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6차 후기...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봄날
2017-03-27 09:48
236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제후들의 땅에 대한 욕심이 커져가던 시기였다. 전차부대를 앞세우고 들판에서 싸우던 것이 대규모의 공성전으로 변화하면서 전쟁에서 죽어가는 일개 병졸의 수가 싸움의 크기를 말하는 시기였다. 힘 대 힘, 지혜 대 지혜가 날마다 맞부딪쳐 지도가 매번 새롭게 그려지는 시대에, 맹자는 군주에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에 힘쓰라고 말한다. 군주들은 맹자의 말을 그 앞에서는 듣는 척 하나 마음은 늘 콩밭에, 즉 정복욕에 가득 차있다. 그래서 백성들의 마음을 살피라는 맹자의 말은 늘 튕겨져 나오는 듯하다.


 



제선왕은 연나라를 정복하는 것이 만승의 나라가 만승의 나라를 정벌하는데 50일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는 취하지 않음이 오히려 하늘의 재앙을 부르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맹자는 무왕과 문왕의 예를 들어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하면 그리 하라고 대답했다. 또 탕왕의 예를 들어 사방 70리의 작은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치는 것은 자신들의 나라가 정복당하기를 바라는 백성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가. 맹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仁政. 우응순샘 말씀대로 기---인정이다. 인정의 방식은 나라가 처한 상황이나 군주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제선왕의 경우 대국이니 거침없이 정복의 달콤함을 누릴 수 있지만 맹자는 피정복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모반의 액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형을 죽이고 자제들을 구속하고 종묘를 부수며 기물들을 옮기면” “물이 더 깊어지고 불이 더 뜨거워짐이니 (백성들의 마음)이 딴 곳으로 갈 뿐이라는 것이다.


 



추나라 목공이 노나라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장교들이 33명이나 죽고 백성은 죽지 않았으니 백성들을 벌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도 맹자는 군주의 인정의 예를 말한다. 유사들의 죽음에 대해 백성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왜냐 하면 백성들이 굶주림에 죽어 넘어가고 있는데 유사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소홀히 하여 먹을 것으로 넘치는 창고를 열어 구제하지 않으니 이미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 있는 것이다.


 



한편 군주가 인정을 펴는데 있어서는 나라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등문공이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 약소국의 처지를 한탄하자, 맹자는 백성들과 함께 하라고 한다. 태왕의 이야기는 인정의 또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땅에 거주하는 태왕이 적인들의 침입으로 위태로워지자 부득이하게’ 기산 아래로 옮겨갔다. 그때 태왕은 적인들의 목적은 빈땅의 토지 이니 군주가 없으면 싸움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옮겨간 것이다. 이때 빈나라 백성들의 마음은 태왕의 어짊을 발견했고 피난한 군주를 따라 시장으로 돌아가듯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태왕의 선택은 부득이하다는 것인데, 인정을 펴는 유일한 방법이 부득이한 것이다. 앞의 등문공의 예에서도 맹자는 운신의 폭이 좁을지라도 군주가 인정을 펴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백성들의 마음을 읽고 그에 따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나라의 흥망성쇄는 어쩌면 대외적 형세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맹자는 당대에 나라가 망하더라도 군주가 오직 인정에 힘쓰면 후대에라도 언젠가는 후손중에서 왕 노릇할 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후기의 마무리를 쥐고 며칠째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짧은 글, 남들의 눈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데 나는 뭔가 고전을 읽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 조금은 깨치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그냥 느낌적 느낌에 그치지 않으려면 좀더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저 대선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많은 후보들의 언행들을 보면서 맹자의 인정에 대한 상이 내 머릿 속에 겹쳐서 떠올랐다 사라진다. 이 시대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떤 것일까

댓글 6
  • 2017-03-27 10:02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하시는 봄날샘께 배웁니다. ^^

    그런데 승문공 -> 등문공, 지산 ->기산 아닌지요..? ^^;

    • 2017-03-27 22:30

      발빠른 댓글에 감사드리며...짧은 배움 탓에 늘 오독이 함께 합니다요...

  • 2017-03-27 22:09

    "기마병을 앞세우고 공성전을 주고 받았던 싸움에서 보병전으로 변화하면서"

    춘추시대의 전쟁은 대부분 들판에서 싸우는 형태였는데 기마병이라기 보다는 

    전차부대가 동원되었고 이것이 천승지국의 乘입니다.

    기마병의 경우 전국시대에 출현한 새로운 전쟁 요소입니다. 전국시대 중기에 흉노 등에 영향을 받아서 

    중국에서도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 기병의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춘추시대에는 비교적 소수의 군대로 전쟁을 했기 때문에 하루 혹은 이틀이면 결판이 났는데 

    전국시대가 되면서 기술의 진보와 대부대의 편성으로 보병을 주력으로 한 야전 혹은 공성전이 행해졌다고 합니다. 

    공성전은 1년, 2년씩 걸리는 장기전이 수행되었고, 전쟁의 규모도 커지게 됩니다. 

      - P343 <중국의 역사, 선진시대> 가이즈카 시게키, 이토 미치하루 지음 / 혜안 - 참조

    • 2017-03-27 22:37

      사실은...요 부분을 쓰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좀 불안했는데, 역시 더 알아봐야 하는 거였네요.ㅠㅠ

      그런데 '그럼 이건 또 어디서 찾아봐야 되지?' 했었어요.

      진달래의 우정의 지적질에 감사드리며 잽싸게 고쳤습니다.

      그런데 참, 길이 머네요....ㅠㅠ

      • 2017-03-27 23:14

        그러게요.^^ 

        2015년에 <반짝 학이당> '중국 고대사 세미나'에서 읽은 책들이 지금 많이 도움이 됩니다. 

        책, 필요하시면 빌려 드립니다. 

  • 2017-03-28 00:05

    정말 나라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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