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미학 세미나> 첫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02-18 21:22
308

 

  미학 세미나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 분 정도가 참석하지 못해 우선 열두 사람이 함께 시작했습니다. 지원이 가볍게 세미나를 소개하고 그 뒤 나머지 참여자들이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를 했습니다. 시각이미지, 영화, 랩 음악, 인테리어 디자인, 극본 작업 등 정말 온갖 분야의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다 모였다는 느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대해서도 기대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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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텍스트 내용은 저와 규혜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2권의 전반부를 다루었는데요. (규혜는 무려 1권도 어느 정도 요약을 해서 가져왔습니다.) 발제문이 있으니 일일이 내용을 다시 정리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짧게 정리를 해보자면 예술(작품)이란 무엇이며, 그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규혜가 다루었던 파트는 그 대답을 작가와 작품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찾았고, 제가 다루었던 파트는 그 대답을 독자와 작품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다가, 나아가 코드에까지 이르렀지요. 어찌 보면 예술의 본질이 시대적 변천에 따라 작가에서 독자로, 다시 코드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던 셈입니다.

 

  발제문을 읽고 나서 잠시 적막이 감돌았을 때도 있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참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중 제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코드에 대한 이야기와 비규정장소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코드는 상익이의 이야기로 촉발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익이는 안경 판매를 위한 포스터를 예로 들어 세 종류의 포스터를 직접 그려서 보여줬죠. 첫 번째는 있는 그대로의 안경 이미지를 넣는 포스터(“촌스러운”), 두 번째는 그를 약간 추상화(?)한 이미지로 표현한 포스터, 세 번째는 아예 무슨 형상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추상화된 포스터. 그 중 어느 디자인에 보다 예술적인 가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였죠.

  상익이는 안상수 씨의 이야기를 빌려 기성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재현이 갖는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고요. 또한 그러한 재현 방식이 독자에게 해석의 필요성을 부여함으로써 그 이미지 앞에 붙잡아놓는 효과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편 결국 그와 같이 추상화된 디자인들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 인식(“코드”)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러한 코드가 학습을 통해 구축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죠. 또 보다 근본적으로 예술계가 공유하고 있는 그 어떤 공감-감각의 정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했고요.

 


  두 번째로 비규정장소에 대한 논의는 재영이가 제기했는데, 독자들이 비규정장소라는 공백을 채워넣는 구체화의 과정에서 작품이 비로소 미적 대상이 된다는 잉가르덴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었죠. 그 과정에서 비규정장소란 것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소설이나 영화 혹은 음악 등 예술의 장르에 따라 비규정장소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독자의 몫으로서의 비규정장소를 의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요. 덧붙여 정확히 어느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독자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중심을 두고 그것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 재영이의 영화관에 대하여 지용이가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과연 가능한가라고 물었던 지용이의 질문도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하나 더. 왜 진중권이 이러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계속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예시로 넣었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는 마그리트가 굉장히 철학사에 능통한 화가였다는 점, 예술의 본질을 추적하는 진중권의 작업 자체가 진리를 추구하는 주체로서의 나에서 세계의 구조 속에서 정의 지어지는 존재로서의 나로 변화하는 근대 철학의 변화와 궤도를 같이한다는 점 등으로 설명이 되었던 것 같구요.

 

  아무튼 이렇게 이러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하다보니까, 시간이 꽤 빨리 갔던 것 같습니다.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인원수 자체도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좀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해요. 수업 막바지에 지빈, 창훈, 아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미나 중에 같이 이야기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쉬웠네요. 아무래도 다음 시간에는 제 말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시간부터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 지용과 우현의 발제를 기대하면서, 일요일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
  • 2019-02-19 13:38

    KakaoTalk_20190217_171513584-tile.jpg

  • 2019-02-22 09:41

    당일 발제문입니다.

  • 2019-02-23 14:42

    저는 '작가와 작품'과 '독자와 작품' 사이에 붕 뜨게 위치한 하이데거 미학이 흥미로웠어요. 고흐의 구두 이야기를 보면 작가쪽에 집중한 입장인 듯 하지만 어딘가 다른 지점이 있다고 느껴진달까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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