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생을 위한 지난 시간 공부보고^^

아톰
2010-06-29 18:20
2514

지난 토요일은 제 마음에 특히 와 닿는 구절들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제자인 염백우가 몹쓸 병에 걸려 눕자 운명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공자님의 모습에서

한 인간이 갖는 무력함을 쓸쓸히 함께 느꼈습니다.

 

-단표누항(簞瓢陋巷)은 안회가 누추한 집에서 한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고 마시면서도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면서 군자의 도를 실천하는 즐거움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 칭찬을 듣고 염구가 말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힘이 부족합니다."

공자님이 단 한마디로 죽비를 내리칩니다.

"너는 획을 긋고 있구나!(今女劃)"

역부족자는 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으나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건데

획을 긋는 자는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많은 동학들이 저에게 의미심장한 눈초리를 보내는 바람에 가슴이 쬐끔 뜨끔했습니다.

신조어도 탄생했지요.

획자같은 놈! 당신은 획자로군요! (^^)

요즘 비전세미나에서 공부하고 있는 스피노자도 떠올랐습니다.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그도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이 말의 뜻은

자신을 제대로 잘 알아서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시키며 사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선한 삶이라지요.

'여자라서~'  '이 나이에~'  '내 머리로 뭘 해보겠다고~'  '이런 얼굴을 가지고~'  '꼴난 재주를 가지고~'...

행해보기 전에 자신을 규정하는 이런 말들을 읊고 사는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봅니다.

 

-삶은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니 숨기지 말고 살 것을 말합니다.

 

-이 잘 어우러져 빈빈(彬彬)함을 갖추어야 비로소 군자가 될 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번지가 仁을 묻자 공자님은 '선난이후획(先難而候獲)'이라 말합니다.

먼저 어려움을 겪고 뒤에 결과를 얻으라는 말이지요.

어려운 과정을 생략한 채 손쉽게 결과를 바라는 제게는 또 뜨끔한 가르침이 되어

가슴에 박힙니다.

 

-'樂山樂水'구절을 보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웃어 재꼈지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사시는 우리의 구루 요산요수님이 얼마나 큰 욕심쟁이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삿된 해석을 하다보면 아~주 즐겁게 오~~래 살 수 있는 삶 지침이 요산요수가 되기도 하거든요.

 

대충 지난 시간에 훑어 본 글들이 결석생들에게는

논어시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장마인지 뭔지 모를 후텁지근하고 수상한 날씨에도

상쾌한 마음 유지하며 한 주 잘 보내시길요. 꾸벅.

 

 

 

*금박으로 글씨가 박혀있는 뽀다구나는 세권의 검은책 논어 가운데 한권을 끝마치게 되는

이번 토요일에 그 책으로 공부하는 동학들은 맛날 걸 조금씩 가져오시와요.  자축해야지요?  ^^

댓글 5
  • 2010-06-30 00:41

    저번 시간을 돌이켜보면 정말 재밌었습니다.  아톰님이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다시 상기가 되어 흐뭇해 집니다. 단표누항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했는데 고군분투하며 해 보았던 퍼즐게임에 있던 말이네요. ~

  • 2010-06-30 07:59

    先難而後獲을

    혹시

    '어려운 일은 남들이 하기 전에 앞서서 하고

    거두는 일은 남들이 다 거두어간 후에 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그럴듯 한데...

     

    * 이번 주에는 사정이 있어, 결석할 것 같습니다.  책거리 잘 하시길...

    • 2010-07-02 11:27

      공부시간에는 샘이 말씀하신대로 해석을 하고 넘어갔으나

      후기를 쓰려니 어려운 일에 앞장서고 챙기는 건 뒤로하라는 솔선수범형의 글귀가

      제게는 그다지 仁의 말씀으로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어딘가 편협한 해석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 마음대로~~^^;;

  • 2010-06-30 18:25

    요즘 어떻게 하다보니 논어 강독에 많이 결석하게 되었네요.

    이번 토요일에는 모처럼 아톰님 얼굴 보러 가야지... ^^

  • 2010-07-01 13:23

    감사합니다.

    이번 주에도 등산 모임이 있어 결석입니다.

    진도 확인하며 주마간산이라도 하겠습니다.

     

    하이고, 문탁 가 본 지 그 언제더뇨?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80
후기 - 파리와 붕당
느티나무 | 2022.07.15 | 조회 149
느티나무 2022.07.15 149
179
후기: 삼불후 중에 무엇이 제일인가?
자작나무 | 2022.07.06 | 조회 162
자작나무 2022.07.06 162
178
후기 : 매미가 울다 (1)
토용 | 2022.06.27 | 조회 213
토용 2022.06.27 213
177
구양수의 <醉翁亭記> 후기: 구양수의 與民同樂
콩땅 | 2022.06.22 | 조회 187
콩땅 2022.06.22 187
176
왕안석의 <讀孟嘗君傳> 후기
요요 | 2022.06.13 | 조회 207
요요 2022.06.13 207
175
岳陽樓記(악양루기) 후기
울타리 | 2022.06.05 | 조회 218
울타리 2022.06.05 218
174
조고전장문(弔古戰場文) 후기 (2)
누룽지 | 2022.06.02 | 조회 189
누룽지 2022.06.02 189
173
세미나 후기 - 관리는 백성에게 고용된 서비스직이다!!! - 송설존의서(유종원) (1)
인디언 | 2022.05.16 | 조회 166
인디언 2022.05.16 166
172
재미있는 곽탁타 이야기-후기 (2)
느티나무 | 2022.05.09 | 조회 238
느티나무 2022.05.09 238
171
후기 : 유종원의 포사자설(捕蛇者說)
토용 | 2022.04.24 | 조회 198
토용 2022.04.24 198
170
<여한유논사서> 후기 (1)
자작나무 | 2022.04.19 | 조회 140
자작나무 2022.04.19 140
169
梓人傳 후기 : 내 똥 내가 치우자 (1)
콩땅 | 2022.04.07 | 조회 193
콩땅 2022.04.07 19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