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논어 3번째 수업 후기
우연
2012-04-20 22:36
928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아...
이문서당 수업 후 두번째로 머리 아픈 날이었다.
제일 머리 아픈 날은 당연히 30년 만에 처음 한자 책을 펴든 첫날이었고.
세상사는 일에 지치고 힘들 때 뭔가 의지할 것이 필요했다.
서양철학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고 종교는 세상일에 찌든 영악한 나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다.
내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가 우리의 것을 알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 우선 동양사상을 알아야 했다. 불교, 유교, 도교 등을 혼자 조금씩 읽어가고 있을 때 이문서당이 개설되었다. 망설임이 많았다. 한자에 대한 알레르기 때문에.
어찌저찌 시작하였고 쏟아지는 지식의 양과 암기의 압박에 허우적거리며 녹슨 뇌를 갈고 닦아가며 여기까지 오긴 왔다. 긴 여정에 어렵게 두 세 발자국 띠었으나 앞으론 조금은 더 나아지리라 믿는다.
그런데 오늘, 정말 폭풍처럼 진도가 나가더라.
- 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라고 한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내 생각의 회로를 거친 후 知의 과정을 지나는 것이 그동안의 나의 學이었는데 오늘은 思고 知고 學이고 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연히 罔하고 殆할 수밖에. 아니 學한 것도 아니고 思한 것도 아니니 罔하고 殆한 것도 아닌가.
儒家는 學을 중시하고 佛家, 道家는 思를 중시한다고 했던가.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강조하는 儒學과 경험 이전의 선험적 깨달음의 세계를 보여주는 佛敎, 모두 매력적인 공부이다.
허나 學하고 思하는 과정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것이 先이고 어느 것이 後일 수 없다고 본다.
(先行後知의 孔子의 입장도 아니요, 先知後行의 朱子입장도 아닌 후대의 동시중요의 입장에 난 한표!)
程子는 中庸에서 博學, 審問, 愼思, 明辯, 篤行의 과정을 통해 學問의 길을 보여준다.
나의 학문의 단계는 아직도 博學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나 군자됨에 크게 개의치 않으련다.
실제로 개인적으론 지배자의 윤리를 설파하고 있는 유학보다는 하층민을 중심으로 뿌리내린 후 민간신앙과 피지배자의 사상적 배경을 마련한 도교가 더 끌린다.
오늘도 양주의 爲我, 묵자의 兼愛, 노자의 無我가 잠깐 언급되어지는가 싶더니 아쉽게 패스.
(배우고 있는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곳을 기웃거리기는. 끌끌. 배우고 있는 것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꼬장 좀 부렸슴다.)
-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개성이 강하고 혈기가 넘치며 머리보다는 주먹이 앞서던 자로,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 자로 유, 그에게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자로의 품성상 모르는 것도 우겨서 안다고 하기가 가능하기에 이런 자로를 깨우쳐 준 말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라. 이 얼마나 명백한 진리인가. 허나 이 말이 실생활에 들어 올 때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과장됨이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모르는 것을 깨끗하게 모른다고 시인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두 시인할 것이다. 혈기가 넘쳐 행동이 큰 자로 뿐만이 아니라 속 좁은 자존심으로, 아님 불필요한 수치심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현대의 우리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말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것일까.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데 뭘 안다하고 뭘 모른다고 한단 말인가.
공자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어떻게 구분 합니까 (한문으로 멋들어지게 쓰고 싶었으나 능력부족이다)
(논어를 배우다보면 어떤 한 구절을 내가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것조차 모를 때가 많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구절조차 이게 아닌가봐 할 때가 있으니까. 아, 험난하고 아득한 배움의 길이여! ㅠㅠ)
- 繪事後素
휜 비단을 마련한 후에 그림을 그리란다.
후,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일단 仁의 성품을 갖추라는 뜻이긴 한 것 같은데. 군
자를 꿈꾸는 자들이여, 자신의 내면을 忠信, 혹은 仁義禮智로 정갈하게 다듬은 후 세상일에 뛰어들지어다.
- 始可與言詩已矣
지금까지 배운 바에 의하면 공자가 더불어(與) 詩를 言해도 되겠다고 한 제자가 자하와 자공이다.
詩를 같이 이야기 한다?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에서 본다면 詩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 詩 개념은 아닐 것이다.
禮와 樂에 앞서 道를 실천하는 선행방법?
자하와 자공은 더불어 詩를 言할 자격(?)이 주어졌지만 禮와 樂을 言할 제자는 없었는가? 그것은 言할 문제가 아닌 것인가?
오늘 禮와 樂에 대해 맛보기만 하였다. 시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나의 얕은 지식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그저 꼬장일 것이기에 호기심을 그냥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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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권한으로 보기 편하게 본문삽입하였습니다. (튜터)
글구...우연님
학이당 들어오세요^^
하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세상일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저 학이당까지 하면 멘탈붕괴 옵니다.
이렇게 많은 思를 하면서 學하셨군요.
요즘은 學하기에 바빠 思할 시간이 부족하네요.
먹고 살기 위해 勞할 시간도 만만치 않은지라....
후기를 읽다 보니, 여기에 덧붙여 문득 안다는 것은 뭐고 모른다는 것은 뭔지....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라 생각도 덩달아 추적해지는 것인지.....
그죠?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모른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요?
반야심경을 공부하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 볼까요?
위의 질문의 답은 공자보다는 아무래도 부처에게서 구하는 것이 나을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