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논어 best 5 (1)

우연
2012-06-06 00:32
1212

처음의 생각은 원대했다.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총동원하고  배운 내용을 이리저리 잘 짜맞추며 여러 관련 서적을 참고하여

切磋琢磨(학이 15)를 거쳐 간결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규격화된 한편의 에세이를 쓰고자 했다.

허나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더라

나의 뇌는 한 가지 데이터만을 수행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지라 두가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 할 수 없었다.

자콥아저씨와의 기나긴 데이트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데카르트와 뉴턴 아저씨와도 만나봐야 하였기에

꽁츠 할아버지에 대한 접대는 도저히 틈이 나지 않았다.

`책이 다 끝난것도 아닌데 에세이는 무슨!` 이라는 생각과 방학숙제를 빨리 올리라는 문탁샘의 무언의 압력도 한 몫하여

다시 발동된 나의 귀차니즘은 상황과 적절히 타협하여 그저 일빠의 영광을 누리고저

형식이고 내용이고 다 그만두고 나 편하면 그만이지 하는 심정으로 자유로운 형식으로 일단 올린다.

글쓰기 공작소에서 서평을 쓰는것도 아닌데 뭘. 그럼 논어가 끝난 뒤에는 나만의 서평이 가능할까?

學而時習之로 나의 뇌 기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일.

 

1.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學而 1)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이 논어도 공자 사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문장으로 첫머리를 시작한다.

논어의 기본 사상은 한마디로 仁이다. 이 仁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하나가 學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것이 즐겁단다.

공자는 자신이 生而知之(술이 19)가 아니라 學而知之라고 하였고 남에게 好學者(술이 18 發憤忘食)라고 여겨지길 원했다.

물론 스스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好學者라고 생각하였고.(공야장27 不如丘之好學也)

끊임없이 배우며 익히는 일, 이것은 즐거운 일이다. (詩習이 가끔 지겨움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런데 왜 우리는, 또는 우리 아이들은 배움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까

그것은 우리가 爲己之學가 아닌 爲人之學를 하고 있다는 데서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나 자신의 사람됨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출세를 위해, 시험공부를 위해 하는 공부는 즐거울 수가 없다.

불행이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爲己之學이 아닌 爲人之學을 먼저 경험한다. 嗚呼, 痛哉라

한창 배움의 가속도가 붙는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爲己之學이 뭔지도 모르고 흘려보내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지금, 학이시습지가 불역열호인데

몸이 지속된 한 자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눈이 침침하여 나의 學을 방해하는구나. 甚矣라 吾衰也여

 

有朋이 自遠方來不亦樂乎

 朋은 추구하는 뜻이 같아 함께 일을 도모 할 수 있는 친구로 같이 놀고 같이 자라난 友와 구별된다.

나에겐 朋이라 불리만한 친구가 있는가

내 젊음의 한 때 나보다 너를 더 먼저 생각하고 私利보다는 公을 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우리의 삶은 뭐 그리도 심각하고 비장하였던지.

어쨋든 그 시기 결연한 의지(?)로 함께 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가 그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때, 10~20년 만에 그들의 몇몇을 해후했을 때

가슴속 깊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따스함과 함께 난 이 말을 생각한다.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나는 스스로 군자됨에 별 관심이 없고 공자의 군자상에도 그닥 흥미가 없다.

그냥 이상적 인간상으로서의 인불지이불온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Best 5에 학이 1장을 꼽은 것은 이 문장 떄문이 아니므로 다음 기회로 pass.

 

2. 示基所以하며 觀基所由하며 察基所安이면 人焉리오  人焉리오(爲政 10)

사람이나 사물의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3단계가 존재한다. 示, 觀, 察.

우쌤이 항상 이야기 했듯이 한자는 그 글자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뜻이 매우 구체적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 示, 자세히 바라보는 觀, 그 내면까지도 살펴보는 察.

한자에 무지했던 내가 논어를 공부하면서 덤으로 얻게 되는 즐거움이다.

글자 하나로 정확한 뜻을 나타낼 수 있는 그 깔끔함이 마음에 든다.

(but 생략과 도치가 빈번하고 도대체 평서문인지 명령문인지 알 수 없는 문장구조는 친해지기가 힘들다.) 

한 사람을 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느 단계에서 그를 평가 하는가?  대부분 示基所以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는가?

觀基所由하고 察基所安 했을 때 한 사람이 에서 드러난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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