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전통의 발명- 신사임당!

문탁
2012-07-01 22:03
1794

결석자들은...웬 뜬금없는 '신사임당'...싶으시죠?  ㅋㅋㅋ

 

1. 이야기의 발단은....태백 20장입니다.

 순왕은 신하 다섯사람을 두었는데 무왕은 신하 열사람을 두었다는 거죠. 그런데 공자는 그 신하 열 사람 중의 한명을 여자라고 합니다.

 " 舜有臣五人而天下治武王曰予有亂臣十人孔子曰才難不其然乎唐虞之際於斯爲盛有婦人焉九人而已三分天下有其二以服事殷周之德其可謂至德也已矣"

 그런데 주석에 의하면 <서경>에는 그 한명의 여자가 문왕의 부인이라고 되어 있지만, 자식으로 어머니를 신하로 삼는 경우는 없으니 아마도 그 여자는 문왕의 부인이 아니라 무왕의 부인인 읍강일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황실의 여성계보가 등장했죠. 흔히  주실삼모...라고 일컬어지는 '태강', '태사', '태임'!   태강은 고공단보의 부인, 태사는 문왕의 어머니, 태임은 무왕의 어머니라고 합 니다만... 태임과 태사는 같은 인물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태사太姒  /태임太任....이야기가 나왔고

 

2. 이야기는 여기서 신사임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신사임당의 사임이 태사+태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그런데 제가 다시 찾아보니까 사임의 한자는 師任...이네요^^)

 

3. 어쨌든 5만원권에 딱 박히면서 명실상부 '조선 여성'의 대표선수로 발탁된 신사임당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냐?

   우쌤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사임당의 모든 것...............은 역사적 문헌적 전거가 부족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사임당'은 사실 애국계몽기에 '발명'된 신사임당!...이라는^^

 

4. 많은 분들이 조금 놀라신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위인' - 이순신, 강감찬, 을지문덕..기타 등등 -이  애국계몽기(개화기)의 작품입니다. ^^

   여기서 이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구.... 일단 신사임당 이야기만 좀 해보죠.

 

5. 제가 아는 한,  신사임당이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건, 1908년 장지연의 <녀자독본> 입니다.

   <녀자독본>은 개화기 여성교육 교재로 사립학교에서 주로 채택되었던 교과서입니다. (만...1908년 학부의 교과서 검정방침규정에 의해 '불인가'처분을 받음으로써 공식적으로는 강제 퇴출된 비운의 교과서입니다)

   <녀자독본>은 비슷한 여성교육교재였던 <초등여학독본> 이나 <녀자수신교과서> 등과 함께 일반적으로  “근대적 여성교육의 성장과 동시에 전통적 현모양처형의 여성교육론의 존속이란 두가지 특징이 국가중심의 현모양처형 여성교육이란 교육이념 속에 녹아들어간" 텍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녀자독본>을 보면 <초등여자독본>, <녀자수신교과서>와 다릅니다. 여성이 공식담론에 등장하자마자 교묘하게 전통담론을 비틀고 있는 모습이 <녀자독본>에는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점에서 <녀자독본>은 어느 면에서는 아주 문제적 텍스트입니다.

 

6. <녀자독본>의 구성을 살펴보면,

 <녀자독본>은 상,하 두권으로 되어 있으며 상권은 1장 총론, 2장 모도(母道), 3장 부덕(婦德), 4장 정렬(貞烈), 5장 잡편의 총 64과로 구성되어 있고 하권은 장의 구별없이 모두56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녀자독본>은  <열녀전(列女傳)>의 구성을 취하면서 상권은 한국여성 60여명을, 하권은 중국여성 18명과 서구여성 10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신사임당'은 바로 2장 모도(母道) 에 '리률곡의 모친'이라는 제목으로 등장합니다.

 

7. 그 내용을 볼까요?

 

뎨칠과 리률곡(李栗谷)모친 (20)

률곡리문셩공이의 모친 신부인의 별호는 사임당이니

덕행이 구비하고 재예가 겸젼하야 글씨와 그림이 또한 녯 지나 진나라 위부인과 갓흔지라

셰샹사람이 신부인의그린 포도를 명화라하나니

부인의 재덕이 이러함으로 그 아들 률곡 션생도 가뎡교육을 밧아 일국명현이 되엿나니라

 

한 마디로 덕행과 재예가 출중하여 자식을 잘 가르쳤다는 거죠.

어머니는 어머니로되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여성의 '덕행'과 '재예' 입니다. (그런데 재주가 뛰어나면 자식을 잘 키웁니까? 푸하하...)

장지연은 <녀자독본>에서 여성의 '재예'에 시민권을 부여합니다. 그동안 '재예'는 주로 기생들의 몫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천하의 영걸을 알아보는 능력”을 갖추고 남편 온달을 출세시킨 평강공주, “총명지예가 있어 문장이 민첩한” 허난설헌, “학문이 넓고 재주가 높아” 반고에 이어 ‘한서’를 완성한 반소, 명필인 위부인 등을 대거 등장시킵니다.

더 이상 여성의 재능은 비난받거나 감춰야할 것이 아니라 존경받고 긍정되어야 할 덕목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방식의 재현은 당연히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았던 개화기 '애국주의' 맥락에 놓여있었습니다.

여성들이여... 열심히 학교다니고 교육받아서 나라의 재목이 되어라.... 뭐 이런 거죠!

 

8. 그러나 30년대가 되면서 여성은 주로 '모성'으로 호명됩니다. 식민지 말엔 당근, '군국의 어머니'로 소환되구요.  

   '신사임당'도 아마 그랬을 겁니다. (이쪽은 제가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성'의 국가화는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리바이블됩니다. ㅠㅠㅠ....

   1960년대 초 이율곡과 오죽헌이 이순신과 함께 국가적으로 기념됩니다. 1977년엔 '사임당교육원'이 세워집니다. ( 전 이곳에 간 기억은 없습니다만, '화랑교육원'에는 학교대표로 뽑혀서 갔었습니다. '화랑'도 이 시기..작품인거죠^^) 이 즈음 <주부클럽연합회>가  '신사임당상' 같은 걸 만들기도 합니다.

 

9. 어쨌든, 결론은 우리가 아는 신사임당!  이건 6,70년대 박정희에 의해 추진된  "전통의 발명" 속에서 국가주의적 모성으로 재호명된 신사임당이라는 것이죠.^^

   아마 찾아보면 자료가 많을 겁니다 (원하시면, 언제 한번 특강할까요?)만 ...오늘은 여기까지^^  

댓글 5
  • 2012-07-02 08:48

    역시 잊지 않고 친절한 설명을 해 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

    사실 그동안 왜 5만원권에 신사임당이 선정되었을까..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는데...내가 알고 있는것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허구일까요.

    주말에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저의 무지함에 다시 놀라고

    내가 참 많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특강! 언제나 환영합니다~~~ ^^emoticon

  • 2012-07-02 12:38

    아~ 특강해주세요..!^0^

  • 2012-07-02 20:12

    역사적 인물이 시대의 필요에 따라 각색되고 왜곡되어 진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사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도 승자의 시각으로 기술되어지는 마당에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오죽하겠습니까?

    (박정희 정권시 이순신에 대한 재정립은 거의 우상화 수준이라고 할 만하지요.)

     

    그런데 내가 놀라왔던 사실은 신사임당에 대한 그 어떠한 기록도 역사적 문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시대적 필요에 의해 수정되고 과장되었다고는 막연히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이 율곡이 18살에 세상을 떴다는 것과 신씨라는 기록만으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역사적 사실로 탈바꿈시키다니

    거의 `장금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대장금 수준 아닙니까?

    각색과 수정도 최소한의 기록에 의지하고 있다고 믿었건만......  재해석의 여지 자체가 없다는 그 사실, 이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충매화, 포도송이화. 초등학교때 배웠던 고향을 그리는 시 등등이 완벽한 허구를 증명하기위한 도구였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강릉에 위치한 `사임당교육원`에서 제법 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입소시부터 한복으로 갈아입고 절 하는법 배우고 예절 배우고.... 하루종일 한복만 입고 몇날 며칠을 지냈지요.

    퇴소 무렵에는, 배를 눌러주는 아무 자극이 없이 지낸 티가 확 났던 기억만 있네요. 뭘 배우고 뭘 느꼈는지는 전혀 모르겠구요.ㅋㅋ

     

     

     

  • 2012-07-03 21:05

    우와~ 재밌습니다!!! 

  • 2012-07-05 21:05

    깡통소년이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정말 그렇담 우리들은 깡통소년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저도 이번에 놀란건, 사임당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는 거 ! 그래도 뭔가 있으니 만들었겠지 했는데,

    단지 율곡으로 인해 만들어진 허구 (?)

     

    17년동안 푸른 기와집에서 자란 그가 다시 또 그 곳으로 이사를 하려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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