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논어베스트8] "잘 봐~ 진짜인지 가짜인지"
산새
2020-04-28 02:30
226
[나의 베스트 논어]는 문탁에서 논어를 쫌이라도 읽거나 듣거나 또는 외운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논어 문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주간 매일 소개한 뒤 그 중 '올해의 논어'로 세 문장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열심히 고를 생각을 하며 읽어주세요^^ |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땐 배움(學)에 관련된 문장들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며 무릎을 쳤다.
<논어베스트 문장>을 고르려고 다시 살펴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문장들이 새롭게 보인다.
‘교언영색’도 그 중 하나. 말과 얼굴빛~ 말(言)과 관련된 문장들은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다.
巧言令色 鮮矣仁 (학이-3, 양화-17)
: 말을 교묘히 하고 얼굴빛을 좋게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드물다.
똑같은 문장이 두 번 나오는데 ‘교언영색’을 공자사상의 핵심개념인 ‘仁’과 연결시켰다.
이는 겉모양만으로는 ‘어진 사람’의 모습과 ‘교언영색’만 하는 사람의 모습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할 수 있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윗사람 앞에서는 말을 가려서(어렵게, 신중하게, 어눌하게) 하고 가능한 한 표정도 좋게(온화하게)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예(禮)에 맞으니 교언영색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대상에게 ‘어떤 의도’로 그러는가의 문제로 보인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공야장-24)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고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노나라 태사)이 부끄러워했다. 나 또한 이를 부끄러워한다.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사귀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워했다. 나 또한 이를 부끄러워한다.”
본심을 숨기고서 말과 표정을 꾸미며 지나치게 행동하는 것은 곧음(直)을 잃는 것이다. 원망이 있으면 우선 풀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그것을 감추고서 그 사람과 사귀는 것은 정직(直,곧음)하지 못한 행동이므로 마땅히 좌구명처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정과 별개로 말과 표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교언영색’의 재주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 (위정-10)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의 이유를 살펴보고, 무엇을 편안히 여기는지 따져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이 문장 바로 앞(위정-9)에는 ‘안회가 종일 자신의 이야기를 거스르는 바 없이 듣기만해서 어리석어 보이기에 물러난 뒤 그의 사사로운 생활을 면밀하게 살펴보니(省其私) 그렇지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공자가 사람을 알아보는(知人) 방법이다. (위정-9의 ‘省’은 아주 작은 것, 자세한 것(少)까지 살핀다(目)는 뜻이니 위정-10의 視,觀,察 세 가지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
공자는 평소 제자들의 사람됨을 면밀하게 살펴서(省其私) 각각의 참모습을 알아본 후에 각자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었다. 참으로 훌륭한 스승이시다! (나에겐 우샘이 계시다^^)
이런 문장들을 적다보니.. 평소에 어떤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또 어떤 것을 ‘편안히 여기며’ 사는지 묻게 된다. 그 생각을 하다가 하루가 훅 갔다.
p.s. 이문서당의 개학은 언제할까.. 기다려진다. 새롭게 가슴에 품을 문장들은 무엇이 될지 기대도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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恥!!
논어 처음 배울 때 제 머리를 띵하고 때린 건
학도 인도 아니고
바로 '치'였어요.
부끄러움. 우리 시대는 이걸 잃어버린거구나, 라는 깨달음과 함께^^
춘추를 공자가 쓰고 춘추좌전을 좌구명이 썼다는 것이 이 시점에서 생각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