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세미나 1~3권 읽고 난 짧은 후기

조규혜
2019-03-10 13:40
184

3권을 읽고 나는 미학사는 이성의 시뮬라시옹이라고 정리했다.

인간이라는 하나의 물질세계이자 동시에 추상적 관계들 사이에 놓여진 존재가 바라본 미학사라기 보다, 추상명사로서의 이성과 인식이 서로 가져온 관계 변화를 읽은 듯 하다.

주관과 객관의 인식 줄타기를 벗어나려는 이성의 노력은 결국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미로에 갇혀버렸다.

왜 미로에 갇힌 채로, 우리는 미로의 열쇠를 찾지 못한 상태의 저주에 빠져버린 것일까?

인식의 과정에서 지각과 감각 외에 언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담의 언어는 바벨의 언어가 되었고, 아담의 언어를 복원하는 일은 또 다른 이성의 시뮬라크르를 생산하는 일이되어버린다.

이성의 시뮬라시옹은 바벨의 언어라는 미로 속에서 발생한다.

이를 연극의 판으로 가져와 생각해본다면,

바벨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이성의 시뮬라시옹을 지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즉, 이성의 시뮬라시옹을 지시하는 것 또한 바벨의 언어인 까닭으로 이성의 시뮬라시옹이라는 또 다른 시뮬라크르를 생산하는 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바벨의 언어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3권을 읽고 든 생각은 이렇다.

1. 이성의 시뮬라시옹을 지시하고 바벨의 언어를 지적하고 우리가 미로에 갇혀있는 존재라는 것을 '내용'으로 담는 것.

2. 극이 미로 그 자체가 되는 것.

2번은 전통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극과는 다르게,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논리적이고 합리주의적인 극의 전개를 부수는 작업이다. 우리가 읽은 부분에서는 브레히트의 극과 앙토냉 아르토의 극이 이 부분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2번의 극을 부조리극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모든 극은 부조리극이 될 수 있다. 부조리극이라는 음가에는 특정한 의미지칭이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식이다. 그래서 '부조리극을 쓰고 싶다'라는 말도 음가가 없는 말이다. 더군다나 작가가 자신이 지칭하는 '부조리한 세계 혹은 존재'를 가지고 작품 속에서 살아있는 이상, 작품은 바벨의 언어를 버리지 못한다. 미로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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