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51주차 피켓이 안 보여!!

새털
2017-07-29 22:41
388

여름 동안에는 동네탈핵릴레이 시간을 오후 5시로 옮겼어요.

탈핵릴레이 순번이 돌아올 때마다 별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나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최근 신문과 뉴스에서 연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둘러싼 뉴스를 내보내고 있어

막상 수지구청에 차를 주차하고 올리브영 앞으로 가려니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어요.

열혈 할아버지들이 격하게 항의해오시면 어쩌지???

음....최대한 덤덤히 대꾸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올리브영 앞에 서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다가옵니다.

문탁사람들을 문탁 아닌 데서 만나면 엄청 어색한데

문탁에서 매일 투닥거리는 히말라야를 올리브영 앞에서 만나니 엄청 반갑더군요^^

"어! 왜 왔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찬반 스티커 붙이기로 했잖아?

피켓 새로 안 만들었어?"

"어...그냥 있는 거 들고 왔어."

이렇게 해서 딸랑 1개 들고 간 피켓을 두 사람이 들고 서 있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고리56.jpg

안 그래도 점심밥당번을 마치고 오신 요요샘이 피켓 새로 안 만들거냐며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귀찮다고 그냥 나온 게 오늘 딱 동티가 났네요T.T

그런데 사건은 탈핵릴레이가 거의 끝나갈 무렵 터졌습니다.

어디선가 할아버지 세 분이 나타나셔서

"당신들 어디서 나왔냐?"

"왜 어디서 나왔는지 피켓에 밝히지 않냐? 수상하다!!!"

"분명 돈 받고 알바 나왔을 텐데, 개인이 자발적으로 나왔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분노를 폭발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들은 일행이 아니고

그 시간에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는 분들이라고 하시네요.

한 분은 예전에 한전직원이었다고 하시며 '전력예비율'이 얼마인줄 아냐?

한전직원들은 피가 마르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원자력발전을 반대한다고 핏대를 세우셨고,

한 분은 공학박사라고 하시며 원전의 안전성과 과학기술을 신뢰한다고 점잖게 타이르셨습니다.

히말라야와 저는 할아버지들의 기세에 눌려 "아...아닌데....그게 아니라..." 이렇게 소극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 한 분이 나타나셔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랴는거냐 말라는거냐?"

50대쯤으로 보이는 이 분은 우리의 피켓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가 없다고 화를 내셨습니다.

히말라야와 저는 또 기세에 눌려서 "아...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얼버무리고 있는데

그 순간 이 분이 본인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우리의 의견을 지지해주셔 한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핏대 높이던 할아버지들은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셨고, 히말라야와 저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김익중교수의 탈핵강연을 들으셨다는 이 분은

"전기세가 좀 올라가도 핵발전소는 없애야 한다!!!" 라고

시원시원하게 외쳐주셨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간 10여분, 올리브영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날의 소동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아마도 다들 좀 재미있어 하지 않았을까요?

할아버지 세 분이 혈기있게 등장하시고, 아줌마 두 명이 쩔쩔 매다가

홀연히 나타난 중년 신사가 상황을 정리한 시트콤을 친구나 가족에게 중계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를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저러나 암튼 피켓 새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우린 문탁네트워크에서 나온 탈핵지지자들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백지화해야 한다.

이렇게 누가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도록 써야겠어요.

탈핵공작소 장인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댓글 3
  • 2017-07-30 08:54

    하하... 밥 먹으면서 그 이야기 들었을 때는... 늘 있어왔던....그러그런 시비였나부다, 라구 생각했었는데

    비주얼로 보니까....진짜 그렇군요.

    뭔가 밑도 끝도 없어 보이네요. ㅋㅋㅋㅋ...

  • 2017-08-01 00:16

    에고... 저 피켓 고를 때 한 표 던진 일인으로써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니 책임감을 느낍니다요....

    그래도 현장에서 우물쭈물하면서 터득하는 응대 요령.

    값지겠습니다요^^

    핵마피아 양반들 만나 한 수 배워야겠네요^^ ㅋ

  • 2017-08-01 09:16

    이번주 탈핵릴레이는 녹색당에서 하신다고 하네요.

    아주 기쁜 소식입니다.

    이렇게 이곳저곳 굴비엮듯 서로 엮여서 번갈아가며 나가는 것도 좋겠다 싶네요.

    서로 다른 각자의 정체를 드러내면서요..ㅎㅎ

    그동안 만든 티켓들 중 쓸만한 게 있나 뒤져서 챙겨드려야겠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1
동네탈핵52주차 용인녹색당, 릴레이를 잇다
요요 | 2017.08.09 | 조회 361
요요 2017.08.09 361
390
[밀양인문학 공지] 2017밀양인문학캠프 참가자 필독! (4)
밀양인문학 | 2017.08.09 | 조회 496
밀양인문학 2017.08.09 496
389
녹색다방+공론화팀 이후 일정공유합니다 (5)
요요 | 2017.08.08 | 조회 1135
요요 2017.08.08 1135
388
[Replay 밀양⑥] - 76.5일 릴레이 일인시위 (2014년) (1)
관리자 | 2017.08.08 | 조회 467
관리자 2017.08.08 467
387
[밀양인문학] 밀양에 마음을 담아 선물-物質-을 보낼까요? (1)
자누리 | 2017.08.04 | 조회 359
자누리 2017.08.04 359
386
[Replay 밀양⑤] - 북콘서트<밀양을 살다>(2014년 6월 20일) (4)
관리자 | 2017.08.04 | 조회 332
관리자 2017.08.04 332
385
[Replay 밀양④] - 밀양과 국가폭력(2014년 6월 행정대집행) (3)
관리자 | 2017.07.31 | 조회 353
관리자 2017.07.31 353
384
[동네탈핵릴레이]51주차 피켓이 안 보여!! (3)
새털 | 2017.07.29 | 조회 388
새털 2017.07.29 388
383
핵마피아 영화상영 후기 (1)
느티나무 | 2017.07.29 | 조회 300
느티나무 2017.07.29 300
382
[밀양인문학] 8월18,19일 버스대절^^! (3)
밀양인문학 | 2017.07.28 | 조회 464
밀양인문학 2017.07.28 464
381
[Replay 밀양③] -신문에 난 밀양골목집회 (2013년5월) (1)
관리자 | 2017.07.24 | 조회 398
관리자 2017.07.24 398
380
[동네탈핵릴레이 50주차] (3)
느티나무 | 2017.07.23 | 조회 357
느티나무 2017.07.23 357
379
공론화 토론회 다녀왔어요 (2)
요요 | 2017.07.23 | 조회 285
요요 2017.07.23 285
378
밀양에서 편지가 왔어요~ (1)
요요 | 2017.07.19 | 조회 250
요요 2017.07.19 250
377
[밀양인문학] 문탁식구들, 함께 가요^^ (7)
관리자 | 2017.07.19 | 조회 351
관리자 2017.07.19 351
376
[밀양] 2017 밀양 × 문탁 인문학 캠프 - 신청하세요 (20)
관리자 | 2017.07.19 | 조회 1721
관리자 2017.07.19 1721
375
[밀양인문학] 2030 청년 토크 - 중간 점검. (1)
합성이 | 2017.07.19 | 조회 272
합성이 2017.07.19 272
374
[Replay 밀양 ②] -문탁 청소년들, 현장에서 배우다 (2013)
관리자 | 2017.07.17 | 조회 304
관리자 2017.07.17 304
373
전략적 지식인의 반성문- 동네탈핵 49주째 (3)
스마일리 | 2017.07.16 | 조회 263
스마일리 2017.07.16 263
372
7월 24일 월요일 <핵마피아>공동체상영합니다 (2)
녹색다방 | 2017.07.16 | 조회 640
녹색다방 2017.07.16 64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