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6회차 후기 - 克己는 존양의 공부이다

토용
2017-06-17 10:59
265

을 묻는 안연에게 공자는 克己復禮가 인을 하는 것이라고 답하신다.

인은 천리로 가지고 태어난 마음의 온전한 덕인데, 마음이 인욕으로 더럽혀져 있으니

그것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四勿(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을 말하신다.

그래서 근사록 집해에서는 이 인을 하는 실천 행위로서의 극기가 치지, 존양 뒤에 바로 나온다.

격물치지하고 성의정심 했으니 에 힘쓰라는 것이다.

논어에서는 극기를 자신의 사욕을 이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결국 또 존양, 수신이다.

 

세미나 시간에 극기가 氣質之性을 다스리는 문제즉 기운을 컨트롤하는 문제라고 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1, 2주 전부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데 마음속으로부터 계속 화가 올라왔다.

분노의 화가 아니라 뭔가 안정되지 않은 기운? 마음의 불안감? 뭐 이런 것들 때문에 공부하기가 어려웠다.

주말에 산에 가서 극기 훈련을 좀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등산을 했지만 결과는? 근육통만 얻었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극기 훈련을 하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 일종의 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극기 훈련은 몸의 기운을 최대치로 써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유가에서 말하는 극기와는 좀 다른 것 같다.


몸을 써서 기를 다스려보고자 하였으나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기를 다스리는 문제는 역시 마음에 달린 것 같다.

기질지성도 외부의 어떤 문제와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명산대천을 돌아다니며 수련하는 것이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나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신독, 성찰의 공부가 중요한 것이구나.

감정의 문제를 다스리는 것은 존양의 공부영역이다. 마음을 텅 비어 있게 하면서도 꽉 차게 만드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것이 유가에서 말하는 마음을 으로 보존하라는 것이다.

지난 세미나 시간에 해결되지 않았던 이 어떤 것인지 느낌적으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온전히 내 마음을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어떤 집중의 상태(비어 있으나 꽉 찬)로 유지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경을 하는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과연 어떤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일까?

 

近思라는데, 가까운 내 문제로 생각해보았다.

마음을 경으로 보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명확하게는 모르겠다.

다만 극기도 의 영역이지만 역시 수신으로 귀결된다는 것, 그 중심에 존양()의 공부가 있다는 것,

정말 어렵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다.

 

 

댓글 3
  • 2017-06-18 09:11

    토용샘의 정리 잘 읽었습니다.

    유가에서 말하는 극기, 존양, 호연지기 등이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에 직면하면 잘 잡히지 않는것 같아요.

    이거인듯, 저거인듯, 알듯말듯.

    일용지간에서 꾸준히 수신하라는 말이 쉬운듯하면서도 어렵습니다.

    그나저나 금쪽같은 아들 문제는 잘 해결됐는지..

  • 2017-06-18 10:03

    지금이야로 (아가들이 속 썩이는^^) 토용이 존양과 극기공부를 실천할? 터득할? 절호의 찬~~스 같군^^

    (그러나저러나 뭔 일이쥐? 음...)

  • 2017-06-20 00:14

    精하기 위해 動한다

    진달래가 세미나 시간 때 이렇게 말했다.

    "봄날샘은 지난 번부터 계속해서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데, 아예 텃밭과 연결해서 글을 쓰지 그래요?"

    음, 내가 그렇게 텃밭 이야기를 많이 했나? 달랑 두 이랑 농사 아닌 농사를 지으면서 어지간히 호들갑을 떨었나 보다.

    그런데, 그 말에 이끌려 다음날에도 텃밭으로 나갔다.

    텃밭이 지금껏 많은 이야기를 알게 해준 것처럼 이번에도 극기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까?ㅋㅋ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시작부터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뭔가를 얻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뭔가 가로막히는 것이 있었다.

    텃밭을 가기까지 한번쯤 올려다보던 하늘도 이번엔 볼 수 없었고,

    텃밭을 만나자마자 훅~밀려오던 흙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이번에 나는 뭔가, 더구나 '극기'에 관한 아주 작은 영감 하나라도 얻어야 한다는 욕구가 있었나보다.

    그러나 텃밭은 아주 평온했다. 

    내리쬐는 햇빛은 모든 것을 바삭하게 마르게 해서 감자며 들깨, 오이 이파리들이 햇빛에 시달려 축 처져 있었다.

    흰 나비 한 두마리가 이파리 여기저기 팔랑거리며 날고 있을 뿐 고요할 따름이었다.

    어디서 자신을 극하는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실망한 마음을 추스려 물 호스의 스위치를 틀어 시들시들한 감자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흘 전에 크게 자란 잎을 다 따서 문탁 밥상에 냈었는데 그새 또 자란 쌈채소 이파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감자포기도 좀 더 자란 것 같고, 새끼손가락만 하게 자랐던 호박도 검지손가락크기로 자라나있었다. 

    햇빛을 받고 바람을 느끼며, 물을 받으면 받는대로 남김없이 충실하게 커가는 것...거기에는 조금의 망설임이나 미룸이 없다.

    상추는 상추대로 오이는 오이대로 자연의 이치를 각자 따르는 것, 잠시도 쉬지않고 자라는 그것들의 움직임이 있는데도

    밭이 고요한 것은 사물의 이치대로 움직여 안정된 상태, 즉 精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명철한 사람은 천리를 알기 때문에 조금도 치우침이 없이 안정되지만  대부분 자신의 기질을 잘 알아, 최소한 안연처럼 치우칠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고치는 것도 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아야 한다. 어떻게? 너무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극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禮라는 기준을 두어 모두가 예를 따르도록 한 것이다. 천리에 따르고 인욕을 줄여나가고자 하나 어디까지가 천리이고 어디까지가 인욕인지...성의정심, 마음이 갖고 있는, 하늘이 명한 본성을 보존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세심하고 정미롭게 쓰는 것..그렇게 힘써 행해서 얻는 것은 우리 마음의 평안한 상태(安)이다. 힘써 행하는 것은 움직이는 것(動)이고 움직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얻으려 하는 것은 고요함(精), 전일하여 흔들림이 없는 상태...사물에 유혹되어 본성을 돌이키지 못하고 물욕에 어두워 마음이 변한다면 충실하게 이치를 따라 하루하루 커가는 저 상추들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오늘도 텃밭에게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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