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처방전>1회 디스크편

겸목
2020-04-16 13:45
551
 

디스크 질환에는 시리얼 상자를 덧댄 스냅사진을

-장류진의 단편소설 「탐페레 공항」을 처방합니다 

 

 

  1. 졸업 선물로 허리 디스크가 왔다

  우리집 큰딸 소영이는 요즘 바쁘다. 어제는 국제학생증을 발급받기 위해 재학증명서를 출력하더니, 오늘은 친구에게 캐리어를 빌려왔다. 내일은 병원에 들러 응급시 쓸 수 있는 진통제를 처방받는다고 하고, 며칠 내로 은행에 들려 환전을 할 계획이란다. 겨울방학 동안 살을 빼서 슬림한 모습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비롯해서 여행지에서 읽을 책 몇 권을 골라놓는 센스까지 빠트리지 않으며 착실히 여행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지난 가을 학기가 시작될 때 소영이는 충동적으로 왕복유럽항공권을 끊었다. 이번 겨울이 대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방학인데, 4년 동안 아르바이트와 계절학기 수업으로 방학을 보냈다는 사실이 문득 억울하고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 달쯤 외국에서 생활하는 이벤트를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대학생다운 감성이었다. 이때는 60만원짜리 저가항공권을 구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그런데 항공권을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설명회에 다녀오게 되면서 소영이의 가을 학기는 순식간에 ‘취준모드’로 전환되었다.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서류 접수를 위해 벼락치기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적성검사 문제 유형을 익히고, 면접스터디에 합류했다. 주말에는 공인영어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을 보러 갔고, 그 사이 낀 중간고사도 대충 해치웠다. 면접을 위해 백화점에서 정장바지를 사고 친구에게 구두를 빌려오며 소영이는 사원증을 목에 건 자신의 모습을 그려봤을 것이다. 아마도 오피스드라마에 나오는 세련된 직장인의 모습이 ‘취준대장정’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때 소영이는 새벽에 귀가하거나 새벽에 집을 나가며, 피곤해하면서도 핼쑥해진 자신이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살도 좀 빠져서 평소와 달리 턱선이 날렵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갈 때쯤 더 날렵해진 턱선으로 소영이는 취업에 성공했다.

 

여행을 앞둔 소영이에게 물었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음…… 학교 앞 자취방!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친구들이랑 매일 새벽까지 술 마시러 다니던 게 엄청 좋았지! 근데 청소나 설거지, 공과금 내는 일을 혼자서 다 알아서 해야 하니까 좀 귀찮기도 했어. 그래도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방에 나는 두 번 가봤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방을 구해주러 한 번. 그리고 일 년 뒤 작은딸이 잠시 그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해서 짐을 가져다주러 한 번.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방. 그렇게 두 다리를 뻗으면 발 아래로 한 칸짜리 싱크대가 놓여 있는 방. 성냥갑만한 방에서 무얼 해주기가 엄두가 안 나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나왔다. 그 방에서 딸은 2년을 살았고, 계약기간이 끝나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 우리집은 형편이 나빠져 작은 집으로 이사했고, 딸은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용돈을 벌어서 썼다.

 

딸이 자취하는 동안 가끔 문자로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날아왔다. **가정의원, ***피부과, **치과. 집을 나가 사는 동안 딸은 자주 감기에 걸렸고, 알레르기성 피부 트러블로 고생했다. 거기에 주기적으로 치과에 갈 일이 생겼다. 이런 질병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자가 날아올 때마다 걱정은 됐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정형외과? **척추전문병원? 이런 사용내역이 문자로 날아왔을 때는 많이 놀랐다. 뭐? 이십대에 벌써 디스크라고? 도대체 생활을 어떻게 한 거야? 나는 이렇게 야단만 쳤지, 바빠서 병원에 같이 가지도 못했다. 딸은 혼자 MRI 검사를 받고, 진통제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보험사의 실비 청구까지 알아서 처리했다. 요즘은 친구들한테 디스크 관련 상담이 오면 전문의처럼 조언해준다.

― 일단 당장 허리가 너무 아프니까 병원 가서 근육 주사 맞고, 거기서 일주일동안 먹으라고 근육 이완제를 줄 거야. 그게 너무 세다고 위장약도 같이 주는데 밥 먹고 약 꼬박꼬박 먹으면 대개 괜찮아져. 그런데도 계속 아프면 병원 가서 MRI 찍어봐야지.

 

요즘 애들은 뭐든지 인터넷으로 배우는지, 딸은 부모인 나보다 더 나은 의학 상식과 정보를 갖고 있다. 뭐든지 혼자서 알아서 하는 애이니 디스크도 잘 치료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나는 왜 딸이 이십대에 벌써 디스크환자가 된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4년의 대학생활은 혈기왕성한 이십대의 체력을 바닥까지 소진시킬 만큼 고된 ‘지옥캠프’였을까?

 

 

  2. 밀레니얼 직장인의 알고리즘, 밸런스를 계산하라

  장류진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2019년)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커리어우먼’이 된 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IT스타트업 기업의 기획자, 유명카드회사의 중간관리자, 결혼을 앞둔 대기업 회사원, 직장 근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가구 여성 등 소설 속 인물들은 딸의 1년 뒤, 3년 뒤, 5년 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계산’에 능하다는 점이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에서 주인공은 인턴과 비정규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처음 출근하는 날 아침,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기를 돌린다. 연봉이 올랐지만, 월세, 관리비, 공과금, 보험료 등을 제하고 나면 하루에 만천원씩 써야 생활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깊은 고뇌에 빠진다.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친분관계와 기회비용을 고려한 결혼식 축의금의 경제학이 디테일하게 소개되어 있다. 물론 계산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니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루보프 스미르노바가 연주하는 <환상소품집, op.3-멜로디>를 들었다. 정신이 맑아지면서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갑자기 긍정적인 마음이 되었다. 내일은 글렌 굴드, 모레는 조성진을 들을 것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44쪽)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예를 들면 거북이라든지, 거북이 사진이라든지, 거북이 동영상이라든지.”(「일의 기쁨과 슬픔」, 56쪽)

 

  돈보다 더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영역은 스트레스의 관리이다. 직장 동료와의 업무상 트러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직장 상사의 ‘갑질’에 굴욕감이나 모멸감으로 위축되지 않기 위해, 장류진의 인물들은 영리하게 자신만의 플랜B를 갖고 있다. 클래식감상에 몰두하거나, 애완동물에 빠져들거나, 일본 온천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자존감을 외부로부터 방어한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증명을 일로 보여주겠다고 전력질주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방에 갇히지도 않는다. 이들은 일의 기쁨과 슬픔, 타인과의 경쟁과 협력의 균형점을 맞추는 일이 자신들의 커리어와 생활을 유지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생활인들이다. 울트라슈퍼파워가 아니라 밸런스야말로 생활인들의 미덕이다.

 

  이런 점에서 80년대생 작가 장류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를 유지하는, 밸런스를 맞추는 기술을 자기 세대의 알고리즘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70년대생인 나에게는 좀 낯선 감각이지만, 90년대생인 딸에게는 이미 내면화되거나 체질화된 기질이 아닐까 싶다. 나는 성적이든 연애든 딸이 울고불고 하는 격정의 드라마를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혹시 나만 못 봤던 것일 수도……).

 

 

 

 

  3. 디스크 질환에는 시리얼 상자를 덧댄 스냅사진을!

  디스크 질환은 왜 발생할까? 의학서적에 의하면, 스트레스, 과도한 성생활, 해열/소염진통제의 부작용, 운동부족, 노화(임교환, 『요통/디스크 스스로 고칠 수 있다』, 동약, 2005년)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노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병인들은 모두 딸에게 해당된다. 소영이의 책상에는 언제나 생리통이나 두통에 잘 듣는 진통제나 해열제 캡슐들이 한두 개쯤은 뒹굴고 있다. 아프면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딸은 빨리 병원에 가고, 빨리 약을 먹는다. 빨리 낫기 위해. 그래서 빨리 낫기는 하지만, 다시 감기에 걸리고 피부 발진이 반복되었다. 시험기간이나 발표기간에는 며칠씩 밤을 새고, 바쁜 일정이 끝나면 그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친구들과 거하게 밥과 술을 먹었다. 그렇게 탕진의 나날이 지나가면 다음 달 알바비가 들어올 때까지 간당간당한 통장잔고와 학점을 비롯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다시 스트레스가 쌓여갔을 것이다. 디스크 내부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젤리와 같은 물질, 즉 “수핵이 들어 있으며 둥근 디스크의 둘레는 탄력성이 강한 섬유륜으로 둘러싸여 있”(앞의 책, 19쪽)는데, 스트레스 과다로 이것들이 찢어지거나 빠져나와 척추신경근을 누르면 디스크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딸은 자기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쓴다는 자부심과 매주 스케줄과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긴장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열 받고,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 딸의 몸에 허리디스크를 남겼다. 그러니까 자기 한 몸 건사하고 살기 위해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사실 무수히 많은 ‘종종거림’을 필요로 하는 피곤한 일이다.

 

나에겐 고심 끝의 결정이자 엄청난 도전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다 준비하고 나서 보니 결국 남들이 한번씩 해보는 걸 나도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게, 유행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저 준비운동을 바친 것일 뿐이라는 게,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탐페레 공항」, 193쪽)

 

장류진의 소설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탐페레 공항」이다. 다큐멘터리 피디를 지망하는 대학생 ‘나’는 좀 더 나은 스펙을 위해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한 학기 휴학을 해서 체류비용과 서류를 준비하고 위풍당당하게 비행기를 타는 날, 기쁘기보다는 맥이 빠진다. 기진맥진해서 준비한 일이 누구나 한 번씩 하는 ‘보통’에 불과한 일이라는 것이 기운을 빼놓는다. 그러나 경유하는 핀란드의 탐페레 공항에서 낯선 노인과 몇 시간을 보내며, 다시금 자신의 ‘꿈’에 매혹되었던 시간들을 상기하게 된다. 기대와 달리 ‘나’는 다큐멘터리 피디가 되지 못하고 식품회사 회계팀에 입사하여 4대보험, 상여금, 특근수당 같은 말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노인이 보내준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무심코 사진을 뒤집었다. 뒤에 두꺼운 종이가 덧대어져 있었다. (중략)글씨가 아닌 그림을 보고 그게 시리얼 상자를 잘라서 붙인 거라는 걸 알았다. 이게 왜 붙어 있지?(중략) 사진이 지구 반대편 먼 길을 거쳐 가는 동안 행여나 구겨질까, 노인은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나는 시리얼 상자를 가위로 자르고, 그것을 풀로 사진의 뒷면에 단단히 붙이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얀 밤, 태양이 뭉근한 빛을 내는 창가에 앉아 가위와 풀과 사진 그리고 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더듬거리는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을. (「탐페레 공항」, 211쪽)

 

  보통이라는 기준에 맞추는 일, 그리고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결코 ‘보통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는 꾸준히 일정한 속도로 뛰지 않으면 너무 빨리 ‘보통 이하’로 뒤떨어지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딸에게 최적화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 잡힌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당부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딸은 이미 셀프로 이런 매뉴얼들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소설 속 ‘나’가 5시간 경유하는 탐페레 공항에서 만난 노인이 찍어서 보내준 스냅사진 같은 것을 간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치듯 지나치는 사소한 배려들이 ‘열 받고, 피 말리는 시간’들을 누그러뜨리는 해독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에서 가게 되는 프랑크부르크공항,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포르투공항, 딸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있다. 행운을 빈다. 부디 면세점을 기웃거리지 않기를……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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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의 간병블루스
1. 아이고, 내 팔자야....   동영상은 효과가 컸다. 섬망으로 인한 어머니의 욕과 매를 마치 액받이 무녀처럼 고스란히 받아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후, 동생 한 명은 밤새 울었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새벽까지 손발을 덜덜 떨었다고 했다. 근처에 사는 남동생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밤늦게까지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룻밤이 지나자 모든 상황은 급변했다. 어머니는 전날 밤 일을, 사건 전후의 맥락은 상실한 채 어떤 장면들만 스냅사진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제 밤의 “아비 잡아먹은 년”은 오늘 아침엔 “세상에 불쌍한 년”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며 울었고, 집에 오는 사람 모두에게 “내가 000를 때렸는데 말이야..”는 말부터 먼저 했고, 아무나 붙들고 나에게 밥을 차려주라고 채근을 해댔다. 얼마나 나를 챙기는지 이번에 나는 어머니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고착된 감정을 재생산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를 슬슬 피해 다녀야 했다.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간병이 무엇까지를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를 실감한 동생들은 비로소 ‘말’이 아니라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남동생은 호캉스라도 다녀오라며 당장이라도 호텔방을 끊어줄 기세였고 여동생들은 나의 휴가에 대비해 자신들이 담당할 간병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등 떠미는 동생들 덕분에 나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운 나쁘게도 딱 그 타임에 ‘하이난’이 상륙한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집과 엄마를 잠시라도 떠날 수만 있다면 태풍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강원도 바다가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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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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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목
2020.09.13 | 조회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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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2020.08.31 | 조회 1238
겸목의 문학처방전
장르를 바꿔보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2015년)을 처방합니다       워킹맘의 만성피로, SF 판타지 아니면 답이 없다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에 대한 처방전을 의뢰한 곰도리(닉네임)는 대안학교 과학교사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고 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거나, 육아도우미 AI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거나, 슈퍼 히어로급 초능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SF 판타지가 아니면 현실에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곰도리와의 만남은 주객이 전도되어 그의 고충에 대한 의논보다 내 흑역사에 대한 하소연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곰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는 소문대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던 삼십대의 날들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생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고는 자료검토든 글쓰기든 잘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야단만 쳤고, 강의시간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 시간 같았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도,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이 없기 때문에 ‘뻘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무수한 헛발질을 거쳐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데, 나는 자책과 자학 없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다치거나 아팠다. 그 시절 나는 조금만 삐끗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장르를 바꿔보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2015년)을 처방합니다       워킹맘의 만성피로, SF 판타지 아니면 답이 없다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에 대한 처방전을 의뢰한 곰도리(닉네임)는 대안학교 과학교사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고 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거나, 육아도우미 AI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거나, 슈퍼 히어로급 초능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SF 판타지가 아니면 현실에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곰도리와의 만남은 주객이 전도되어 그의 고충에 대한 의논보다 내 흑역사에 대한 하소연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곰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는 소문대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던 삼십대의 날들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생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고는 자료검토든 글쓰기든 잘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야단만 쳤고, 강의시간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 시간 같았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도,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이 없기 때문에 ‘뻘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무수한 헛발질을 거쳐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데, 나는 자책과 자학 없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다치거나 아팠다. 그 시절 나는 조금만 삐끗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겸목
2020.08.17 | 조회 537
겸목의 문학처방전
루틴의 ‘힘’ -나수경의 단편소설 「구르기 클럽」을 처방합니다     바닥을 칠 때, 알레르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에 대한 처방을 의뢰한 ‘루틴’(닉네임)은 6년차 직장인으로, 식물학 박사이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루틴은 삼십대 후반의 싱글이며 회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투룸에 살고 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걸어서 출근한다. 예전에는 회사 아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귀가했으나, 자극적인 식당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최근에는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고 한다. 퇴근 후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노곤함이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루틴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직장인이다. 루틴의 라이프스타일은 커리어의 면에서나 워라밸의 면에서나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은 높지 않았고, 학위를 따느라 보내는 기간 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집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집(방?)을 보러 돌아다닐 때, 루틴의 눈에는 일찍 결혼해서 평수를 늘려가고 인테리어를 바꿔가는 친구들의 아파트가 아른거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개인공간으로 기숙사 방이면 충분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옆방의 친구들과 고민상담하며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기숙사의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빠진 루틴의 현실은 박봉의 일인가구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인생의 규모를 키워가는(남편이든 자식이든 아파트 평수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자신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아...
루틴의 ‘힘’ -나수경의 단편소설 「구르기 클럽」을 처방합니다     바닥을 칠 때, 알레르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에 대한 처방을 의뢰한 ‘루틴’(닉네임)은 6년차 직장인으로, 식물학 박사이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루틴은 삼십대 후반의 싱글이며 회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투룸에 살고 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걸어서 출근한다. 예전에는 회사 아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귀가했으나, 자극적인 식당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최근에는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고 한다. 퇴근 후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노곤함이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루틴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직장인이다. 루틴의 라이프스타일은 커리어의 면에서나 워라밸의 면에서나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은 높지 않았고, 학위를 따느라 보내는 기간 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집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집(방?)을 보러 돌아다닐 때, 루틴의 눈에는 일찍 결혼해서 평수를 늘려가고 인테리어를 바꿔가는 친구들의 아파트가 아른거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개인공간으로 기숙사 방이면 충분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옆방의 친구들과 고민상담하며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기숙사의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빠진 루틴의 현실은 박봉의 일인가구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인생의 규모를 키워가는(남편이든 자식이든 아파트 평수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자신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아...
겸목
2020.07.09 | 조회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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