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차 후기-맹자가 질문하는 '전제'는 무엇?

게으르니
2017-03-07 21:29
325

오늘의 세미나는 무려 6명이나 결석인 관계로 여덟명이 진행했다.

오... 이 익숙한 시작은 어디서 본?

고전과 관련 청소년 프로그램 수업 후기를 쓸 때 단골로 시작하는 문구군!

청소년들이  결석이 밥 먹듯 하는 걸 우찌 이러노.. 싶어 하소연투로 썼다면...

 

감기로 아픈 아이때문에 밀려오는 일정 때문에 아픈 몸 때문에 등등

 다양한 동학님들의 결석 사유를 들으니

서로에게 공부하는 기운을 북돋우어주는 비법 어디 없나..... 찾게 된다.

 

그 기운을 다시 북돋우자는 방법으로 자누리샘은 다르게 질문했다.

"숙제 게시판을 어떻게 쓰고들 있는가?

서로의 공부를 점검함은 물론 스스로의 공부 밀도로 높이는 방식으로 쓰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생산하는 공부 방식으로 배치하고 있는가?"

 

매월 첫 주 회의하자는 제안 후 첫 회의가 곧바로 무산되는 와중에도

이 질문을 중심으로 올해 우리의 공부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여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 전 나눈 의견은 반장님이 잘 정리해서 공지해 주실거다.

그러므로 나는 4회 후기로 넘어가겠다.

 

이번 주 맹자 원문은 양혜왕 하로 들어가 4장까지 진행했다.

이번 주 원문을 읽으면서 다룬 집중 쟁점은

여민동락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

그저 백성과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끊임없이 살피는 왕의 세심함.

그 후에야 여민동락이 있는 것 아닌가.

여민동락장 그래서 훨씬 어렵게 와 닿았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두 번째 쟁점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을 둘러싼 토론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구휼(우샘 설명)하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것은

 小는 大를 섬겨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전제는 너무나 관습적이고 상식적 아닌가?
그럼 소국은 늘 대국의 지배아래 있어야 한다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른가?

 

이에 대한 토론에서 위대한 사상가는 기존의 전제에 대해 질문하기에 치열했다면서

맹자 또한 대와 소를 둘러싼 전제, 대는 강하니 위세를 소는 약하니 알아서 받드는 이 전제에 대해

다르게 질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반론도 있었다.

 

주희의 주석을 보자면 대국으로서 관용과 너그러움은 소국이 비록 공손하지 않더라도

자식에게 저절로 흐르는 사랑처럼 참을 수 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으로

대국의 소국 섬김을 풀었다.

 

 맹자의 주장을 당대의 정세를 둘러싼 당연한 전제에 대한 질문으로 보자면

어떤 점을 찾아볼 수 있을까?

백성과 왕이 맺는 관계 아니었을까?

세미나에서도 이런 질문이 나오기는 했다.

 

당시의 정세(전국시대) 에서 왕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을까?

맹자는 그 왕의 역할에 대한 전제를  어떻게 균열 냈을까?

당시 왕 앞에 나아갔던 유세가들의 어법과 맹자의 어법을 비교해 본다면

당시 제후들의 왕노릇에 대한 근거와 맹자가 돌파하려한 전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미가 끝나고 <사기열전>을 뒤졌다.

 

전국 시대 희대의 유세가 소진과 장의, 그리고 맹자.

'소진열전'에서 소진이 제선왕 앞에서 한 유세 내용에 보면 제나라 백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곳 백성은 큰 생황을 불고 비파를 뜯고 북을 치고 거문고를 타고 아쟁을 켜며,

닭싸움을 하고 개경주를 즐기며 윷놀이와 공차기를 즐기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중략) 집이 많고 사람들은 풍족하며, 모두 높고 먼 곳에 뜻을 두고 기운이 넘칩니다."

 

 소진이 말한 지역은 구체적으로 제나라의 수도 임치의 모습이다.

맹자도 그 임치를 둘러 보았을 것이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제정해 주되 위로는 부모를 섬길 수 없으며

아래로은 족히 처자를 기를 수 없어서,

풍년에는 일 년 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사망을 면치 못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소진과 맹자가 각각 어떤 의도로 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소진은 왕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때 전제는 당신이 훌륭한 왕이라는 것이다.

결과는? 소진은 제나라의 재상 자리를 얻고 6국 합종도 이끌어낸다.

 

등문공편에 가면 맹자의 제자가 장의 등의 유세가들이 제후를 제압하니 대단하다고 하자

맹자 왈 "그들은 대장부의 도를 모른다. 첩부의 도를 따르는 무리일 뿐이다."

라고 일갈하는 내용이 나온다.

 

다시 왕과 백성의 관계로 돌아가자.

소진 등의 유세가들은 왕의 권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권력, 더 부강한 나라.

이 모든 것이 왕의 것임을 의심치 않는  발화.

세습군주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제안이 있을까?

 

그에 비해 맹자의 유세는 왕의 권력을 견제(자누리샘 주장참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맹자의 발화는 기존 왕의 모든 권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듯 보인다.

슈워츠를 보면

"공자에 비해(....) 주 왕실의 생존은 맹자에게 더 이상 살아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의 마음은 새로운 체제의 가능성에 대해 예민한 촉각을 세운다."고 했다.

 

지금 맹자의 보민정치는 당연한 그래서 상식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에 왕에게 백성을 보살피라는 주장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였다.

그 세상에서 '새로운 체제'의 주역으로 백성을 돋을새김한 맹자의 열변!

 

양혜왕이나 제선왕에게 유세한 맹자의 발화를

'새로운 체제의 가능성'을 향한 맹자의 탐구로 읽어본다면

좀 더 다르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때의 새로운 체제는 정치체제만으로 한정하지는 않겠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며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맹자의 신념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2
  • 2017-03-08 05:43

    아... 3회 후기, 4회 후기...이런 거 말고...후기에 제목 부쳐서 쓰자 했는디....

  • 2017-03-08 20:11

    <중국 정치사상사,p78~80>를 다시 보니 보민이 이미 서주시대부터 있던 개념이네요. 

    주공이 제시한 새로운 정치개념이며, 백성을 다스리는 태도를 강조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공은 백성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백성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반란이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보니 그 이후로 서주의 왕권은 점차 강화되고 사해안에 왕의 것이 아닌 것이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맹자의 이야기는 복고가 되나요? 

    처음 맹자를 읽었을 때는 民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양혜왕 편을 읽으니 民에 대한 맹자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맹자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으면서 한 편으로 애매하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돌아서면 그게 맞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작나무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처음 맹자를 읽었을때 그런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꼭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이번에는 맹자가 말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게 작은 것을 이기는 것,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잡아 먹는 것

    하지만 정작 맹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제선왕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일깨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왕이 원래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이냐? 

    바로 주공이 말한 보민을 들어서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전쟁 일으켜서 땅 덩어리 넓히는 것이 왕의 역할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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