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 청소년들, 현장에서 배우다

관리자
2013-02-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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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동안 문탁에서 <대한민국사>도 읽고,  장애인이동권투쟁에 관한 다큐도 보고,  <밀양의 눈물>도 본 친구들.

정치는 '소수자'들이 몸으로 자신의 소문자 history를 써가는 것이라는 저의 말을 무척이나 진지하게 곱씹던 친구들 열두명이

오늘 서울 강남 한복판, 한전 건물앞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모였습니다.

(아이들 몇명은 그곳, 강남을 처음 가본다더군요...하하하......)

 

이 아이들 어제 수업이 끝난 후 밤 12시반까지 스스로 구호를 만들고, 퍼포먼스를 만들고, 피켓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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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만드는 모습은 정말 자유분방합니다.

밤 열한시의 문탁 강의실은 이런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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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시, 대부분의 아이들이 농성장에 집결했습니다.

오늘은 단장면 태용리의 구미현, 고준길 김옥희 주민분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은 고준길 어르신께 밀양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습니다.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의 중재로 한전측과 협상이 진행중입니다만......별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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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되어 서문앞에 섰습니다.

아이들은 퍼포먼스로 밀양아리랑을 준비했습니다.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 보소

 송전탑에 짓밟히는 날좀 보소(1절)

 우리소원 별거없고 살려주소(2절)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겨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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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지혜 선생님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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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식구들도 함께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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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공주에서 꼬마들도 왔습니다.

오늘 비주얼은 한마디로 끝내줬습니다.

아이들 왈, "우리들의 무기는 비주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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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한전식구들, 점심 먹으러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ㅠㅠㅠ...

거리가 한산합니다.

그러면 우리끼리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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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을 빙 둘러 피켓산책도 합니다.

아이들은 한전의 규모에 깜짝 놀랍니다. 곳곳에 쪽문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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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정문앞입니다.

한전의 슬로건이 '그린 스마트 에너지'랍니다. 그걸 패러디한 아이들의 구호. "구린, 숨막히는 에너지!!"  깜찍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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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오는 한전식구들을 향해 크게 소리칩니다.

"점심!!"  이라는 선창에 (주로 태홍이가 했습니다)  "맛있게 드셨나요?" 라고 소리치고

"밀양!!" 이라는 선창에 "지켜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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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담님이 오셔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쏘셨습니다.

단식농성장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는 게 좀 걸렸습니다만.......아침도 못 먹고 온 아이들이 너무 허기져해서....할 수 없이 밥을 먹였습니다.

밥을 먹고 다시 농성장으로 와서 주민들과 질의응답을 벌였습니다.

 

아이들은

주민들이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왜 탈핵구호를 전면에 내걸지 않는지?

지중화가 과연 대안이 되는지, 그건 또 다른 환경파괴가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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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태리 주민들도 아주 말씀을 잘 하시더군요.

밀양 주민분들은 이제 투사 + 이론가 + 선전가 + 선동가를 합쳐놓은 새로운 형상으로 변모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한말씀 덧붙이셨습니다.

이건 내 이야기이니까 학생들이 자료도 더 찾고 공부도 더 해 보세요~~ 라고!!

 

오늘 어르신들의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8년간 싸우면서 처음 7년간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작년 초 이치우 어르신께서 분신자살한 이후 밀양의 싸움이 알려지면서 많은 연대와 지지, 지원을 받았다.

사실 이번 상경농성도 걱정이 많았다. 텐트를 트럭에 싣고 올라오면서 과연 텐트나 칠 수 있을까, 텐트도 치지 못하면 돌아가서 주민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마음이 무거웠고, 다시 돌아가고도 싶고...그랬다.

그런데 쌍용, 용산 등에서 오셔서 순식간에 텐트를 쳐주셨고, 또 다시 연대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 그 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소박하고, 너무 진솔하신 말씀이셨습니다.

그곳 농성장에서,  사람의 도리가 통하는 그곳에서 오늘도 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댓글 4
  • 2013-02-21 01:23

    완전 멋진데요!!

    근데 태홍이는 에세이 쓰고 갔니?

    삼성역에 관해 에세이 쓰다 들어왔더니

    떡허니 멋진 글감이 올라와 있네요.

    와~아 너무 멋져요^-----^

     

  • 2013-02-21 04:37

    우와~ 멋지당~

    구호랑 피켓이랑 완죤 살아있넹~

    구린, 숨막히는 에너지라니...

    채린, 채원, 도영~ 지난 번에도 고생했는데,

    오늘은 친구들이랑 더 밝고 씩씩한 얼굴이라 반갑구요.

     

    글고, 한전은 왜 점심시간이 11시부터일까 의문이었는데,

    전력피크시간 조정을 위해서라는 보도자료가 있더라구요..

  • 2013-02-21 15:58

    와우! 근사한데..

    멋진 비주얼에 놀라운 구호와 퍼포먼스까지..

    지난 주에 우리가 만든 구호와 피켓도 좋다고 자화자찬 했었는데..

    너네들거랑 비교해보니 좀 별론 것 같아..

    하하하.. 그렇지만.. 계속 애써볼게.. ㅋㅋ

     

  • 2013-02-21 18:14

     젊은이들과 함께 하니 밀양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무지 좋아하셨을 것 같네요.

    고등부 친구들 멋있어요.

     

    구린,숨막히는 에너지  완전 대박이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