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6회 3월 24일 후기

게으르니
2016-03-25 20:47
629

2016년 학이당은 고전공방을 꾸렸다.

5년을 함께 한 익숙한 동학들과 새로 합류한 또 몇몇의 동학님들과

올해는 사서 중의 대학과 중용의 해석본을 만들자는 뜻을 뭉쳤다.

 

3강령 8조목으로 이루어진 1경과 이 경에 대한 해석이랄 수 있는 10전으로 이루어진 대학.

1분기에 <대학>의 본문과 주희가 단 집주까지 번역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벌써 6회차에 우리는 아직 7전에서 맴돌고 있으니

이번 분기가 끝나도 번역은 계속 될 것 같은 예감...

거기에 문탁샘은 전원 자기만의 서문까지 쓰자고 제안을 하신 상태니....

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전공방에서 세미나를 하는 방식은 각자 원문과 주희의 주석에 대해

번역본을 써 와서 각자의 해석과 동학들의 해석을 들으며

또 이 원문은 무슨 뜻인지 서로 되물으면서 원문과 주희의 해석을 탐구한다.

 

6회차에서는 그 유명한 格物致知 보망장부터 시작했다.

물론 격물치지 보망장이 뭐지? 라고 묻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언급을 하는 것은

이 부분이 12세기의 주희가 기원전 3세기 혹은 그 이전으로 추정되는  경전에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쓴 후 끼워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희 이전 이후로도 아마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자신의 공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면에서 주희는 정말 격물치지의 산 증인이 아닐까?

 

보망장은 <대학> 원문의 8조목 중 처음인 격물과 치지에 대해 원문에서는 빠졌다고 여긴

주희가 스승 정명도 이천 부자의 주장을 참조하여 스스로 해석해서 덧붙여 썼다.

사람의 마음은 영명하여 모르는 것이 없고 천하의 사물에는 理가 갖추어져 있으니

이치를 끝까지 궁구한다면 어느 날 활연관통하여 내 마음의 전체와 대용이 밝지 않음이 없으리라!

 

이런 뜻의 문장을 썼는데 세미나에서는 초반부터 걸리기 시작하니 '궁구' 가 뭐야?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야? 부터 시작된다.

후기를 쓰는 입장이니 아주 쉽게 많이 의역을 하자면

사람은 타고 나기를 사람으로서의 知 즉 인식작용이랄 수도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밝혀서(대학에서는 명명덕) 나와 엮인 만물을 탐구하다보면

어느샌가 나의 마음씀이 상대의 마음의 합이 딱 맞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때까지 궁구하고 궁구하고 또 궁구하라.

뭐 이런 뜻이랄 수 있다.  아, 궁구는 궁리하고 탐구하라 정도인데

고전을 공부하다보면 이 말이 입에 붙어서 게다가 딱 이 말이 끄덕여져서

저절로 쓰게 된다.

 

6전으로 넘어가면 8조목 중의 하나인 誠意에 대한 해석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장이면서 의견이 분분했던 해석은 毋自欺였다.

즉 그 뜻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니

과연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주희의 주석은 이러하다

"자기를 속이는 것은 善을 행하고 惡을 제거해야 함을 알지만 마음을 내는데 진실하지 않음이 있는 것"이다.

주자어류에서는 "만약 선을 행하는 경우에 8할만 하자고 생각하여 나머지 2할은 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이 때 善이란 유가에서는 맹자가 사단이라고 한 仁義禮知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인의예지를 8할에 머무르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

 

우리는 세미나를 하면서 설왕설래 하기를^^

"오늘은 피곤하니 후기는 내일 써야지 " 라든가

"이건 내 몸이 원하는 거쥐" 하면서 할 일을 미룬다든가

등등의 것도 어쩌면 자신을 속이는 것인지도 모르며

또 자신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모르면서 사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의구심을 마구 일으켰다.

 

사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견고한 입장을 밝히곤 한다.

이 책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문탁에서 세미나 하는 책들을 읽고나면 실천이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힘들다. 등등

그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슨 뜻인지 알아야겠다고 끝까지 궁구하지 않으면서 8할쯤에서 모르겠다 손을 놓고

마음이 불편해진 그 지점에 대해 더 탐구하기 보다 힘들다는 핑계로 8할쯤에서 외면하든가...

그렇게 우리 자신을 속이면서 사느라 우리의 뜻이 성실해질 순간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우리의 마음에 타고난 선의 싹은 보살핌을 받을수록 쑥쑥 힘이 쌓인다고 한다.

늘 8할 쯤에서 자신의 힘쓰기를 멈춰버려 자신을 속이는 것을 자각하고

다시 마음을 내는 일, 그 때 선한 의지 또한 한 뼘씩 쌓이지 않을까.

 

6전에서 또다른 개념 , 愼獨에서도 한참을 토의했다.

신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홀로 있을 때 삼가하다? 혹은 홀로 있는 것을 삼가하다?

獨이란 남이 알아차릴 수 없는 또는 볼 수 없는 지점을 가리키니 그 순간에도 삼가라....

마음이 일어나는 기미를 예민하게 살펴서 선에 이르도록 하라는 말?

등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개념어 하나를 두고 또는 어떤 상황에 대해 '격물치지'가 되면

정말 '내 마음의 전체대용이 환해진다' 는 동학의 간증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6회차 세미나는 끝나고 다음 시간 과제 공지, 간식 후기 담당 알리고 점심 먹으러 갔다.

남아서 뒷마무리 청소를 하면서 창밖을 보는데 동학들이 속속 파지로 밥을 먹으러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문득 동학들의 머리위로 말 풍선이 하나씩들 보였다.

무자기가 뭐지? 스스로를 속인다구? 신독은 또 뭔고?

악취를 싫어하는 본능처럼 악을 미워해야 한다구? 악은 또 뭔고? 아이고 골치야..

그런 말풍선이 둥둥 떠다녔다. ㅋㅋ

학이당-고전공방에서 <대학>을 읽은 날은 그 놈의 말풍선이 떠나지 않는 것,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머리 위로 혹은 마음에 소리로 수도 없는 말풍선이 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 4
  • 2016-03-28 09:28

    궁어리....窮은 다할 궁이잖아요? 그러니까 "끝~~까지, 남김없이" 이런 뜻이죠

    궁구...란 그러니까...궁리하고 탐구하다...보다는 끝까지 탐구한다...로 읽어야겠죠.

    씨앗 안의 이치까지...남김없이 씹어서... 씹히는 게 없을 때까지 탐구하는 것!

    窮는 그런 뉘앙스이고. 다시말해  '중물지 표리정조'(보망장 마지막 쯤)의 精에 대응하는 거라고 봐야 할 듯^^

  • 2016-03-28 09:32

    그리고 이날 세미나 최대의 이슈는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의 관계 였었죠.

    우리 모두 연구과제이긴 하지만 특히 자누리샘이 연구하셔서 <나는 고수다>에서 발표하기로 된 것 맞죠?

    '무자기'는 아마도 인디안쌤?

    다른 분들도 빨리 빨리 찜하세요.


    그리고 후기는 의무가 아니고 제한된 세미나 시간에 못한 이야기들, 질문들, 상념들을 나누기 위해 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주거니 받거니 해야 맛이 있죠. 의무처럼 돌아가면서 쓰면...그건 별루인 것 같아요~~ 


    피에쑤: 지난 세미나시간에 이야기했던 敬관련해서 제가 정리한 파일 올려드려요. 선물^^

  • 2016-03-28 21:56

    책을 읽다가 거경궁리의 연원은 已發未發설이라는 심 의식의 탐구에 있고, 의 수양방법으로는 致知가 있는데, 경은 소학에서 배워야하고, 치지는 대학에서 배워야한다. 거경은 이발시의 공부로써 즉 궁리의 전제가 되므로 쇄소응대와 같은 외재적 규율에 의한 주체의 자각이며 이것을 격물치지라는 외재적 사물의 이치 탐구로 확대시켜야 한다라는 내용을 봤습니다.

     

    소학책을 들춰보았지요. 소학은 내편-입교(立명륜(明倫경신(敬身)·계고(稽古), 외편- 가언(嘉言선행(善行)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중 경신편은 心術之要, 威儀之則, 衣服之制, 飮食之節 이렇게 나뉘어 있지요. 마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내지는 모습, 의복, 음식에 관해서 그야말로 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잘 나와 있었습니다. 소학을 읽을 땐 몰랐는데 이것이 요즘 머리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던 경이었다니!!!

    정이는 함양에는 으로써 하고, 致知는 격물에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함양은 거경이고 궁리는 치지가 됩니다. 함양이나 거경은 인간이 타고난 순수한 도덕심을 잘 기른다는 뜻인데, 일상세계에서의 도덕적 각성과 도덕심의 발휘를 말한다고 합니다. 바로 소학에 있는 경신편의 가르침이 딱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소학에서 경을 체득한 이후에 대학에 가서 격물치지 하라고 했나봅니다.

     

    문탁샘의 선물을 보니 공자님 말씀 중에 여러 군데가 소학에도 보입니다. 敬者主一無適(한 곳에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는 것)도 소학에 있더라구요. (, 이러고도 소학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는지.....제 머리가 참 인간적이지 말입니다^^)

     

    경에 관한 다른 뜻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이해한 경은 이정도입니다. 동시에 왜 궁리거경이 아니고 거경궁리인지의 의문도 해결했습니다.^^

     

    • 2016-03-30 22:42

      감사합니당...

      점점 더 <소학>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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