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s 테이블> ZOOM 토크 후기

초빈
2020-09-27 20:19
905

 문탁쌤(빅마마)과 청년들이 함께 식사하는 <마마’s 테이블>, 이번 달은 시국을 고려해 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주제는 ‘청년과 가족’으로, 문탁쌤이 최근에 쓰신 <루쉰과 가족>을 읽고 각자 준비한 요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책과 요리가 주제인만큼 뭔가 대단한 요리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저녁에 부랴부랴 돼지고기토마토스튜를 언니랑 만들었다(올리고 싶은데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만의 요리를 들고 왔다. 메밀국수, 샐러드, 사과, (배달만 1시간 걸린)피자, 라면, 물(..!) 등등... 화면 너머 사람들의 밥을 구경하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청년과 가족 그리고 결혼, 자연스레 연애와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에는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성에 관련돼서 언니나 나나 촌스러운 반응을 보일까 걱정이란 문탁쌤의 말이 왠지 머릿속을 맴돈다. 마마‘s가 끝나고 언니한테 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때 불편함을 느낀 적이 물었을 때, 언니는 불편하지는 않고 단지 몰랐던 이야기들이라 놀랍다고만 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남의 성경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재미있는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불편할만한 이유가 없는데 불편하다, 성에 대해 불편하게 반응하는 게 ‘올드 패션’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 패션(?)처럼 재미있는 부분만 취하려고 해봐도, 의지만으로 바뀌지 않는 내 바탕 어딘가에 공포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성에 대해 두렵다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 공포는 아마 오랜 기간 걸쳐 형성된 걸 거다. 언니랑 달리 나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언니에 비해 비교적 여성혐오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많았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혐오를 경험한 모든 여성이 다 나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이 강하진 않을 거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으면서도 굳이 극복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의식이 바뀐다고해서 세상에 있는 여성혐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하고 말이다.

 

 글이 아니라 말로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확신과 달리 마마‘s에선 정작 많은 말을 하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토크가 된 것 같다. 다음 달에는 상황이 괜찮아져서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음 좋겠다~

 

 

 

 

 

 

댓글 4
  • 2020-09-27 21:42

    오프라인 만큼은 아니어도 오랜만에 얼굴들 보니 반가웠어요~ 연애,가족,청년에 대한 이야기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었어요!

  • 2020-09-27 22:11

    줌으로 하면 얘기가 될까 싶었는데 ~ 나름 재밌게 진행 된 것 같았구 더욱을 마주보고 싶어지는 시간 이었습니당 얘기들이 단편적으로만 오간 것 같아 아쉽지만 신기하게도 두시간이 훌쩍 갔다군요..ㅎㅅㅎ

  • 2020-09-28 09:04

    나도 재밌었어.

    나에게 인상적인 점들
    *아, 빅마마스 청년들 대부분은 가족관계가 좋구나, 별로 집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고 집에서도 별로 내보내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거 참 신기하군^^
    *근대핵가족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니...그리고 가족에 대한 상상력이 이다지도 없을 수 있다니...이런 걸 새삼 깨달았다는 우현이의 이야기도 재밌었고
    *스위트 홈 판타지가 있었던 어머니가 수아와 수아오빠 때문에 엄청난 균열을 겪으셨지만 공부를 통해 이성적으로 판타지를 깨셨다는 수아의 이야기도 넘 재밌었고
    *이제 남자에 대해, 그리고 연애에 대해 "현타"를 여러번 경험한 후 동시에 결혼과 가족에 대해서도 아무런 기대를 안 하게 되었다는 고은(들)의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대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청춘남녀의 썸, 연애, 섹스의 현실에 대해 정보와 실감의 불균등이 심하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고...
    어쨌든 나에게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

    줌토크에서도 말한 것처럼 핵가족 이후의 청춘남녀의 연애, 섹스, 결혼에 대해 부지런히 탐구활동을 해보셈!!! (내 과제는 아니잖아? ㅋㅋㅋㅋ)

  • 2020-09-28 11:18

    저두 재밌었어용~ 이번 주제들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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