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시즌2, 3주차 후기

블랙커피
2019-05-27 22:43
306

지난 주 저희 조(오영, 명식, 소영, 블랙)는

들/가가 후-기표작용적 체제의 특징으로 꼽는 주체화의 점, 언표행위의 주체와 언표 주체,

선형적 과정을 차례대로 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표작용적 체제와 후-기표작용적 체제의 잉여성인 주파수와 공명도 재밌게 얘기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잉여와 탈영토화로 넘어가 살펴보던 중에

기표작용적 체제와 후-기표작용적 체제는 무엇으로부터 탈영토화 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여기서 잉여는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해 서로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 후 문탁샘과의 세미나를 통해 기표작욕적 체제는 기의로부터 탈영토화 하는 것이며,

후-기작용적 체제는 다른 기호와의 의미 생성 관계로부터 탈영토화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질문이 제 안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서 마음샘과 복습에서도 얘기하고,

집에 와서 다시 책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차분히 정리를 해보면,

먼저 잉여는 4고원에서 들/가가 언표와 행위 사이의 내적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등장합니다(154~155).

언표는 명령어이기에 그 안에는 행위가 내재되어 있는데,

그 명령어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표에 실려 간접적으로(부가적 혹은 잉여적으로) 전달됩니다.

들/가는  언어 활동에서 이 부가적인 잉여성이 일차적이며,

의미생성과 주체화가 잉여에 종속된다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잉여의 두 갖지 형식인 주파수는 정보의 의미생성과 관련되고,

공명은 의사소통의 주관성과 관련된다는 설명도 덧붙여지죠.

 

다음으로  5고원의 잉여와 탈영토화를 다루는 단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표작용적 체제와 주체적 체제, 그리고 그 각각의 잉여를 구분하는 가장 본질적인 것은

그것들이 수행하는 탈영토화의 운동이다.

 기표작용하는 기호는 다른 기호들만을 가리키고 기호들의 집합은 기표 자체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기호계는 높은 수준의 탈영토화를 행한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빈도(주파수)로서 표현되는 상대적 탈영토화이다.…

우리는 주체적 체제가 완전히 다르게 진행한다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기호는 다른 기호와의 의미 생성 관계를 깨트리고 긍정적 도주선 위로 질주하기 때문에,

기호는 의식과 정념의 검은 구멍 안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절대적 탈영토화에 도달한다(257).”

 

잉여는 언표가 하나의 의미생성의 맥락만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변수이기에

기본적으로 탈영토화 운동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기표작용적 체제 안에서 잉여의 형식인 주파수는 주관적 공명에 비해

나름의 객관성을 가지고 정보의 의미생성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흰벽에 기입된다고 하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주파수의 탈영토화는 상대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기표작용적 체제의 잉여의 형식인 공명은 의사소통의 주관성에 관여합니다.

여기서는 파롤적 변수와 다른 정념적 변수가 작용하기에 언표주체에 의해 내뱉어진 언표는

각각의 정념적 의미화 속에서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래서 주체화 체제에서 잉여는 절대적인 탈영토화에 도달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나마 정리 과정을 다시 밟고 보니,

조별 토론을 통해 서로가 미쳐 꼼꼼히 읽지 못한 부분들을 많이 드러내 주는 것이

서로의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읽기의 빈틈을 메우는데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러니 제가 다시 정리한 부분에 이상한 점이 있거나 또 다른 빈틈을 보았을 때 바로 알려주는 센스를~~

댓글 3
  • 2019-05-28 10:32
     조별토론에서 아무래도 '주체화'에 방점을 찍고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들뢰즈의 서술트릭(?) - 마치 후-기표작용적 체제가 절대적 탈주선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그 역시 주체화의 과정 속에서 홈을 파고 머무르게 되는 것 - 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했고요. 또 발화자인 '언표행위의 주체', 발화가 가리키는 주어인 '언표주체', 그것들의 이중적 포개짐을 통한 독자적 주체화 과정에 대해서도 주의하여 정의했습니다. 커플적 정염체의 주체화는 좀 더 이해하기 쉬웠는데, 대학에서 CC들이 연애하면서 마치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점차 주변의 다른 관계들로부터 단절되어 가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마지막으로 '추상기계'에 대해서는 그룹 토론 내에서도 '이 고원에서 설명되고 있는 추상기계의 작동방식'을 이야기하는데까지만 하고 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뒷 고원들에서 좀 더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 미루었습니다. 
     이번 고원에서는 그룹토론과 문탁 선생님의 강좌를 함께 거치면서 그래도 앞선 고원들에 비해 더 고원 전반을 다 짚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다양한 예시도 매우 즐거웠고요. 특히 후-기표작용적 체제의 '얼굴성'이 바로 책이란 부분은 미처 중점적으로 짚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이라, 이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2019-05-28 14:08

    저도 이번 고원에서 토론과 문탁샘 강의를 함께 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명식님의 글을 읽다 '들뢰즈의 서술트릭' 이란 표현에 옅은 미소가 절로 나왔어요~^^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미궁에 빠진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저자의 서술을 잘 따라가며 읽는다는 것. 참 힘들더라구요. 

    매번 놓치기 일쑤이고 심지어 내멋대로 잘못 이해하고 문맥을 따라가지 못하고 글자-글자-글자들만 읽고 있기도하고ㅠㅠ

    매번 발제를 잘 하시는 블랙샘이 부러워서 여쭤봤더랬어요. 반복해서 읽고 읽고 또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는 훈련의 결과라는 

    말씀에 감동하고 반성했어요~ 알면서도 놓쳤던 걸 깨우쳐 주신 블랙샘께 감사의 인사를~^^animate_emoticon%20(27).gif

    "인간을 구속하는 주된 지층들은 유기체, 의미생성과 해석, 주체화와 예속이다."(258)

    이 지층들 기표작용적 체제(기표화)와 주체적 체제(주체화). 의미생성과 주체화. 

    "의미생성은 기호들과 잉여들을 기입할 흰 벽이 없으면 안 된다. 

    주체화는 의식, 정념, 잉여들을 숙박시킬 검은 구멍이 없으면 안 된다."(321)

    이 두 요소는 함께 얼굴성을 형성한다. 기표화와 주체화는 얼굴성에 응축된다.

    자, 이제 7장 얼굴성 읽으러 고고씽~~

  • 2019-05-29 00:17

    이번 토론과 문탁샘 강의는 '들뢰즈의 주체화'였습니다. 특히, 최초의 주체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은 '카인의 표지'입니다.

    카인은 신적인 얼굴로부터 외면했던 자, 들뢰즈는 아벨을 헛됨이며  카인을 참된 인간이라고 주장합니다. 참된 인간은 신을 배반하면서 새로운 긍정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카인은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고착시키는 것으로부터 벗어난 것들의 상징이 아닐까.

    그리고  주체화는 후-기표작용적 체제와 관련이 있고, 후-기표작용적 체제는 기표작용적 체제의 원환들에서 어느 하나가 떨어져 나와서 형성되었습니다.  긍정적으로 떨어져 나왔다는 것, 후-기표작용적 체제에서 표현의 실체는 책입니다. 책의 상징으로 십계... 그룹 토론과 문탁샘 강의를 듣고 어려운 천의 고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주 얼굴성을 기대하며... 이만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62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5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8.23 | 조회 326
정군 2023.08.23 326
761
[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 4주차 후기(2종지와 3종지) (7)
여울아 | 2023.08.22 | 조회 342
여울아 2023.08.22 342
760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4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16 | 조회 355
정군 2023.08.16 355
759
[2023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 3주차 후기 (5)
봄날 | 2023.08.15 | 조회 376
봄날 2023.08.15 376
758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3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09 | 조회 392
정군 2023.08.09 392
757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2주차 후기- 정리37 세미나? (8)
세븐 | 2023.08.04 | 조회 426
세븐 2023.08.04 426
756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2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02 | 조회 381
정군 2023.08.02 381
755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1주차 후기_도의적 책임이란? (9)
호수 | 2023.07.29 | 조회 492
호수 2023.07.29 492
754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1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7.26 | 조회 568
정군 2023.07.26 568
753
'스피노자 vs 스토아학파'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4)
세븐 | 2023.07.25 | 조회 376
세븐 2023.07.25 376
752
2023 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2가 시작됩니다! (2)
정군 | 2023.07.10 | 조회 1449
정군 2023.07.10 1449
751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9주차 후기 (8)
김재선 | 2023.07.09 | 조회 490
김재선 2023.07.09 49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