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중용 20장 - 3분기 2회차 후기

자누리
2016-08-08 14:50
10345

20장은 정치에 관한 장이다.

14장까지 도의 費而隱에 대해 말하다가 16장 귀신, 17, 8장 선왕들로 이어지고 19장에서 제사의 예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나서 정치이다. 이들은 어떤 맥락에 닿아있는걸까?

리쩌허우는 <학설>에서 무사전통의 이성화과정은 덕과 예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덕의 정치는 경과 예로 표현된다. 경은 하늘이 초월적인 신 관념이 아니라 인도의 내재적 품격으로 들어온 것이다

예는 한편으로는 덕의 객관적 측면인 節文을 탈피하여 덕 있는 사람의 모든 행위방식을 모아놓은 것이다

즉 규범화된 질서와 규칙 등이다. 따라서 예는 외재적 형식이며 이성적인 이다

그와 동시에 하늘은 의지와 개성을 가진 인격신이 아니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자연질서와 같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천도는 인도이며 예는 천지의 질서이다.”

리쩌허우의 말을 요약한 것인데 마치 중용을 보며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은 하늘이 인격신이 아니라 천도이며 기능적인 관념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하늘이 추상화를 탈피하여 

구체적 인도로 품격화되기 위해 성인을 본으로 삼았으며, 그 세세한 질서의 규칙이 바로 예이고 그 질서를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하는 리쩌허우의 주장은 귀신-제사-성인-정치=-예의 전개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고 한다. 아마도 정치란 무어냐고 철학적 대화를 하자는 것은 아닐테고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하는 왕이 될 수 있겠냐는 것이었겠지...


공자의 대답은 한마디로 왕 자신이 잘하셔요이다. 정치를 잘하는 방법은 이미 책에 다 나와 있다

(엄청난 예의 절문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까..) 

그걸 잘들어다 쓰면 될텐데 사람들이 그걸 잘못한다. 왕이 수신하고 인으로 정치를 하면 신하들이 잘 할거다. 쉽지 않아

정치는 도를 실행함에 빠르다()하고 주자는 그것을 쉽다()고 한다. 이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보통 빠르다하면 효과가 엄청남을 말하니 삼가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할텐데 쉽다니...


은 천도를 실행하는 것이라 이성적이지만 親親이 가장 큰 것 인만큼 구체적으로는 나의 감정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리쩌허우는 외재적 형식으로서의 에 감정을 불어 넣은 것이 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義인 尊賢은 훨씬 이성적이다

따라서 인과 는 구체성을 띠기 위해 차등을 만들지만 이들이 함께 예를 만들었다

리쩌허우에 따르면 예는 이성과 감정을 내포한 것이다

節文은 구체적인 인간들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므로 법가의 무차별성과는 다르다

법과 비교해보니 예의 세칙 삼천가지, 세밀함과 엄격함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법이 근대 사회계약의 표현형식이었던 것처럼 예도 사회계약의 성격을 띠는 것 같다.


천도와 인도가 멀지 않고 수신과 정치가 멀지 않은 만큼 계속해서 모든 구절은 구체성과 보편성을 오간다

정치-수신--예로 갔다가 다시 왕의 수신으로 돌아오는데 그 근거로 하늘을 알려면 사람을 알아야한다는 보편성을 든다

이제 수신은 그야말로 천도를 실행하는 것이다. 달도, 달덕이라 하여 을 쓰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인간관계는 달도의 다섯가지로 모든 대상을 망라할 수 있다

그것을 실행하는 삼달덕은 그러니까 알고 몸에 붙이며 그럴 수 있는 힘을 끊임없이 내라는 것이다

예의 세칙이나 등급 운운하는 것과 은 뭔가 모르게 딱 맞아떨어지는 않는 점이 있다

더 생각해보아야겠지만 중국철학사 남북조 불가 부분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인도의 불교는 확고한 계급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계급에 따라 성불의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최하층민은 성불이 불가능하다고. 중국에서는 이런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훨씬 보편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마디자가 띠는 의미를 단순하게 계급 등급으로 보면 달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등급이 아닌 것은 아닌데...보편성과 구체성의 관계를 함축하고 있는 것일까?


마무리는 구체성의 완성이다. 성인의 본을 그대로 마름질하기는 어렵다. 쉬우면 굳이 본을 두었겠는가

그러니 그에 가깝게 가도록 노력하라. 好學 近乎知 力行 近乎仁 知恥 近乎勇

누구나 성인의 길을 피해서 가지 말면 성인이 될 수 있다

이 말을 할 때 성인이 된 나를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 그 길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하는 거지.

 

세미나 시간에는 해석 상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다만 깨알쌤이 주희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고 불편하다고 심기가 편치 않아했던 것만 생각난다. 그것이 끝까지 밀고 갈 쌤의 힘이 되겠지... 方策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方版也 策簡이라 해서 은 목간, 은 죽간으로 해석했는데 자체가 목간과 죽간을 모두 아우르는게 아니냐는 반론이 있어서 그렇게 정리하고 의 나무판은 공문서를 뜻하는 걸로 이해했다.


후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더워요 ㅠㅠ

댓글 5
  • 2016-08-08 17:33

    맞아요. 너무 더워요. 

    자본 편집하시느라 바쁘셨을텐데 ,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 2016-08-08 21:38

    『논어』 <학이편> 12장 주석에 ' 禮者 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也' 라고 했는데,

    '덕의 객관적 측면인 절문을 탈피했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전 덕의 객관적 측면인 절문이 규범화된 질서와 규칙과 같다고 생각되는데,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건가요?


    더운건 어찌어찌 참아볼만한데 몸과 머리가 늘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 2016-08-10 15:01

    일주일동안 중용이 머리 속에서 사라졌어요.

    자누리님의 이 후기가 중용을 더 아득하게 만들어요. ㅠㅠㅠ

    진정 중용 20장 1절에서 11절까지가 이런 말이었단 말인가?

     

    정치를 하려면 좋은 신하가 있어야 한다.

    좋은 신하를 얻으려면 군주 자신이 훌륭해야 한다.

    군주 자신이 훌륭해지려면 오륜을 잘 지켜야 하고, 그 중 으뜸은 친친과 존현이다.

    따라서 훌륭한 군주가 되려면 오륜을 잘 알고, 오륜을 늘 행하되, 그 알고 행하는 것을 꾸준히 힘써 노력해야 한다.

     

    이게 1절에서 11절까지의 요지 맞죠? ...아닌가? ㅋㅋ

  • 2016-08-11 00:11

    절문과 달덕... 쉽지 않네요

    그때는 분명히 아는 것 같았는데, 자누리님 후기를 보니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 2016-08-11 02:07

    앗, 이게 뭔가요~

    모두들 명확히 아는 것을 제가 혼란스럽게 했군요 ㅠㅠ

    전 덕 인 예 이런 개념들이 정말어렵고 난감해서 몇번 읽어보다가

    어디선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생각이나서 학설을 뒤져본건데..너무 뒤죽박죽이군요..

    주의하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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