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1일차> 고전공방 [중용] 에세이 발표 후기

세콰이어
2016-12-0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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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준 위원장인 지금샘의 선언과 함께 드디어 2016 문탁 인문학 축제가 시작되었다.

축제의 시작은 매년 그랬듯이 <고전공방>팀이 맡았다.1480602141222.jpg

본격적인 에세이 발표 이전에 '미친암송단' 출정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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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발표 시간에 이미 밝혔지만 기억이 가물한 분들을 위해 미친 암송단의 의미를 알려드리자면...

"아름다울 , 친할 . 아름다움 친구들의 평생 사서(四書) 암송단 미친암송단!"이다.

도도하게 머리를 넘기는 나의 모습을 보라. '미친 암송단'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자태이다.

현재 미친 암송단은 깨알, 게으르니, 씀바귀, 세콰이어 이지만 모든 문탁인에게 개방되어 있으니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시길!

아름다운지, 친한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생 사서를 암송할 것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선언했으니

마음이 게을러 질 때마다 오늘을 떠올려야 겠다.

본격적인 에세이 발표는 진달래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깨알, 고로께, 인디언, 느티나무 순서로 글을 읽었으며

에세이 읽기 전 해당 구절을 '미친 암송단'이 한명 씩 맡아서 암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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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공방>의 반장인 진달래가 사회를 보았으며, 오늘을 위해 특별히 화장에 신경쓰는 세심함을 발휘했다.

가장 앞자리에서 내가 직접 본 결과 진달래는 다른 날과 달리 아이셰도우를 좀 더 신경써서 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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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샘은 <중용> 13장을 주제문장으로 잡았고, 게으르니 샘이 암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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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어가게 매니저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에세이에 녹여서 재미난 글을 쓴 깨알샘은 발표를 마치자 마자

고로께의 주제인 <중용> 6장을 암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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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암송 중 가장 긴 구절을 외운 씀바귀 샘은 인디언샘의 주제인 <중용>10장을 암송하시고...

(쑥스러운지 발표자를 보고 암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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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표자는 느티나무 샘. 영화 <역린>으로로 유명해진 <중용>23장 '치곡'으로 글을 썼고, 세콰이어가 암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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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를 이뤘던 첫날 <중용> 에세이 발표. 약 한시간에 걸쳐 발표를 마치고 10분간 휴식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의 첫 스타트는 연예인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 히말라야가 끊었다.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본연의 성(性)과 기질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오호...루쉰 에세이를 함께 하면서 히말라야의 영특함은 진작 알고 있었는데 상당히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히말라야의 문제 의식은 본성과 기질은 모두 타고난 것이라면 기질의 차이를 하나로 수렴해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즉, 기질의 차이를 하나로 수렴한다는 것은 개인의 특이성을 지우는 것과 같은 의미아닌가? 왜 그래야 하는가?

사실 이 문제는 대답이 쉽지 않는 질문이라 함께 공부한 <고전공방> 학인들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 문제를 생각하려면 모두 선한 본성을 타고났는데 왜 모든 사람이 선하게 살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봐야 한다.

중용에서는 치우침이 없이 기질을 사용하는 것을 '중(中)'으로 보았다.

양쪽 끝의 가운데라는 의미의 '중(中)'이 아니라,  과(過)/불급(不及)이 없는 상태가 '중'이다.

인간은 모두 선한 본성을 지키고 '중'을 잡고 살아갈 수 있지만 이러한 이치를 따르지 못하는 것은 '기(氣)' 때문이다.

주자는 리(理)/ 기(氣) 이원론을 주장했으며, 이것은 주자학의 도그마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주자학의 대전제인 도그마의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대전제 아래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삶의 원리는 있지만 시대별, 상황별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용'이다.

히말라야의 질문으로 한참을 논의했는데 <고전공방> 학인을 제외하고 논쟁에 참여한 사람은 띠우, 달팽이샘이었다.

역시 <고수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그녀들의 내공은 고전공방 학인들 못지않았다.

아무래도 2017년 <고전공방>에 두 분이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열띤 토론끝에 다음 질문은 요요님이 깨알샘의 글에서 "일상에서 도의 실현이 어려운 이유"로 든 '언어의 분별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주자는 '언어'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것이 요요샘의 질문의 요지였다.

흠...<고수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요요샘이 질문할 때 마다 공부의 내공이 느껴진다. 

여튼...이 문제는 가볍게 서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패쓰.

세번째 주제는 고로께샘이 발표한 순(舜)임금이 대지인 까닭인 '은악이 양선'에 관한 구절이었다.

감기로 오늘 썩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히말라야였지만 차오르는 지적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는지

연예인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또 질문을 했다.

"순임금이  성인인데 왜 악을 숨기느냐? 이해가 안된다."

 이 부분은 <고전공방>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던 구절이었다.

우선 고대 중국 사상에는 지금과 같은 선/악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사유는 없었다.

여기서 '악(惡)'은 '불선(不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악을 숨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불선)을 퍼뜨리지 않고, 이치에 맞는 것(선)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이다.

네번째 주제는 "중용은 통치자를 위한 정치 텍스트인지, 군자 개개인의 인격 수양을 위한 텍스트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아마도 이 주제는 순임금이 자신의 대지를 통해 백성에게 사용한다는 구절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자가 <중용>을 사서중의 하나로 편집한 12세기의 정치적 권력은 이미 사대부 계층으로 많이 위임된 시대였다.

따라서 <중용>을 통치자를 위한 정치 텍스트로만 보기보다는 모든 사람의 인격 수양을 위한 텍스트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순임금은 '생이지지자'로 날때부터 아는 사람이었지만 보통의 사람은 배워서 앎에 도달할 수 있지만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동일하다.

문탁샘은 여기에 <대학>은 '치국평천하'로 사회까지 언급하지만, <중용>은 '천지화육'을 통해 우주 만물까지 이야기하는

보다 확장된 텍스트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통해 12세기 신유학자들의 사상적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즉, 인간은 모두가 자기로부터 윤리적 기초를 가질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생각보다 다양하게 쏟아진 질문과 의견들로 토론 시간이 다소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보다 깊이있는 질문과 토론을 위해 발표자의 수를 줄여서 3명이 발표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청송에서 올라온 윤미라는 청년은 어찌나 인사성이 밝던지 볼때마다 계속 인사를 하는 아주 보기 드물게 인사성이 밝은 청년이었다.

에세이 발표 참관 소감을 묻자 첫마디가  "피곤하다"였다. 아. 솔직하다. 당연히 피곤하겠지. 왜 안그렇겠는가.

그리고 덧붙인 말은 아줌마들의 열띤 학구열이 놀랍다는 소감이었다. 사실 어디서 이런 구경을 하겠는가. 낯선 구경이었을게다.

문탁에 나온지 5개월여쯤 된다는 곰곰샘은 단어만 눈에 들어온다는 솔직한 감상을 말씀해주셨다.

(곰곰님. 저도 첨엔 그랬어요. ^^) 

지원은 느티나무샘의 글 중 인용된 목수의 연장 이야기를 읽으며, '연장을 더 갈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단다.

맑스를 공부한 학인답게 자본주의체제에서는  연장을 갈지 않고, 사는 것이니 자신은 연장을 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역시 지원이 멋지다.

내일은 오전에 맑스팀(지원, 새털, 오영)의 발표가 있다.

나도 영특한 히말라야 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그들에게 던질 수 있을까?

질문하려면 지금부터 자야하는데...후기를 쓰면서 잠이 홀딱 깨버렸다. @.@

댓글 4
  • 2016-12-02 09:12

    ㅋㅋㅋ..... 오늘 세콰이어의 날카로운 질문을 기대합니다^^

    (잠은 주무셨나?)

  • 2016-12-03 06:52

    영특하기로는 세콰이어샘을 따라갈 자가 없는것 아닌가요?ㅋㅋ

    발표자들의 글도 좋았지만...친구의 글 속의 구절을 암송해 준!

    미친 암송단~! 너무 멋졌습니다~

  • 2016-12-04 20:55

    중용을 각자의 삶 속에 녹여놓으니 이해가 더 잘되었고..

    우응순샘의 중용강의를 읽고 싶은 마음이 자라나던데요.^^

    덧붙여 미친 암송단이 사서 낭송에 도전한다는 선언은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답니다. 

    사서 암송을 마치는 그 날까지 건투를 빕니다!

  • 2016-12-06 00:34

    질문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판이 커진 고수다 같은 느낌이었어요. ㅋㅋ

    질문의 수준이....... 장난 아니더군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