 주희의 주장은 모순으로 보였을 것이다.

유불선 통합에 대해서 유학의 사상을 변별하려고 온갖 논전의 선봉에 섰던 주희.

하지만 주희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유명한 선승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겼다.

주희의 정심성의의 학문은 군주의 태도를 비판하고 제왕의 독단을 비판했지만

동시에 군주 한 사람의 정심성의 외에 다른 장치에 대해서는 제안이 너무 미비했다.

하여 오로지 군주의 마음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관직에 나아간 주희가 제안한 정책들은 가뭄과 탐관오리들의 전횡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는 고통을 덜 수 있는 더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주희의 제안은 늘 제대로 효과를 보기 전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희는 말년까지 조정과 관련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도학자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 삶은 예상외로 시대의 맥락을 읽는데 역부족이었다.

주희는 때의 맥락을 읽기보다 자신의 정심성의 학문을 내세우는데 너무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혹은 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주자학이 이처럼 체계를 갖출 수 있었을까?

현실 정치가와 사상가로서의 삶 사이의 간극, 여기도 모순이 내재한다.

이렇게 2000여쪽을 통해 본 주희는

도학자이면서 주전파이면서 시를 짓기 좋아하면서 천하의 도인들과 교류했던.

그러면서 조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향방에 대해 끊임없이 촉수를 세우면서

자신이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자신의 학파를 확산하는 '포교'활동을 쉬지 않았던

거의 '워크홀릭' 수준으로 일생을 살았다.

동시에 그가 이룬 업적의 결과는 때때로 자신의 사상으로는 반하는 모순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렇게 주희를 읽는 일은 나름 재미있었다.

이제 한 시간 남은  세미나후 에세이를 통해

어느만큼 그 주희를 조형해내는가의 과제만 남았다.

오는 10월 5일 금요일 오전 10시 파지사유에서

송명유학팀이 <주자평전>을 읽은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고전공방의 동학님들을 초대합니다~~~~

댓글 1
  • 2018-09-28 12:28

    재밌네요.. 주자를 읽는 관점이 좋아요. 화악 현실의 우리가 되는 느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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