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4회차 후기

도라지
2023-06-17 08:09
270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 5장-무상, 6장-무아

 

물질세계와 심리세계의 무상함은 직관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지만, 서양의 주류 철학이론은 17세기까지 어떤 변화에도 변치 않는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검색해 보았습니다~ 영국 경험주의를 완성시켰다고 평가받으며, 애덤 스미스와 함께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꽤 유명하신가 봅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낯선 이름 ㅎㅎㅎ) 이후 서양철학에서 실체를 논의하는 철학자는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佛子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철학적 난제들을 만들어 내는 서양인들의 실체에의 집착에 관한 이야기들과 그 문제점들에 관하여 저자가 현대의 학문과 방법론으로 무상과 무아를 재해석하는 과정은 나에게 불교 이론이 고리타분하거나 고답적 이야기가 절대 아니란 걸 새삼 확인하게 해주었다. (불교부심 상승!)

 

무상하기에 ‘무아’다. 붓다는 우리 개개인을 오온, 색-수-상-행-식이라는 다섯가지 다발이 모여 있는 복합체로 보았다. 저자는 오온 각각이 무상하다는 통찰은 영혼이나 참나가 우리 존재 안에 들어올 여지가 없음을 설명하기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6장-무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쓸모 있는 개념적 허구로서의 나’라는 표현이었다.

“ 붓다의 무아의 가르침이 영원 불변한 고정된 실체로서의 아뜨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제로서의 동일 인격체의 지속적 존재마저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상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동일한 인격체로 존재하는 나의 존재를 상정하는 편이 우리에게 실용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붓다는 속제의 세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 전법의 길에 선 것이 아니었다. 일체의 무상함을 통찰하지 못하여 생긴 갈애 때문에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위해 무상과 무아를 설했다. 자칫 진제의 세계가 추구해야할 깨달음의 경지인가?라고 헷갈릴 때가 있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눈앞의 세계의 실상을 깨달으면 이 세계가 그대로 열반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세미나 복습도 하고 후기를 쓴다~)

 

*후기 쓰다가 문득 생긴 질문(아시는 분 대답해 주세요~)

5장에서 보면 ‘실체론의 오류/ 본질주의 오류/ 본질주의와 실체론의 문제’에 대해 파트를 나눠서 설명하는데, 실체와 본질…실체론과 본질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본질주의가 철학적으로 더 큰(상위?) 개념인가요?

 

 

 

<나는 착각일 뿐이다.>  2장-의식, 3장-자아

 

이 책은 뇌과학과 신경과학에서 자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회가 닿을 때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여러 학문과의 소통을 통해서 시야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생소해서 읽으면서 여러번 한숨이...)

 

철학자 토마스 네이걸은 “의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의식이란 뭔가 통합된 것 같은... 내가 있는 것 같은... 그 무엇. 그것이 의식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네이걸에 따르면 의식은 주관적 경험이다. 그의 주장은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 근거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이 무엇인지 아무도 규정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철학자도 과학자도 의식이 뭐다! 라고 얘기한 사람은 없다. 의식이 있다는 전제에서 다 출발할 뿐이다. ‘나는 사유해! 존재해!’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2장과 3장은 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해서 의식의 실체 없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자아가 환영임을 알게 된다. “자아는 없다. 의식의 흐름만 있을 뿐이다!”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3권>, <니까야 강독-2편, 다섯가지 무더기>

 

오온에 관한 경들을 살펴보았다.

 

나는 "오온은 살인적이다.”라는 야마까경의 구절에 대해 질문 했다. 경을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읽지 못해서 생긴 질문이었음에도 요요쌤의 설명이 너무 훌륭했다. (아래는 쌤의 말씀을 거의 다 옮겨 적은 것입니다~)

 

“오온에 집착하는 것은 나를 괴롭히는 나를 죽이는 것과 같다. 나의 느낌 생각이 중요해서 실제 살인이 일어나고 상대를 괴롭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오온이 나라고 집착하는 것이 나를 죽이고 다른 이들을 죽인다. 오온은 무아다. 오온이 자아라고 생각해서 수많은 번뇌들이 온다.

 

오온을 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벌어지는 연쇄고리는 살인적이다. 그래서 오온은 살인적이다. 나를 죽이고 남을 죽인다.

 

오온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고 염오-이욕-해탈-해탈지견에 이르는 것은 염오라는 수행의 결과이다. 염오를 해야 이욕이 된다.

우리는 자아라는 것을 염오하지 않고 더 집착한다. 통찰지로써 아는 것은 지식으로 아는 것과 다른 것이다. 집착하는 마음이 불러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떠나는 것. 해로운 줄 알아야 안 간다!”

 

 

 

이상! 허리 아파서 후기는 마무리 합니다.

다음주에 질문 만들어 오는 거 잊지 마세요! 세미나 시간에 오디오가 비지 않게 질문 빡빡하게 많이 만들어 옵시다!ㅎㅎ

댓글 7
  • 2023-06-17 10:19

    와 책 하나하나 꼼꼼하게 정리해주셨네요!
    덕분에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다시 짚어보고 가요
    도라지쌤 복귀하신 걸 환영해요~^_^b

  • 2023-06-17 16:11

    '실체'는 철학사에서 계속 변화해 온 개념이기도 해서 이것이 실체다, 라고 콕 찝어서 이야기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가 읽은 책의 맥락에서 저자가 '실체'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는 17세기까지도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어떤 물체가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물체로 존속하는 이유가 이런 물리적, 화학적 속성들을 유지하는 기반으로서의 어떤 변치 않는 실체(substance)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139쪽)
    위 인용문을 통해서 보면 실체란, 어떤 사물이 그 사물로 존속하는 근거, 혹은 어떤 사물을 그 사물이게 하는 기체(基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령 내 눈앞에 있는 책상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 책상은 시간 속에서 여러 변화를 겪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책상으로서 계속 존재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물론 불교의 무상은 이런 질문을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그 책상의 기체가 있어서 계속해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그 책상일 수가 있습니다. 그 기체가 실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체에 이런저런 속성들이 덧붙여져서 어떤 사물이 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82쪽 참고)
    아뜨만론을 실체론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나는 몸도 커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모양도 변하지만 나를 나이게하는 어떤 기체가 있다. 그것이 아트만이고 실체다라고 하는 식이지요. 아뜨만론과 달리 불교는 변치 않는 실체는 없고, 연기적인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상들만이 존재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반실체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본질은 또 뭘까요? 본질은 종(種), 형상(eidos, idea)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어떤 것을 어떤 것이게 하는 변치않는 성질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우리가 읽은 책에서는 본질을 논리학의 제1의 법칙인 동일성의 법칙 즉 A=A로부터 연역해냅니다. A=A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A=A는 시간과 공간이 소거된 논리와 개념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양철학에서도 본질주의 역시 계속해서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생물학에서 종개념이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진화론)으로부터 본질주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크립키 등과 같은 철학자가 본질에 대해 다시 사유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책에서 이야기하는 현대의 본질주의로 '~임'을 본질로 재정의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이것임'이라는 개체적 본질, 144쪽 그리고 소울 크립키비판 153쪽~158쪽)
    불교 용어로는 본질은 자성(自性)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변치 않는 자성은 없다는 의미의 무자성을 설하는 것이 공(空)이기도 하고요.
    저자가 실체론과 구별하여 본질주의를 비판하는 이유는 기체(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성(본질)은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됩니다.(130쪽~131쪽 참고하세요.^^)

    글자 그대로 보면 실체는 체(기체)의 문제고, 본질은 질(속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작은지 물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실체는 기체로서 존재하고, 본질은 어떤 사물의 본질로서 인식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분명히 구별됨에도 불구하고 철학의 개념의 역사 속에서는 이 둘이 긴밀히 얽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불교는 공과 연기로 이 둘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2023-06-18 08:31

      실체와 본질을 구분해서 말해야 하는 경우. 실체는 없음은 '무아'로 본질은 '무자성'으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 2023-06-18 09:48

    오랜만에 도라지님과 함께 완전체였던 시간이라 좋았어요.
    전 이번 시간 단멸론,불멸론이냐는 질문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이 많이 마음에 남네요. 경전에 보면 그런 질문들이 많고 틀린 말이 아닌듯한데 붓다는 늘 둘 다 아니라고 하시면서 연기론으로 대답하시잖아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아니라.
    그런데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개 괴로움이 일어나는 질문들, 이게 맞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와 같은 질문들이 단멸론이나 불멸론을 묻는 질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어느쪽이든 이미 전제는 있다 없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근데 그러면 답이 없더라구요. 그때 붓다의 연기를 생각하면 질문 자체가 무화되어버리게 되죠. 아, 그래서 늘 단멸, 불멸을 묻는 이들에게 고성제와 연기를 가르치셨나보다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 2023-06-18 13:34

    도라지님 후기를 읽으니 다시 찬찬히 복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교재는 철학의 개념어 불교의 개념어들이 확 다가오지 않아 미로를 헤메였던 것 같습니다.ㅠㅠ
    그러면서도 다음 시간 12처 18계 공부가 기다려집니다~~~

  • 2023-06-19 13:43

    도라지님 복귀환영^^
    도라지님 질문덕에 실체 본질 등에대해 확실하게 정리가 되네요 ㅎ
    또 다시 시험이라도 봐야 정리가 되려나 ㅠㅠ
    알것같다가도 헷갈리고 뭔가 분명하지가 않은것이 ㅎㅎ

  • 2023-06-20 08:46

    저는 갈수록 어렵네요ㅜㅜ 도라지님이 후기 올려준 덕분에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몇번 더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복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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