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천의고원] 2시즌 4주차 후기

라라
2019-06-03 21:05
241

얼굴성이라는 추상기계


 



7고원은 얼굴성이 왜 추상기계이며, 어떻게 만들어 지고, 어떤 때에 작동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이 얼굴성을 해체해 긍정적이고 절대적인 탈영토화로 나아갈 수 있는지 이야기 합니다. 



조별 모임에서는 7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짚어가며 질문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수업에서는 주로 얼굴성이라는 추상기계에 관해 문탁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5고원의 추상기계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얼굴성은 주파수로 요약되는 의미화의 잉여성과 공명으로 요약되는 주체화의 잉여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얼굴의 탈영토화는 손이나 다른 신체처럼 어떤 도구나 대상에 재영토화되지 않기에 내용의 층위에서 표현의 층위로 비약하는 탈영토화며, 도구라는 내용적 상관물 전체로부터의 절대적 탈영토화입니다. 그럼으로써 얼굴은 도구내용적 상관자 대신 풍경이라는 표현적 상관자를 갖게 됩니다. , , , 입은 보고 숨 쉬고 먹기 위한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결합되어 특정한 표현능력을 갖는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의미에서 얼굴은 신체로 부터는 절대적으로 탈영토화되지만, 표현의 층위에서는 다른 재영토화의 짝을 찾는다는 점에서, 일관성의 구도로 이어지는 절대적 탈영토화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기표가 아닌 기호로 말하기 위해 디아그람과 추상기계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 기표은 소쉬르적 언어학의 개념이며, 이는 존재를 구조적인 의미화, 주체화라는 네트워크에 가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이는 이들이 대결하려고 하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이는 의식이라는 주체성의 그물, 기표라는 의미화의 그물이 사회적 역사적인 관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저자들의 주장이 지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관개체성, 연기(緣起)와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절대적이거나 고정된 의미화나, 주체화는 없다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모든 되기를 통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생성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나 끝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합니다. 사는 것이 먼저이고 철학, 예술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다음 장들을 읽어나가면서 그 방법들을 모색해 가야겠지요.




지금의 나를, 세상을 규정하고 있는 주체화와 의미화를 넘어서 창조적 도주의 선을 찾으라는 저자들의 주장은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미처 의미화와 주체화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라는 질문도 따라 나옵니다.^^







5주차 수업은 얼굴해체하기를 다루고 각자 써 온 에세이 초안을 점검합니다.

댓글 4
  • 2019-06-06 13:48

     이번 세미나에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절대적 탈영토화와 상대적 탈영토화를 좀 더 확실히 짚고 넘어간 것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무의식 중에 절대적 탈영토화 = 고른판을 향하는 탈영토화, 상대적 탈영토화 = 지층 간의 탈영토화 정도로 도식화해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얼굴성 고원을 통해서 상대적 탈영토화 = 도구적 상관성을 갖는 탈영토화, 절대적 탈영토화 = 도구적 상관성을 갖지 않는 탈영토화로 정리하니 좀 더 정확하게 이 둘을 구분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하여, 추상기계에 대해서도 "추상기계는 구체적인 기계(언표적+기계적 배치)를 산출하는 것이며, 기표가 아닌 기능이자 함수, 질료적 흐름" 으로 더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추상기계는) 초월적이지 않기에 이데아가 아니고, 역동성을 갖기에 구조가 아니다" 는 설명을 통해서는 전통적 서구 주체철학과 당대 구조주의 사이에서 고뇌해야 했던 들뢰즈의 포지션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19-06-06 15:52

    추상기계는 앞 고원에서도 계속 등장했으나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5고원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5 고원부터 추상기계가 변두리가 아니라 논의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더 이상 대강 퉁치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7장에서는 얼굴성과 추상기계가 한 몸이 되어 태산처럼 떡하니 정면에 등장했으니.... 정면승부를 피할 길이 없었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개념을 이해해보려고 앞 고원들을 다시 훑어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랬더니 추상기계에 대한 단서들이 곳곳에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흩어져 있는 게 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늘 무엇은 “~이다.”라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죠.  추상기계 역시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않고  얼굴성이라는 추상적인 기계가 작동하는 배치와 그 작동방식과 효과를 서술합니다. 저는 7장 후반이 무척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쉽게 알 것 같았는데 갈수록 점점 마치 소용돌이치는 파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뱅뱅 돌며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블랙은 그 느낌을 라벨의 볼레로에 비유했는데 무척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하여 격하게 공감했죠).

    암튼 들/가의 이런 서술 방식 때문에 '이것은 이런 말인 것 같은데' 하면서도 다시 한 번 정말 이게 맞나 하고 확인하곤 합니다. 이것인가 하면 저걸 말하는 것 같고 저걸 말하나 싶다가도 이걸 말하는 것 같은 그들의 표현방식 때문에 가끔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마구 헷갈리다가 문득 어떤 깨달음(?) 의 순간도 있습니다. "원래 그런 것은 없어~" 요요샘이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경계가 무너지고 확실과 불확실의 모호한 순간. 놀이터의 뺑뺑이를 타다 내리면 정지된 세상이 더 어지러운 것처럼요. /가 읽기의 묘미는 알코올 없이도 어지럽고 헷갈린다는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ㅎㅎㅎ  

  • 2019-06-06 22:49

    세미나에 못들어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술은 삶의 선들을 그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라는 말에서 저는 예술에 삶이 선행한다는 느낌보다는, 삶 자체가 예술-특히나 예술에서 더 잘 잡아낼 수 있는 탈기표작용, 탈주체, 얼굴 없음, 즉 탈영토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으며 감동했습니다. 들뢰즈는 계속해서 우리 삶 도처에 이미 탈영토화와 예술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잠재성들을 지층화하고 지층화 됨으로써 그것을 포착하고 수련(?)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는 거죠. 예술은 다른 방식으로 볼 상상력을 결여한 우리에게 큰 힌트가 되기에 인용될 뿐이라는, "긍정적인 탈영토화들인 삶의 선들을 그리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가 보기에 우리에게 의미화와 주체화는 이미 충분히 (어쩌면 과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 2019-06-07 08:56

    발제자가 겹쳐서, 옆의 조로 출장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저희 조와는 또 달라서 즐거웠습니다.

    저는 발제를 하면서 세세하게 보느라 전체적인 그림을 잘 못그리고 있었는데요, 조원분들과 2교시 문탁쌤의 세미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1교시 세미나 시간에는 전개되는 이야기가 한 번에 안 들어와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너무 집중했더니 오히려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부직용이 있더군요.

    저는 세미나 시간에도 이야기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파악하기도 벅차서, 그걸 제가 다시 제 말로 이야기하기가 많이 어렵더라구요.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하는 거 들으면서 많이 익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굴 부분은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어려웠는데 막상 읽고 보니 엄청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기도 이주 좋은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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