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KTX를 타고 아마도 이렇게 멀리 혼자 와 본 것 같다.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나주역에서 내렸는데 횅한 역이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다행히 선애마을에서 김대일샘이 차를 가지고 나오셔서 편하게 마을까지 갔다.

마을회관에서 책을 보다가 마을 분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학교로 가서 수업을 했다. 

처음 온 선생님이라 그런지 1학년 담임샘이 아이들이 좀 별나서 힘드실 거라고 일단 주의를 주신다. 

종치고 한참 있다가 들어온  아이들은  <낭송, 논어 맹자> 책을 꺼내오라고 했으나 뭉기적 뭉기적 거린다. 

한 아이가 오늘 수업도 '경자'에 대해서 하는 거냐고 계속 딴지를 건다. 

아이들과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았다. 

게으르니샘처럼 아이들을 휘어잡지 못하다 보니 이중 삼중 목소리가 갈라지더니 나중엔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칠판 옆에 붙은 청소 당번표를 보고 하나씩 이름을 불러 읽어보도록 시켰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과 역사 이야기도 하고, 공자의 이름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역사 이야기에 조금 흥미를 보이곤 했다. 그리고 공자의 이름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하지만 2교시 효에 대한 질문지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효가 돈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잘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용돈은 많이 드리는 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공경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하는 이야기일뿐인 듯.....

실갱이 끝에 아이들과 수업이 끝나고 

1시간 반이나 걸려 마을을 이곳 저곳 구경한 후 선애마을에 돌아왔다. 

저녁 먹고 빠듯한 시간이지만 마을 분들과 <논어>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또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논어> 읽기는 산으로 가고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보니 기차 시간이 빠듯하게 남아서 

김대일샘이 거의 날아가다시피 하여 나주 역에 도착..... 

서울로 돌아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갈 때는 피곤한 일정에, 의욕이 없는 중학교 아이들과 수업하려니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마을을 혼자 걸으니 아이들 덕에 이런 시간도 생기는구나 생각하니 아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