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 글쓰기 13회 공자님의 기도

뚜띠
2020-11-18 17:40
301

子病疾, 子路請禱.

子曰: “有諸?”

子路對曰: “有之.誄曰: ‘禱爾于上下神祗’.”

子曰: “丘之禱久矣.”(술이편 34장)

공자께서 병환이 위중하시자 자로가 기도할 것을 청했다.

공자께서 물었다.  "이런 일이 있는가?"

자로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애도문에 '너를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기도는 내가 한 지 오래되었다."

 

살아온 날들의 절반정도는 크리스챤이었다. 어렸을 때야 “시험 잘보게 해주세요.” 수준의 기도를 한 적도 있었으나, 점점 나에게 기도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순간들 앞에서 절대자의 목소리를 청하며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 주유를 마치고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님, 자로가 병문안을 온 것을 보니 공자님의 연세는 일흔 전후가 아니었을까? 당시의 평균수명으로 보더라도 공자님의 병환은 혹여 스승님이 떠나시는 게 아닐까 제자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당시 위나라에서 벼슬을 살던 자로는 스승의 소식을 듣고 달려와 병을 고치기 위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기를 청한다. 그러나 공자님은 점잖게 말을 돌려 거절하시며 당신께서 하늘에 기도를 올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이 대목을 읽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무언가 부딪히는 것이 있었다.

공자님께서도 어쩔 수 없는 그러나 너무도 간절한 무엇을 위해 하늘에 기대셨다는 사실이 그것도 살아오시는 동안 오래도록 그러셨다는 사실이 지금도 때때로 삶의 버거움을 위로받기 위해 기도의 시간을 찾는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공자님은 춘추시대의 혼란 속에서 깨우침을 얻은 지식인으로서 품었던 기도를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배움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회를 갈구하는 마음이 담겨진 기도였을까? 아니면 정치로 뜻한 바를 펼칠 수 없더라도 제자들을 가르치며 군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바람이었을까?

기도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도록 가슴에 품었던 그 기도는 결국 이루어졌을까? 오래되었다는 말은 아마도 평생을 통해 가슴에 두고 사셨다는 말인 것 같다. 일흔이 넘어 다가온 병고 앞에서도 그 고통을 벗어버리기 위한 기도보다 앞섰던 그리고 이미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계셨던 기도. 그것은 현실 속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넘어 삶의 나침반으로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란의 시대에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르게 지키려는 촛불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공자님은 그것을 통해 자로를 가르치려고 하신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모름지기 군자라면 육체의 고통을 뛰어넘는 한결같은 고갱이를 지녀야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듯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도 자로의 마음이 된다.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했던 나의 기도가 노년의 병든 몸으로도 세상과 사람을 근심하며 바르게 살고자 하셨던 공자님의 기도 앞에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댓글 1
  • 2020-12-06 23:08

    저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승님을 살리려 했던 자로의 마음 이해할 것 같습니다.
    신중하고 명석하지는 않지만 우직하고 용맹한 자로를 무한 애정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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