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 주자 사이를 탐사하는 우리의 딜렘마

다다
2017-04-22 12:08
403

1. <맹자>를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궁금하다. 왜 우쌤은 올해 우리에게 <맹자>를 읽으라고 하셨을까? (사실 '친절한 응순씨'의 그다지 친절한 설명은 없었다. 쩝!) 그리고 이문서당 매 시간마다 느끼는 건데, 우쌤은 <맹자>가 너무너무 재밌어 거의 정신을 못 차리신다는 거다. 뭐가 그렇게 재밌으신 것일까? ㅋㅋㅋ...

반면 우리는 <맹자>를 읽는 게 좀 버겁다. 일단 말이 많다. 줄줄이 사탕처럼 끝없는 이야기(주장)가 쏟아진다. 그런데 그것이 쌈빡하게 논리적이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진달래는 매번 맹자는 '우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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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자>를 읽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맹자의 다변 속에서도 우리가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혹은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부분들을 아주 많이,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民!! 도올이 '민본주의 사상'으로 <맹자>를 읽었고 많은 사람이 그런 이유로 <맹자>를 지금 다시 소환한다. "지금은 <맹자>를 읽어야 할 때!!"라고 말이다. 

그런데 잠깐 숨을 고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올 이전에 캉유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는 <孟子微>라는 텍스트를 통해 맹자를 서양의 민주, 자유, 정의로 해석했다. 맹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중체서용'을 완성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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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가 지금 <맹자>를 '민'의 사상가로 읽는 것은( 어쩌면 맹자를 읽는 가장 쉬운 방법?) 결국은 캉유웨이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것일까?  그렇게 읽어도 좋은 것인가? (기껏해야 중체서용? ㅋㅋㅋ)  하여 다시,  <맹자>를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맹자>를 당대의 맥락에서 읽되 지금 우리의 문제의식을 갖고 만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ㅜㅜ

 

 

2. <맹자>와 <근사록>을 같이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맹자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사상가였다. 송대에서 다시 주목받고 리바이블 되기 전까지는^^ (물론 한유가 있긴 하다. 그는 <원도>에서 도통을 세우면서 맹자를 삽입했다.) 그러니 <맹자>와 북송사상가들은  당연히 매우 깊~~~ 이~~~~ 연관되어 있다. 맹자가 없는 성리학, 성리학이 아닌 맹자는 사실 생각하기 좀 어렵지 않은가? (성리학의 다른 이름이 '심학'인 것을 생각해보라^^)

그런데 문제는 송대에서 맹자가 리바이블되는 과정은 非孟과 尊孟의 복잡한 길항과정 속에서였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맹자를 존숭했고, 누군가는 맹자를 맹렬히 깠다!

존맹의 대표주자. 신법당의 거두 왕안석! 그는 맹자를 존숭했고 과거시험에 맹자를 포함시키면서 송대 맹자 리바이블을 실제적으로 이끌었다. 다만 재밌는 것은 왕안석은 맹자의 성선설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선설이 없는 맹자를, 왕안석은 좋아했다.

다음, 비맹의 대표주자, 구법당의 거두 사마광! 그는 <疑孟>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맹자를 격렬히 비판했다. 주나라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맹자는 패자였던 제선왕이나 양혜왕한테 천자가 되라고 꼬셨다는 것이다. 아, 그건 공자(正名論)에 대한 배반이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북송의 왕안석과 사마광. 아니 신법당과 구법당은 그들의 정치적 비전과 관련하여 맹자를 존숭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왕안석~1.JPG

 

그러니 우리는 죽을 맛이다.

왜 1000년간 잊혀졌던 <맹자>가 송대에 와서 부활했을까? 그 컨텍스트도 따져야 하고,

왜 누구는 <맹자>를 좋아하고 누구는 <맹자>를 싫어했을까?  그 근거가 합당한 것일까? , 를 <맹자> 텍스트 내부의 논리를 통해 따져야하고,

나아가 비맹과 존맹과 같은 그런 차이의 함의를 해석해내야 한다.

아...<맹자>를 <근사록>(북송사상가)과 함께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다. ㅠㅠ

 

3. 주희의 <맹자>를 읽다가 혹시 우리 머리가 터지지 않을까?

 

주희도 우리처럼 골치 아팠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신법당이 아니라 非孟이었던 구법당의 계보에 속하는 사람 아닌가? 그런 그에게 맹자는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의 스승들(이정)은 <맹자>의 어떤 점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사서의 하나로 묶으려 했던 것일까?

주희는 그 유명한 백록동 서원에서 <맹자>와 <관자>를 계속 강독하면서 제자들에게 다음과 질문을 한다.  왜 순경은 맹자를 비판했고 양웅은 유보적이었으며 한유는 맹자를 존숭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구. 그래서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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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그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스승 이정을 계승한 주희는 <맹자>의 심을 철저히 '리'의 차원에서 읽었다는 것을. 그는 리와 기를 분리하였고 심과 물을 분리했다. <맹자>는 철저히 형이상학적 텍스트로 재해석되었다. 그런데 그건 진짜 <맹자> 일까? (진짜는 또 뭘까? 그런게 있기는 할까? ㅋㅋ) <맹자>의 호연지기장을 주희처럼 그렇게 읽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난 세미나 시간에 농담반 진담반, 호연지기장은 맹자식 심신평행론이라고 말했었는디^^)

하여 주희의 맹자해석은 주희 사후 또 다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알다시피 그 대표주자는 청대의 대진이다.

그렇다면 지금 주희의 <맹자>를 읽는 우리는 어떤 태도로 어떤 방법으로 <맹자>를 읽어야 할까?

주희를 괄호치고? (그럼 우리는 한 문장도 해석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주희를 따라 <맹자>를? (그럼 우리는 <맹자>가 아니라 주희를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주희를 상대화하면서 <맹자>를?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무식하다^^)

아, 주희의 맹자를 읽다가 우리는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겠구나. ㅋㅋㅋ

 ..

 ..

 ..

 ..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걍 닥치는 대로 읽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행히 우리의 공부에는 그 어떤 마감시간도 없~~~지 않은가^^

댓글 2
  • 2017-04-24 13:05

    2017년 <고전공방>의  주제를 '북송오자의 해석자 형명'이라 정한 것은

    문탁샘의 탁월한 작명 센스를 보여준 대목이 아니었을까요?

    왜냐면 전 제목에 끌려

    (솔직히 뭔 뜻인지도 모르면서) 신청했거든요.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알겠는데

    조합해 놓으니 멋지구리하긴 한데...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

    이문서당에서 <맹자>를 읽으니

    열심히 숙제도 하고, 암송도 하다 보니

    어느새 '올해는 맹자를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자누리샘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올해 초 내가 멋지게 생각했던 '북송오자 해석자 혁명'은 멀리 안드로메다로.....

    다른분들도 비슷하리라 여겨집니다만...

    <맹자>를 읽다보면 연관해서 공부할 것이 방대하다고 느껴집니다.

    <사기>, <서경>, <시경>을 공부하고 싶고

    중국철학사도 다시 훑고 싶고, <논어>도 다시 꼼꼼히 읽고 싶고,

    <대학>, <중용>도 틈나는대로 읽어야 할 것 같고.

    마음만 분주해집니다.

    허겁지겁 대다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다 지쳐서 하루를 또 넘기고...

    "공부는 내일부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ㅎㅎ

    그래서 올해 우리 공부를 좀 더 교통정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마음 잡고 앉아서 <근사록집해>를 좀 읽었는데

    아...........제가 싫어하는.....

    태극, 무극, 음양....등 이야기가 잔뜩이더라구요.

    당췌 읽어도 뭔말인지 모르겠고...

    그러다보니 주돈이를 공부해야 하나? 뭐 또 이런 생각이 스치다가

    풍우란 책을 다시 펴 봐야 하나? 이랬습니다.

    또 마음만 분주하네요.

    우리 회의는 5월 9일에 합니다.

    (2일에는 결석자가 많은 관계로...)

    그때까지 각자 생각을 좀 더 정리하는 걸로... 

  • 2017-04-28 07:32

    우리 올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팡질팡하다가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ㅋ

    어쩌면 갈팡질팡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송대의 학자들이 고전을 리바이블하는 방식이 너무 거대해서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만 해도

    분명 건질게 있을것 같아요. 

    오히려 빠지지 못하고, 허우적대지 못할까 걱정하기로 해요 

    문제는 고전공방이 다같이 늪에 잘빠지고 잘건져지는 방식이 뭘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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